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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 337 date : 2003-12-23 00: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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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요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최근 나온 24권을 완결으로 더 이상 얼굴요괴에 관한 에피소드는 없을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썩 괜찮은 출판 만화물 한가지를 더 이상 볼수 없게 된 것이다.
나를 다시금 출판만화의 세계로 들어 놓아준 '바사라' 와 '펫숍 오브 호러스'를
시작으로 기억에 남는 몇몇의 일본 만화물은 리뷰를 하기에 사실상 장황하게
할 이야기 거리는 많았으나, 귀차니즘 관계로 통과하기에 이르렀는데, 요즘 딱히 핑계를
만들 이유도 없고... 하여, 엉성하게 나마 얼음요괴 이야기를 언급하고 지나가도록 한다.
줄거리를 이야기하기에 조금 설명이 부족할 수 있겠으니, 혹 흥미가 동하는 사람은
직접 보기를 바란다. 우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블러드와 이슈카.
블러드는 이름 그대로 피와 함께한 인생인 요괴이고, 이슈카는 이보다 더 착할 수는
없다라고 띄워주기에도 모자라는 천사와 다름없는 인간.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것만 같은 이 두 인물은 이슈카가 죽기위해 찾은 동굴속에 갇혀
봉인해 있던 블러드와 조우하면서 시작한다.
이슈카를 만나기 전 잔혹하기만 한 요괴였던 블러드에게 누군가 그것도 인간을 사랑할 수
있게 해준 이슈카를 위해 블러드는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 눈물로 인해 불치병에 걸려
죽었던 이슈카는 다시 살아나게 되어, 블러드는 봉인에서 풀려난다.
두 인물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려 나날을 함께 하게 되는데, 요괴와
인간은 어울릴 수 없는터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요괴인 블러드를 없애기 위해 사원의
스님들과 인간들은 끊임없이 그들을 위협하게 되며, 예전의 두령이었던 블러드를 추종하는
북쪽 요괴들은 인간인 이슈카에게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나마 블러드와 이슈카에게 우호적인 남쪽 요괴 빌트와 라푼젤.
이 두 인물 또한 블러드와 이슈카처럼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이이다.
그리고 블러드를 만들고 키운 요괴중의 상 요괴 카우젤이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간다.
위 인물들이 펼쳐가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다.
가슴 훈훈해지는 대사도 눈에 띄고 그림체도 매력적이다.
특히, 블러드는 대단히 멋있게 그려진다. 주인공이니 당연한지도...^.^
블러드와 이슈카 이외에 빌트와 라푼젤, 블러드의 동료 네이, 자하, 스님인 라우글과 셀기,
하다못해 카우젤 까지도 주변 인물은 이야기를 풍성하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들의 모습이나 이야기를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고 다음 권을 기다려지게 한다.
게다가 이 모든 인물 중 여자는 단 한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마달이라는 여자는 막판에 잠시 나와 이야기를 구성하지만, 그저 필요상 있어야하는
엑스트라 외에 여자는 중요인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슈카와 라푼젤이 여자였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남자여서 어쩌면 더
가슴에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혹, 노파심으로라도 생각할지 모르는 동성애 같은 건 절대 없다.
블러드와 이슈카 그리고 빌트와 라푼젤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이는 성을 뛰어넘는 차원으로
그려진다. 아주 건전하게 말이다.
내가 뽑은 베스트 에피소드는 '레이크·시엘 바이스·엘' 이다. 레이크·시엘 바이스·엘은
이슈카의 last name.
혼자인 이슈카를 데리고 온 양할머니가 붙여준 성으로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요괴 이야기므로 내용에서는 요괴들이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호수에 사는 요괴. 어느날 그의 호수에 어떤 소녀가 찾아와 운다. 요괴가 다가가지만
무서워 하지않고 이유를 말해주는 소녀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끼는 요괴는 그녀에게 자신의
성(姓)을 붙여주고 소녀는 고마워하며 훗날 다시 호수를 찾을 것을 약속하고 돌아간다.
그녀가 이제나저제나 찾아올 것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요괴...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아무리 기다려도 소녀는 호수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움은 증오로 변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신을 속였다고 단정한 요괴는 인간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이 호수에 블러드와 이슈카가 찾아온다.
잘못하여 호수에 안경을 빠뜨린 이슈카에게 안경을 찾아준다며 그를 유혹하는 호수요괴.
이름을 알려달라는 요괴(귀신이나 요괴에게 이름을 알려주는것은 자신을 허락한다는 뜻이다)에게
이슈카는 의심없이 어딘가 슬퍼 보이는 요괴의 표정을 보며 이름을 말해준다.
"이슈카 레이크·시엘 바이스·엘..." 이름을 듣는 순간 요괴는 눈물을 흘리며 블러드에게 입은
중상으로 죽어가면서 기뻐한다. 레이크·시엘 바이스·엘은 그 요괴가 소녀에게 붙여준 자신의 성(姓)
이었던 것이다. 그때 소녀였던 이슈카의 양할머니는 이슈카에게 그녀의 성을 붙여주며 아주 고맙고
소중한 성이니 너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요괴를 보지 못하고 죽고만다. 요괴는 죽어 영혼이 되고 그때 소녀의 모습을
한 이슈카 할머니의 영혼이 나타나 요괴와 소녀는 드디어 해후하며 그간의 아픔을 한꺼번에
씻어버린다.
후에 이 요괴와 할머니의 영혼은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 이슈카를 도와준다.
읽는 내내 눈물로 아롱졌던 에피소드였다. 특히 이슈카가 요괴에게 이름을 말할 때의 감동이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 얼음요괴 이야기는 시종 따뜻함을 주제로 하고 있다.
아무리 악한이라도 미워할 줄 모르는 이슈카를 비롯, 그런 이슈카를위해 모든 걸 버리며 지켜주는
블러드. 그리고 막판에는 카르젤마저 단지 암흑이라며 믿어왔던 그 어두움에 대한 형체와 믿음이
깨어짐을 느끼게 된다.
그저 카이젤이 만들었던 인형에 불과했던 블러드는 이슈카를 사랑함으로 해서 그런 악의 덩어리가
아닌 생명과 영혼을 자각하게 되는 자신이 되어간다.
살아있다는 것, 피도 눈물도 흘릴 수 있다는 것, 소중한 것이 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육체도 마음도
힘도 무엇에 어디에 쓰는냐에 따라 변하는 거라는 대화는 명대사로 꼽힌다.
세상이 끝나는 순간도 서로의 곁에 있겠다는 블러드와 이슈카처럼...
살아있어도 다행이라는 느낌... 각박한 이 세상, 우리 모두도 그들처럼 영원의 존재가 된다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는 마음만 있다면 요괴든 인간이든 그 어떤것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여러 생각을 피우게하는 만화책이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내안의 감정을 일깨워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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