야간 시내 도로, 우회전 실수에서
배운 연수의 진짜 의미운전대를 잡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면허증은 있
었지만, 제 손으로 차를 몰아본 건
예전에 친구 따라 한 번 시동 걸어봤
던 게 전부였거든요. 그 이후로는 쭉
장롱 속에 고이 넣어만 두었죠. 그
러다 결혼하고, 출퇴근 거리가 길어지
면서 대중교통 시간에 쫓기게 되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저녁마
다 집에 도착하면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늘어지기 일쑤였죠. 하루하루 쌓
이는 피로감과 비효율적인 이동 시간,
그것들이 결국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
어요. 결심 끝에 선택한 건 장롱면허
운전연수였어요.첫 수업 날, 해가 뉘
엿뉘엿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쯤
강사님이 도착하셨어요. 일부러 야간에
맞춰 스케줄을 잡았거든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귀가 시간 대부분이 어두
운 시점이기 때문이었어요. 실전처럼
배워야 실전에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
죠. 차에 오르자마자 저는 핸들 잡은
손에 땀이 흥건했어요. 강사님이 천
천히 말씀하셨어요. 첫날은 감각 익히
는 날이에요. 오늘은 무리하지 않아요
.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가
장 먼저 느낀 건, 야간 운전은 확실
히 낮과는 전혀 다르다는 거였어요.
시야가 좁아지고, 불빛에 의존하게 되
니 모든 게 낯설게 다가왔죠. 횡단보
도 앞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나타나면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어요. 속도
도 못 내고, 사이드미러 보는 것도
벅찼어요. 강사님은 내내 조용히 계시
다가 괜찮아요. 처음은 다 그래요.
차가 멈추기라도 하잖아요? 그게 중요
한 거예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은근히 위로가 되더라고요.시내 주행을
시작하면서 문제는 우회전 구간에서
발생했어요. 깜빡이를 켜고 서행하면서
진입을 시도했는데, 제가 속도를 지
나치게 줄인 탓에 뒤에서 오던 차량이
클락션을 울렸고, 동시에 제 차는
차선을 벗어나 도로 경계석을 밟아버렸
죠.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강사님은 조용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당
황하지 말고 핸들 중앙으로 돌려요.라
고 말씀하셨어요. 차를 다시 정위치에
돌려놓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
었어요. 실수를 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여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
았어요. 하지만 강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운전은 실수 후 대처가
더 중요해요. 지금처럼 다시 돌아오는
게 진짜 실력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었어요.
장롱면허운전연수 이틀째부터는 우회전
연습만 집중적으로 반복했어요. 같은
시내 골목, 같은 시간대, 같은 속도
로 반복 연습했죠.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깜빡이를 자연스럽게 켜고,
시선을 오른쪽 보행자도로에 두면서 진
입 타이밍을 잡고 있었어요. 속도 조
절도 한결 매끄러워졌고요. 똑같은 도
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돌아다니며
익히는 동안, 저 자신에게도 놀랄 정
도로 변화가 느껴졌어요. 장롱면허운전
연수는 저에게 단순한 주행 기술 그
이상이었어요. 저는 그 과정을 통해
두려움을 직면하고 깨트리는 법을 배우
고 있었죠.셋째 날 밤, 강사님은 저
를 데리고 복잡한 교차로가 많은 상가
밀집 지역으로 이동했어요. 교차 신
호, 비보호 좌회전, 그리고 다시 우
회전.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들이 많
았지만, 전날 연습의 효과 덕분인지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고요. 무의식중에
깜빡이를 켜고, 속도를 줄이고, 오
른쪽 사각지대를 살피는 동작들이 익숙
해졌어요. 신호가 바뀌는 순간, 저는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어요. 강사
님이 조용히 웃으며 이제 어느 정도
감 잡으셨네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그날 하루의 가장 큰 선물이었
어요.연수 마지막 날, 강사님은 오늘
은 저 없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조수석에서 살짝 물러
나 앉으셨어요. 저는 혼자서 야간 시
내 도로를 돌았어요. 두 번이나 우회
전을 했고, 한 번은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와 급정거를 하기도 했어요. 그
때도 놀라지 않았어요. 그냥 차를 세
우고, 다시 천천히 출발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경직되고 눈물이 핑 돌았을
상황인데, 그날은 그저 일상적인 일
처럼 넘어갔어요.장롱면허운전연수를 통
해 저는 제게 부족했던 건 운전 기술
이 아니라 차와의 대화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운전은 내 감정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행동이더라고요. 두려
움이 있으면 핸들이 흔들리고, 자신감
이 있으면 차도 부드럽게 움직여요.
그래서 저는 요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요. 너는 할 수 있어요.
오늘도 천천히, 천천히 가는 거예요.
지금도 밤길을 달릴 때면, 그날 우회
전 실수가 떠오르곤 해요. 하지만 그
실수 덕분에 저는 운전이라는 세계에
더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어요. 장
롱면허운전연수는 저에게 주차나 차선
변경 같은 기술보다, 일상의 불안에
맞서는 힘을 심어준 경험이었어요. 어
둠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우회전할
수 있는 힘. 그건 이제 저만의 소
중한 무기예요. 그리고 이 무기를 갖
게 해준 장롱면허운전연수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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