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십대였을 때, 나는 한없이 암울했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집안 사정이나 분위기
또한 모두 대체적으로 절망적이었던 까닭이다. 어떠한 확신도 가지지 못한채 남들처럼
자라왔고 보통아이들과 비교해보자면 조금 더 비관적이어서 자주 죽음을 생각하곤
했다. 그 당시 무심코 지나쳐버린 책 한권이 있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 제목에 끌려서
작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았고 책속을 훒어 보았으나 그 내용은 어린 내가 이해하기는
너무 난해했으므로 나는 그 책을 이내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잊혀져갔고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리 밝은 사람은 못되어 있어 힘들 때마다 죽음을 떠올리곤
한다. 어쩌면 누구나 한번씩 생각해보았을 죽음이라는 화두를 책의 저자이자 철학자
의 시각은 우리와 비교해 상당부분 차이가 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접한다 하면 그것은 곧, 죽을병 즉,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으로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절망이라는 의미로 그것을 다룬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라는
명제아래 말이다. 절망이 죽음에 까지 이른다는 생각에는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부분이다. 흔히 자살이라고 하는 죽음은 당사자가 보통 너무나 절망적이고 우울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절망이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작자인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에 있어서도 그 종류나 가능성, 현실성, 보편성
유, 무한성, 필연성 그리고 형태까지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정적인 매체는 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신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신을 믿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라고 피력한다. 신앙이 있다면
절망이 죽음으로 까지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는 의미 같은데,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특별히 믿는 신이 없는 나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생각은 아니다. 물론 위급할 때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하느님을 외치게 되긴 하지만 그렇다면 그러한 것도 인지하지
못한 찰나에 신을 찾는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빗어지는 상황이란 것일까. 저자는
정신적인 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인간의 모든 고뇌나 불안 등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은 신을 믿는 것뿐이라는 결론이다. 다분히 그리스도교적인 생각이고 결론이랄
수 있겠는데, 종교적인 이야기는 야기되는 문제나 이야기 꺼리가 쉽게 논할 수 있는
계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케고르는 서언에서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스도 교인만이 죽음에 이르
는 병이 어떤 것이고 그 병을 죽음까지 이르게 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끝없이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절대적으로 착실한 그리스도교인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이 그 어떠한 절망적인 것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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