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순수미술 전공자인데..
아래 국문과 붸비는 언어나 가사로 서블리를 느낀다면.
난 뭐든지 이미지로 감상하고,
느낌을 이미지화 하려는 경향이 아무래도 강해.
이미지 세계에서 쓰는 언어로 서블리의 음악을 표현해본다면.
서블리 노래는
뭐랄까..
일단 톤이나 깊이가 여러번 올려진 느낌이 들어.
이건 서블리가 엄청난 노력파에 소리에 관한한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런것 같아.
왜..동양화나 순간의 에너지가 몰린 드로잉같은것 있잖아.
여백이 있고, 날것의 감수성을 그대로 표현한것 같은 그런 그림들.
이를테면 많이들 아는 에곤쉴레같은?
노래로 따지면 난 패닉의 <기다리다.>같은 곡이 딱 그런
드로잉 같은 곡이라고 생각해.
여백이 있고 덜 장식했지만 그 여백이 가진 감수성이 있지.
근데 서블리는
그런 많은 드로잉들을 수집하고 채집하고 훈련하고 그걸 2차, 3차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느낌이 들어.
근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건, 전자의 드로잉같은 스타일과
서블리같이 집요한 스타일 두개 중 어느쪽이 더 우위에 있다거나
상위개념은 아니라는거.
다만 서블리를 보면서 항상 감탄하는게,
그렇게 집요하면서도 <신선함>을 유지한다는거야.
미술작가들이 한 작품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그 작품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작품이 산으로 가거나, 초반의 반짝이는
영감이나 감수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있어.
그래서 일부러 여러 작업을 돌아가면서 하거나, 잠시 다른 일이나
놀이에 몰두하다가 돌아오면 불현듯 다음 스텝이 명확히 보이는 때가
있거든.
그런것처럼 작업을 하다보면 그 작품에서 어떤 에너지를 발견하고, 전개하고, 폭발시키고, 타자에게 전달하고, 결국에는 공감에 이르는
그 지난한 과정에서 그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빛바래지 않고
유지하고 끌어가기가 참 어렵거든.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긴호흡을 위해서
매일 달리기 운동을 하기도 하지..)
거기서 실패하면,
너무나 장식적이고 테크닉적이기만 한 작품이 되거나,
작가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진심을 놓치게 된다구.
근데 서블리는 정말 그런면에서 굉장해.
작품에 거짓말이 없어.
드로잉의 맑은 채도와
회화의 깊이가 공존해.
진심을 끝까지 관철시키면서도
듣는 타자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폭이 굉장히 넓어.
그게 음악에서 느껴져.
(그래서 난 빠심이 방전된다고 느낄때마다 닥치고 서블리 CDP부터
귀에 꽂지 )
막 거칠고 와일드한 붓질과
너무나 섬세하고 결이 고운 감수성이
그것 나름대로의 주장을 하면서도 어울려 있는거야.
정적이고 깊이있는 사색과
활달하고 신나는 놀이가 공존해.
그리고 작품에는 항상 포인트라는게 있어야 해.
서블리의 곡에는 흐르다가 끊었다가 강조했다가 밀었다가 하는
그런 노련함이 좡난이 아니지.
(-> 틱톡이 딱 이 표현에 적합할듯.
그런 흐름이 굉장히 찰지고 쫀쫀하지..)
그러면서도 1점 투시원근법적인 마초성이 없어.
그런면에서 완전 청자를 매혹시킨다고 해야하나.
좀 쉽게 말해서. 감상자를 꼬시는 능력이 굉장하지..
듣다보면 같이 예술하겠다고 껄적대는 사람으로써
"아 놔 이 사람은 뭐 이래?"할 정도로 막 졸라 감동스럽고
자극이 되지....ㅜ_ㅜ
마치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걸작같아.
어느 장르이든지 극치의 도는 통한다고 하잖아.
그래서 나 작업할때 서블리 노래 들으면서 할때가 제일 든든해.
타 장르 걸작의 비법과 에너지가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 들거든.
내겐 서블리가 가장 큰 스승이야..후후..
나 진짜 이 양반이 오래오래 음악 해주기를 바래.
우리 진짜 대단한 양반 좋아하는거 맞다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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