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연애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 이 소설은 너무 많은 다른 요소를 지녔다.

연애소설이라고 부르는게 자칫 오류가 아닐까...

남북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알제리라는 우리에게 너무 머나먼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논픽션이야기 같은 특징이 요철마냥 도드라져 보인다.

이향이라는 여주인공이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단지 한국인(남한)이라는 이유로

혼자 알제리에 남아 겪게 되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마치 한 개인의 일기를 보는 듯 해서

더욱 생생하고도 진지하게 다가온다.

때는 1980년대, 당시 알제리는 한반도에서 북한과 수교를 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였다.

밀수경제가 만연하고 테러가 창궐하는 배경속에 홀로된 여자, 그것도 한푼이 아쉬운 이국의

여자에게 이러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해도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이다. 때문에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작가는 오아시스 하나를 배치시킨다.

여자에게 남자를 심어준다. 그것도 북한의 장교라니... 로맨스는 싹을 틔우고 조심스럽게 줄기와

잎, 그리고 꽃을 핀다. 하지만, 작가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두 사람을 잘살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실과 정황의 흐름대로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둔다. 사실, 해피엔딩 자체가 말이

안된다. 사하라사막과 냉전시대라... 이만큼 로망소설의 장대한 소재가 될법한 요소가 또 어디있으랴.

거기에 이념은 다르지만 동일 민족의 두남녀라니... 호기심을 한껏 유발시키는 가지 가지를 소설은

지니고 있다. 덧붙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닌 이국의 정취는 나같은 사람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된다. 이책의 마지막 한장을 덮고나면 그런 생각이 조금 옅어질지는 몰라도...

권현숙, 그녀의 오래전에 출간된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