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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 188 date : 2003-11-07 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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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에 서자 우람한 산이 품에 안기듯 다가왔다.
수유리에서도 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확 트인 이 길을 나는 가장 좋아했다.
비오는 날엔 이끼빛 산이 성령처럼 마을을 지키고 눈오는 겨울엔 백의의 제왕으로
너른 가슴을 펼치고 문명을 굽어본다.
'우리가 본능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어는 학자의 보고에 의하면 본능이란 건 사실 없다고 해요.
본능 중에 가장 신비에 속하는 것이 동물의 새끼보호 본능인데 원숭이가 새끼를 낳자마자
서로 분리시켜 키웠더니 나중에 함께 키워도 지 새끼를 쳐다보지도 않더래요.
또 오래 새끼가 알에서 깰 때 어미는 떼고 풍선을 띠워 놓았더니 그놈이 커가면서도 풍선만 ]
따라다니더라는 거예요. 실락원의 아담과 이브도 본능 이전의 상태가 아닐까요?'
요즘도 흰 화폭의 강에 투신할 듯 얼굴을 박고 그림을 그리니?
화폭에 대이는 네 청색 머리카락만이 눈에 어른거린다.
푸르스름한 대기 속에 은회색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하나의 영상이었다. 시야의 것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서 마을은 흔적도 없었고
그 순백의 땅을 두르고 산은 태초의 모습처럼 장엄하게 버티고 있었다.
정원은 더욱 고혹적인 처녀지였다. 메마른 땅도, 황량한 풍경속에 혼자 푸른 잎을 떨치고 있던
소나무도 은총처럼 내린 눈의 옷깃에 감싸여 있었고, 작은 가지가지에도 눈이 두께로 내려앉아
그것들은 허공에 아름다운 성에를 이루고 있었다.
푸른 사틴이 드리운 거대한 무대에 외래인처럼 혼자 서있는 듯했다.
마을도 집도 없었으며 정원만 여명 속에 선 세계처럼 떠오를 뿐 존재란 없었다.
- 내가 어휘를 좀 고치고 손질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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