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싱글은 제가 느낀 자연과 여행을 콘셉트로 한 앨범이에요. 그래서 새 앨범의 장르도 ‘네이처 파운드’라고 지었죠. 좀 거칠게 번역하자면 ‘자연을 두드리는 소리’ 가 되겠지만 팬들이 이 음반에 담긴 자유스러운 소리에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작명했죠”
“이번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어 강원도 흉가에서 일주일간 녹음 작업을 했어요. 녹음 스튜디오는 갑갑한 것도 사실이고 또 획일적인 사운드 밖에 나오지 안잖아요. 그래서 무생물 등 자연만 있는 자연의 공간에서 작업을 하면 새로운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일부러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를 찾아서 간거죠. 멤버들 중에는 이 곳에서 녹음하면서 실제로 귀신을 봤다고 한 친구도 있더군요(웃음).
“7집 끝내고는 바로 외국으로 떠났죠. 2년 동안 외국에서 머물렀는데 처음 3개월은 음악을 잊고 놀기만 했어요. RC(무선 자동차)하고 여행다니면서요. 그리고 이후에는 새 앨범에 대한 음악 구상을 하고 틀을 잡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 온 나머지 2년 여 동안은 음악 작업에만 매진했구요. 1년 정도 거의 감금 생활을 하다시피 멤버 탑과 김석중과 편곡 등 녹음 작업을 거쳤죠. 1년 간은 진짜 잠자고 녹음하고의 연속이었어요. 탑은 저번 앨범에도 저랑 작업을 같이 해서 이런 생활에 대해 걱정을 별로 안했고, 새 멤버 김석중은 좀 불안했는데 저 같은 오타쿠 기질이 다분해 적응을 잘하더라구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는 정말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했죠. 앨범 제작 기간이 워낙 짧았던 탓도 있구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도 ‘아 이제 끝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창작에 대한 강박에서 많이 벗어났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기복을 나름 잘 콘트롤 하는 여유도 생겼죠. 앨범 작업하면서 힘들다가도 어느 순간 좋은 음악 나오면 이제 됐다는 만족감을 갖기도 하고 자신감도 얻고요”
새 싱글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앞두고 있는 서태지. 그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될까? 서태지는 8집 첫 싱글 ‘모아이’외에도 한 장의 싱글과 앨범을 추후 더 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죽이고 싶지 않은 곡이 너무 많아 2장의 싱글과 한 장의 정규앨범을 제작하겠다는 것이 서태지의 말이다. 그는 이번 음악을 더 많이 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예전과는 달리 여러 이색 공연을 마련했고 활동기간을 좀 더 늘일 생긱이다.
서태지는 오는 8월 15일 ETPFEST와 올 가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영국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앞두고 있다.
“지금 오케스트라와 편곡 작업을 진행중이에요. 미국 록밴드 메탈리카도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제 음악은 다소 버라이어티한 편이라 곡 중 감성적인 곡들의 분위기를 현악 세션으로 잘 살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사귀는 이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태지는 "있는 데 없다고 말 할수도 없고 없어도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를 '비밀'이라는 말로 웃으며 넘겼다.
"실험성이 줄었다는 건 완전히 어긋난 판단이다. 이번엔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많아 어느때보다 실패가 많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늘 하고 싶은 음악은 달라진다. 이번엔 내가 은퇴후 여행을 통해 느꼈던 자연적인 것들, 혹은 미스터리한 것들에 대해 표현해 보고 싶었고, 곡을 쓰고 보니 멜로디가 화려해졌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멜로디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홍보 방식도 조금은 대중친화적으로 흐를 수 있던 것 같다.
UFO도 띄우고 미스터리 서클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거기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재밌었나
"만드는 과정은 사실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기 위해 사전 조사도 많았고, 밭을 사서 사전에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했다. 풀들을 밟아보기도 하고, 별별 측량기구도 다 동원했다. 여러번 실패 후 성공한 것이다. 몰래몰래 던진 일련의 게임에 팬들이 반응하고, 또 맞춰 주는게 너무 재밌었다."
UFO도 띄우고 미스터리 서클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거기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재밌었나
"만드는 과정은 사실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기 위해 사전 조사도 많았고, 밭을 사서 사전에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했다. 풀들을 밟아보기도 하고, 별별 측량기구도 다 동원했다. 여러번 실패 후 성공한 것이다. 몰래몰래 던진 일련의 게임에 팬들이 반응하고, 또 맞춰 주는게 너무 재밌었다."
16년 동안 서태지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나 오보가 있을텐데. 바로 잡고 싶은 것들 없나.
"예전엔 그런 것이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잘못된 이미지도 내가 한 일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많은 것 같다. 또 그런 오보, 루머들도 재밌고 지금은 그게 또 하나의 나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뭔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순서를 정하기 힘들다. 부모님 팬 그리고 음악과 RC다."
서태지 꿈은 뭔가
"사실 큰 꿈을 꾸고 살진 않는다. 즐겁게, 계속 좋은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 평범한 나의 삶과 음악을 하는 삶이 잘 조절돼 병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죽을 때까지 즐겁게 팬들과 같이 살고 싶다."
"우리 팬들이 좀 극성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해는 된다. 예전부터 당해온 게 많지 않은가. 이제는 확실히 유해졌다. 새음반이 나오면 음악에 대해 팬들이 다양하게 해석하는데 가장 기다려진다. 팬들로부터 에너지가 나온다. 작은 부분, 큰 부분 모두 음악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 팬들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가족처럼 이대로 늙어갔으면 좋겠다"
서태지가 명명한 '네이처 파운드'는 어떠한 장르일까.
"일단 음악을 만들고 소개할 이름이 필요하니까 장르를 붙이는데 기존의 장르 이름을 붙이니 어색하더라.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자는 생각에 네이처 파운드라고 붙였다. 직역을 하자면 자연으로 심장을 두드린다는 의미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모아이'도 그렇지만 음악이 쪼개지고 부서지면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네이처 파운드는 어감 상으로도 좋은 것 같다"
서태지는 앨범 전체에서 통일성을 갖춘 뮤지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그의 음반은 일관성 대신 개개의 곡들이 다양한 개성과 장르로 특화되며 각개전투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8집은 '네이처 파운드'라는 주제 아래 3장의 앨범이 기획된 콘셉트 앨범의 형식을 띠고 있다. 미스터리, 외계인, 음모론, 인조인간 등 가사의 주제 역시 완결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사실 이번 앨범도 콘셉트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앨범 3장이 나와 전체를 다 들어보시면 오히려 6-7집보다 더 뒤죽박죽일 것이다. 8집 전체를 네이처 파운드라는 장르 하에 기획해서 만들었고 전체 곡들이 유기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규정된 것을 싫어해 하고 싶은대로 했지만 전체를 들어보시면 공통되는 게 있을 것이다. 서태지만의 색깔이 강해졌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는 뭔가 혁명적인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대와 강박관념이 심해서 무척 힘들었다. 음악 작업 시간마저 짧게 잡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지친 나머지 모든 것을 때려치고 싶은 적도 있었다.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여유롭고 편해졌고 점점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도 많이 하고 자유로워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신곡 '모아이'는 '혁명'보다 '편안함'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한결 편안하고 덜 부담스러우며 팝적인 재미와 대중성까지 담보하고 있다. 예전 감성으로 회귀해 그 어느때보다 진실함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대중적으로 만들자는 의도는 없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는데 자연 혹은 여행이라는 콘셉트와 맞아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좋은 소리가 나왔고 좋은 멜로디가 나와 듣는 팬들도 호감을 갖는 것 같다. 대중적인 음악을 기획하고 만든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진짜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은 음악이 이상해졌다고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서태지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곡마다 의상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태지는 정규 앨범에 앞서 싱글을 먼저 선보인 이유에 대해 "정규 앨범만 발매할 경우 타이틀곡 몇 개만 알려지고 나머지는 팬들만 안다"면서 "이번 앨범을 만들고 나니 모든 곡을 타이틀로 쓰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3곡으로 충분히 즐긴 뒤 나머지 곡들을 공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도 음악 생각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아요."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을 마감하고, 솔로 1집 앨범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런 두려움도 없습니다. 좋은 음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팬들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죠."
"대자연 앞에 서면 인간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가슴이 찡해지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예전부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들을 비롯한 초자연적인 신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멜로디는 쉽고 편안하게 가면서 리듬은 심장박동소리를 연상케 할 만큼 잘개 쪼개고 부숴서 초자연적 공간감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신비주의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데뷔 앨범이 성공한 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얼굴이 알려지니까 두렵고 쑥스러운 마음에 주로 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 그렇게 굳어졌죠. 음반 홍보도 치밀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정해진 것이 많아요. 이번 앨범도 그 어느 때보다 숱한 음악적 실패 끝에 만들어졌으니 다 듣고 평가를 내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이상 좋은 음악을 창작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 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을 은퇴한 서태지는 늘 예전 음악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음악적 감이 떨어지는 것이 두렵지만, 지금도 여전히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만들 음악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요."
10년은 족히 젊어 보이는 '앳된' 얼굴의 비결도 이처럼 마음 편하게 음악을 하는 행복감에 있다고 말하는 서태지.'문화대통령''대장'이란 말 속에 가려진 그의 인간적인 고민은 없을까.
"이젠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그런 좋은 수식어를 들어도 담담해요. 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음악하는 데 제약이 될 것 같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점점 줄어드니 이걸 어쩌죠?"
그는 새 음반을 통해 "여행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둔 기간에 여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나중에 배낭여행하면서 죽는 게 목표다 싶을 정도로. 미국의 레이크 타호와 칠레 문 밸리 등을 다녀왔지요."
그는 "혼자 오지 같은 곳을 찾아가면서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기분, 가슴 찡한 기분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모아이'(이스터 섬의 석상)에 관심이 많아 제가 좋아하는, 호기심 가질 만한 것을 해 보자고 해서 시작한 음악입니다."
서태지는 새로 선보인 음악을 '네이처 파운드'라고 이름 붙였다. 이에 대해 "아름답고 신비한 멜로디를 만들고 싶었다"며 "네이처는 아시듯 자연이고, 파운드는 쪼개다·리듬이란 뜻이므로 지금까지 만든 음악 중 가장 쪼개져 있는 음악으로 자연을 두드리는 것 같은 심장박동 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 만의 컴백, 문화 대통령 같은 거창한 수식에 예전에는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이젠 담담해진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었나 …."
외국에만 있었기 때문일까. "7집 활동 끝내고 2년 정도 외국에 있었고 2년 정도 한국에 있었다. 3개월동안 음악을 잊어버리고 놀았고 여행다니고 집에서 작업 구상하고 앞으로 나올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를 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대로 다 해봤고 1년 정도 탑, 김석중과 공동 편곡으로 마무리 작업을 했다. 수정하고 마무리 작업하고 처음부터 후회없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마이크 소음 하나까지 다 체크하느라 오래 걸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안 걸릴 수가 있다 말인가. "집에서 안 나오면 안 들킨다. 가수하기 전에도 집에만 있는 적도 많았다. 시나위 시절에도 머리가 길어서 자주 안 나갔고 6-7개월동안 집에서 베이스만 치고 밖에 안 나간 적도 있다. 외국에서는 편하게 신경 안 쓰고 다닐 수 있으니까 구상이나 창작에 도움이 된다. 외국에서 기본적인 창작을 해 놓고 국내에 오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 강원도에 바람 쐬러 가끔 놀러가는데 흉가도 그렇게 찾게 된 거다. 스튜디오에서는 항상 꽉 막혀있는 똑같은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미지의 새로운 소리를 녹음해 보자는 생각에 자연으로 들어갔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한 번이라도 더 서태지를 보고 싶은 그의 팬들에게 이런 '은둔'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물론 팬들과는 자주 만나고 싶은데 새로운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원래 어릴 때부터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1집 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스타가 돼 움츠러든 면이 있었다. 나는 진정한 오타쿠다. 항상 집에 있고 사람들과 만나기 보다는 혼자서 뭔가 만드는 걸 즐기기때문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심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음악하고 만들고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잘 모른다. 팬들이 10년 넘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고 즐겁다"
"이상형의 여자는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이상형의 첫번째 조건은 착한 여자다. 거기에 꿈이 많고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연 뒤 "나이가 들수록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결혼 자체가 싫다기 보다는 음악을 하는데 지장을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고 싶어지면 반드시 하는 성격인만큼, 언제 결혼을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재테크와 관련해서는 "강남에 건물을 지었다. 아버지가 건물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것은 잘 모르겠다. 그동안 많이 아끼고 살았는데 돈을 많이 벌면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서태지는 8집 첫번째 싱글에 수록된 3곡에 대해 뮤직비디오를 모두 제작한 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을 때 두번째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시나위 시절 약 8개월 동안 단 한번도 현관 문고리를 잡은 적이 없다는 뜻밖의 기록(?)도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무척 '바쁜 사람'이라고 묘사한 서태지는 "주변에서 외롭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잘 공감하지 못한다"면서 "뭔가를 꾸준히 하면 전혀 외롭지가 않다. 집에서 기타를 만지고, 음악을 하고, 또 RC(무선 완구)에 푹 빠져 있어서 여자친구가 없어도 외롭지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가 새롭게 들고 나온 음악과 각종 미스터리 프로모션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설명도 흥미진진했다.
"원래부터 UFO, 미스터리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는 아직도 해외의 각종 미스터리 서클이 외계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죠. 제가 미스터리 서클, UFO 등을 제작해본 건 하나의 '게임'이었어요. 그런 걸 하나씩 해 가면서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신이 났고요. 이와 함께 4집(96년) 이후 세계 각지를 돌면서 부딪친 그 광활한 자연도 이번 음악에 담고 싶었죠. 만들고 보니 딱히 이름붙일 장르가 없었죠. 그래서 '자연을 두드리다'라는 뜻의 '네이처 파운드'(nature pound)라고 지었고요. 워낙 싫증을 잘 내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어서 기존에 추구해 왔던 하드코어적인 음악에서는 잠시 벗어나게 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70억~80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프로모션 비용과 관련해 서태지는 "이제부터 돈을 쓰고 싶었다"면서 "지금까지 모은 돈은 팬들 덕에 얻은 것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팬들에게 되돌려 주고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사실 항상 화기애애한 편이다. 워낙 가려진 게 많을 따름이지 그는 매우 친절한 가수 축에 든다.
왜 RC 비행기를 즐기는지 설명하는 그의 답변에서는 취미생활뿐 아니라 평소 성격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만들 때 재미도 있고, 또 내가 만드는 걸 띄우는 거니까 좋아해요. 실제로 추락할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긴장하면서 띄우게 되고요. 잘 날아갈 때는 쾌감을 느끼거든요. 기술이란 문제도 있어요.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죠."
◇"각종 루머요? 그냥 웃어요" = 음반 작업 중에는 공식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 서태지에게는 각종 출처불명의 소문들이 따라다닌다.
"놀랄 때도 있죠. 최근에는 제가 고등학교 자퇴할 때 썼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떠돈다는 데 그것도 진짜가 아니에요. 제가 가수 생활을 시작한 뒤에 한 말들도 들어있잖아요."
그는 인터넷 기사나 댓글을 자주 읽는다면서 잘못된 정보나 기사를 굳이 바로잡기보다 재미있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냥 '크크크' 웃어요. 예전엔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바로잡고 싶었는데 지금은 실제로 내가 어떻게 행동했으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또 그런 오보조차 지금은 재미있고요."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만난 서태지는 팬들과 다시 만난 소감으로 "팬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쉬기 시작한 뒤 3개월은 바짝 놀았어요. 이후 외국에서 천천히, 여유롭게 2년 정도 음악을 구상하고 데모를 만들었죠.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마무리했습니다. 1년은 녹음만 했어요. 다른 때보다 준비 시간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테스트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후회없는 음악이 나온 것 같습니다."
8집 앨범이 공개된 뒤 상당수 언론과 평론가들은 "대중과의 소통을 살렸지만 음악적 실험정신은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서태지는 "어느 때보다도 실험을 많이 했고 스스로도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실험을 많이 했어요. 실패도 많이 했죠. 예전에는 어떤 장르적 개념이나 목표가 분명히 있어서 그 쪽을 향해 달려갔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고 너무나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태지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을까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적이라는 평가요? 의도한 게 아니예요. 저는 성격상 싫증을 잘내고 새로운 걸 좋아해서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게 바뀌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멜로디가 서태지 아이들 때처럼 화려해졌죠. 지금은 어떻게 해야 더 잘 홍보를 하고 대중친화적이 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새 싱글에서 서태지는 '네이처 파운드(Nature Pound)'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웠다. 5집을 얼터너티브, 6집이 하드코어, 7집이 감성코어로 분류한 데 이은 것이다.
"음악을 일단 만들고 나중에 이걸 어떤 장르라고 해야 하는지 생각해요. 이번에는 맞는 장르 이름을 찾지 못해서 네이처 파운드라고 붙였죠. 서태지만의 음악이 나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직역하면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뜻인데 파운드는 장르적 개념이고 네이처는 전체적인 이미지예요. 자연을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음악을 들어보시면 음이 다 세분화해 있고 쪼개지고 부서져 있어요."
그는 사전에 충남 보령에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프로모션을 벌였는데, 이 일은 당시 인터넷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물론 "지나친 장난"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일련의 미스터리 게임을 하면 그 음악이 더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자연과 미스터리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분야예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으니까요.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분야인데 콘셉트가 맞지 않아 못했죠. 이번에는 자연과 미스터리를 아울러 선곡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마지막 음반까지 나와야 알겠지만 이번 3곡만으로도 많은 걸 함축했다고 생각해요."
데뷔 당시 스무살이었던 서태지는 어느새 데뷔 15주년을 지나 서른여섯의 나이가 됐다. 상당수 어린 소녀였던 팬들은 그와 함께 성장해 이제 어린 아기를 안고 공연장을 찾는 어른이 됐다.
"공연 중 탁아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나이는 먹었어도 팬들 반응은 똑같아서 신기하고 뿌듯해요. 음악하길 잘했다, '아직도 저렇게 행복해 하고 있구나' 생각도 들고요. 운동을 안 좋아해서 기타 들고 작업만 했기 때문에 첫 공연이 조금 힘들긴 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연습할 때보다 숨도 많이 안 차고 괜찮더라고요. 팬들이 있으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2배 정도 솟아나죠."
이번 앨범은 해외 스태프의 도움 없이 완성됐다. 서태지가 직접 소리를 내고 만들어 얻어낸 작품이며 믹싱까지 본인이 직접한 것. 그는 '메이드 바이(Made by) 서태지' 음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연거푸 "정말 마음에 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1집 외엔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었어요. 최고 엔지니어들과 작업하니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생겼지만 그로 인해 후회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믹싱을 하루나 이틀에 한 곡을 하는데, 사실 그래선 안되거든요. 음악이란 며칠 지나서 들으면 또 다른 것이라 시간을 많이 갖고 작업하는 게 중요하죠. 이번에 미리 작업을 시작해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챙기고, 버릴 건 버리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사운드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잘 나온 것 같고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는 한국 음반시장이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시장이 어렵다는 사실이 내 음악에 영향을 전혀 안 준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안타깝죠. 음악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반을 직접 돈을 주고 사서 뜯어보는 그런 기쁨이 있었는데요. 음악의 가치가 좀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도 열심히 만들어야죠. 예전에는 돈을 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쓰자는 마음으로 해요. 16년이잖아요.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받은 것을 다 쓰자, 멋있게 해서 감동을 주자. 그래서 규모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서태지는 언제쯤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지 질문을 받자 "음악에 대한 감에 달려있다"면서 "죽을 때까지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두게 될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죠. 4집을 하고난 뒤에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고 더 만들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음반을 낼 때 다음 음반에 대한 용기는 있지만 다음 다음 음반에 대한 용기는 없어요. 감이라는 게 엄청 떨어져 버릴 수 있는 거라서요. 음반 계약도 그래서 딱 한 장만 하죠. 감이 떨어졌는데 계약 때문에 음반을 낼 순 없잖아요. 그래도 음악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긴 해요. 새로운 음악을 하다가 죽고 싶은 거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인간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 각각의 꿈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나눠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큰 꿈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음악 생활을 행복하게 즐겁게 하고 싶고 좋은 음악이 계속 나오면 좋겠어요. 정현철의 꿈이라면 평범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건데… 새로운 음악이 생각날 시간을 갖는 거죠. 잘 조율해 나가면서 죽을 때까지 서태지와 같이 살고 싶다는 게 정현철의 꿈이에요."
"저 돈 자주 떨어뜨려요"
가수 인터뷰 도중 '돈 떨어질 때 쯤이면 새 앨범 낸다'는 일각의 시샘 어린 시선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농담이다. 팬들 앞에서는 인터넷 유행어와 농담도 자주하는 자칭 개그의 촉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서태지의 말이다.
"개그프로에 나가고 싶기는 한데 무대에 서면 혼자 있을 때의 개그 감각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잘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서태지는 "유세윤씨가 하는 '닥터피쉬'는 락커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락커가 어떻게 철없이 지내는 지를 잘 그려낸다."고 '닥터피쉬'에 대해 칭찬 하기도 했다.
이어 서태지는 "개그 프로제의가 온다면 나가고는 싶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개그를 맛깔 나게 잘 하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못할 것 같다."며 "실제로 MBC 특집 촬영을 할 때도 '오랜만입니다 4년 만입니다' 멘트를 몇 번을 촬영할 정도였다."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뽀얀 얼굴로 언제나 차분하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줍은 듯 살짝 미소를 짓는다. 90년대 등장해 한국 음악의 판도를 바꾼 주인공은 그렇게 미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힘차게 거침없이 춤을 추는 두 명의 멤버(양현석, 이주노)에 살짝 뒤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춤도 제법 잘 췄다. 그는 바로 '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태지다.
서태지는 오늘날의 팬덤 문화를 만들었고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 했던 랩을 들여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노래 가사에도 사랑 뿐만 아니라 사회 비판 의식을 담아낼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게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대변하는 시대의 아이콘인 서태지가 2008년 8집 싱글을 들고 돌아왔다. 네이쳐 파운드(Nature Pound)라는 생소한 장르다. 사전 주문만으로 10만장을 거뜬히 팔아 치우며 여전한 파괴력을 과시했다.
뽀얀 피부에 검정색 뿔테 안경, 부드러운 목소리, 단정한 헤어스타일, 상냥한 미소. 그 모든 것이 '네이쳐 서태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는 미지의 공간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으로 흉가에서의 작업을 시도 했다. 그는 "아무 것도 기대를 안 하고 갔다. 실제로 흉가에 가 보면 온통 뚫린 공간이라 자연과 작업을 한다는 기분이 든다. 또 묘하게 섬짓한 느낌이 든다. 그런 곳에서 연주를 하면 어떤 연주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평평하게 된 게 없어 소리가 다 분산 됐다. 절반은 실패하고 절반 정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부러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를 찾아간 것인데 귀신을 보지는 못했다.
# 8집은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
아직 8집이 전부 공개 된 것이 아니다. 8집 싱글을 통해 공개 된 '모아이''휴먼드림''틱탁'을 들으면서 네이쳐 파운드라는 장르를 느꼈다. 전체적인 8집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서태지는 나머지 곡들은 비밀이지만 유기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질 것이라고 힌트를 줬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던 것처럼 이번 8집도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수도 있지만 자연이라는 공통성은 느낄 수 있다.
싱글 두 장을 내고 정규 앨범을 내는 형태는 처음인데 곡을 만들다 보니 타이틀곡 외에도 다른 곡들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곡, 네 곡 많이 즐기고 심심해질 무렵 신곡을 공개하고 싶다.
서태지는 "팬들과는 자주 만나고 싶은데 음악이 없으면 나설 용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빨리 작업을 해서 팬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자꾸 실패를 하다보니 시간이 늦춰졌다. 어쨌든 전작을 이겨야 겠다는 생각에 마음에 들 때까지 하다보니까 생각처럼 빨리 나오기는 어려웠다.
# 진정한 오타쿠!
서태지는 자신을 진정한 오타쿠라고 설명 했다. 이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어떤 면이 그렇게 오타쿠 같냐고 하자 일단 "집에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집에서 혼자 뭔가를 만드는 것에 심취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긍정적이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인터넷을 많이 하는 편이다. 팬 사이트 '서태지 닷컴'에 자주 들어가 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고 있다. 외국에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 개그맨의 피가 흐른다!
서태지는 쉴 때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개그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개그 프로그램은 다 좋아하는 편이다. 개그 프로그램은 자동 녹화를 해서 볼 정도다. 특히 SBS '웃찾사'의 한 코너 '웅이 아버지'를 좋아하고 KBS 2TV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왕비호도 알고 있다. '닥터피쉬'도 좋아한다. '닥터피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손 동작도 지어 보였다.
서태지는 "워낙 어렸을 때 부터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음악하다가 쉬거나 식사하거나 그럴 때 개그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닥터피쉬'는 로커를 표방하는데 그 세계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그 프로그램은 사실 나가고 싶기는 하다. 혼자 있을 때는 참 개그를 맛깔나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올라가면 쑥스러워서 못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팬들 앞에서는 말이 잘 되는데 카메라만 있거나 그러면 말이 잘 안된다는 그다. MBC 스페셜 방송에 나오는 "4년 만이죠!"라는 말도 몇 번을 찍었는지 모른다. 결국은 어색한 컨셉트로 가자며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또 새로 나온 인터넷 용어들도 다 좋아한다고 했다.
같은 그룹에서 활동했던 양현석은 제작자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서태지도 후배를 양성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했다. 그는 프로듀싱을 하거나 그럴 여력은 없다며 넬이나 피아 같은 그룹을 홍보할 수 있는 시스템에는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 우리 팬 드렇게 과격하지 않아!
서태지는 오늘날의 팬덤 문화의 시작을 이끌었다. 과거 서태지 팬들이 과격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다른 팬 보다는 극성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다. 팬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 히스토리를 아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팬들도 유해졌다. 나는 충분히 우리 팬들을 이해하고 난 그렇게 멋지고 든든한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팬들이 과격하다'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다"고 했다.
서태지는 인터뷰 중간 중간 팬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팬들을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하는 친구''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 표현했다.
서태지는 과거 16년 동안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냥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문화를 이끌고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저 없이 그를 '문화 대통령'이라고까지 칭했다. 이번 앨범을 발표할 때 일부에서는 '무리한 홍보다''서태지 이번에도 성공할까?'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태지는 보란 듯이 그런 의구심을 날려버렸고 앞으로 16년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때로 '분명히 존재해야하는, 꼭 존재할 필요가 있는'이라는, 좋고 싫음을 넘어선 가치를 지닌 가수가 있다. 서태지가 아마도 이런 가수가 아닐까 싶다. 그의 존재는 늘 활력이 돼 왔고 자극이 돼 왔으며 전환점이 돼 왔기 때문이다.
서태지는 8월 6일 MBC '서태지 컴백 스페셜 - 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 방송을 시작으로 8월 15일 ETP페스트, 9월 27일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을 앞두고 있다. 연말에는 전국 투어 콘서트도 한다. 방송도 가능하다면 할 계획이다. 그의 부지런한 활동 계획에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쁘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겠다는 욕심은 없다. 팬들을 대하는 방법도 특별히 변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고 교감을 하는게 정말 좋다. 팬들과 이대로 늙을 때까지 같이 같으면 좋겠다.
[OSEN=이정아 기자]그가 다가온다. 심장이 마구 뛴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난 16년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모든 추억을 가슴에 담고 다시금 내 곁에 다가온 그는 달라진 듯 변하지 않는 눈빛을 하고 있다.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이 든다. 16년 전 처음 그를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는 뽀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 동그란 안경을 쓴 미소년이었다. 그런 여린 모습 뒤에 한국 가요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재능과 열정이 있는지 알아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첫 번째 이야기 ‘난 알아요’. 지금 들어도 좋은 이 노래로 그는 이미 오늘날의 이 자리를 예고했다.
그리고 그렇게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서태지를 만났다. 뽀얀 피부,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도 여전했다. 여유로운 미소와 일일이 미소를 지어주는 친절함은 보는 이들까지 미소를 짓게 했다. 그래, 서태지는 좀처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외계인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울고 웃는 지구인이었다!
서태지는 ‘네이쳐 파운드’를 이렇게 설명 했다. “음악을 만들면서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소개할 이름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이름을 지어 봤다. 자연과 여행을 주제로 이 같은 장르를 만들었다. 자연을 심장처럼 두드린다는 표현이다. 이번 앨범을 잘 들어보면 음이 상당히 세분화 돼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쪼개다’‘부수다’라는 어감도 좋고 그래서 ‘네이쳐 파운드’라는 이름을 지어 봤다.”
이번 앨범은 정말 듣기 편하고 처음 듣자마자 ‘좋다’라는 느낌이 든다. 따라부르기도 쉽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 참 듣기 편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노래가 많았다. ‘모아이’‘틱탁’‘휴먼드림’ 모두 그렇다.
# 에너지의 원천은...팬!
그는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다.
팬들의 기대는 힘도 되지만 때로는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태지는 힘의 원천으로 ‘팬들’을 꼽았다. 팬들이 작은 부분, 큰 부분 할 것 없이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줄 만큼 열정을 갖고 있다. 미스테리 게임 같은 것도 기대 했던 것 이상으로 풀어주고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든든함을 느꼈다. 그에게 있어 팬은 늘 친구 같고 가족 같고 공기 같은 소중한 존재다.
# 상상력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젠 좀 여유로워졌다!
우리는 흔히 ‘창작의 고통’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창작자의 어려움을 헤아려 보려고 한다. 굳이 창작자가 아니라도 매일 반복 되는 일상 속에 어린 시절의 상상력과 야성을 점점 잃는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창작을 업으로 삼고 있는 예술가들은 영감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얼마나 깊게 느끼고 있을까 싶다. 서태지 역시 그럴 것 같다. 그가 매번 들고 오는 음악을 우리는 편하게 듣고 있지만 때로는 이런 음악들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신기하고 그 노력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서태지는 상상력이 고갈 되면 어쩌지, 더 이상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은 늘 있다고 고백 했다. 그는 “며칠에 한 번씩 반복적으로 그런 느낌이 온다. 매번 음악을 만들 때 마다 ‘이제는 안 되겠다’‘이제 더 이상은 안 나오겠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밀려오곤 한다. 그런 느낌을 가지면서도 열심히 작업하고 정리하고 그러다 보면 만족스러운 부분이 나오고 그러면 힘이 난다. 그랬다가 또 다시 에너지가 고갈 됐다는 느낌이 들고 그러다가 좋은 작품 나오면 다시 힘을 얻고 그런다. 그저 열심히 음악을 할 뿐이다”고 전했다.
그를 괴롭혔던,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이제는 덜 해졌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자신을 지치게 했고 음악 할 시간이 너무 짧아 힘들었는데 그때 보다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졌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그걸 홍보하고 순차적으로 편안하게 해 나가고 있다.
서태지는 “외로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외롭지 않다. 심심하면 또 다른 것을 하고 또 다른 것을 하고 그런다. 10년 넘게 함께 할 수 있는 ‘팬’이라는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외로울 겨를이 없다”고 전했다. 외롭지 않다는 그의 말에 안도를 느낀다.
# 결혼...지금은 포기 상태!
서태지 만큼 사생활이 노출이 안 된 스타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그는 과연 연애는 하고 살지, 결혼은 언제쯤 할지 언제나 궁금하다. 일부 팬들은 궁금한 마음에 “어쩌면 비밀리에 결혼을 했을지도 몰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1972년생. 결혼을 생각해 봤을 법한 나이다. 서태지는 “어렸을 때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에 부딪혀서 그런건지 지금은 포기 상태다. 지금에 만족한다. 하지만 하고 싶으면 하는 스타일이니까 언젠가 하고 싶으면 할지도 모른다”며 역시 서태지다운 대답을 했다. 혹시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비밀이야”라며 애교스럽게 즉답을 피했다.
많은 여성 팬들이 서태지의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일까 궁금해 한다. 서태지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뀌는 것 같다며 “생머리에 참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보이시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그때 그때 마다 취향이 바뀌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착하고 나와 말이 잘 통하고 수다를 하루종일 떨어도 지루하지 않는 여성이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오타쿠적인 성향이 강하며 더 좋다”라고 말했다.
서태지는 컴백을 하면서 반응은 모르는 거니까 걱정을 안 했지만 미스터리에 관련된 것은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직원들 조차도 자신이 맡은 것들만 알고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기대를 많이 한 만큼 반응이 좋아 다행이었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같은 순수함과 튼튼한 나무 같은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안고 있는 서태지는 과거 16년 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누려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전성기를 맞았고 2008년 다시 전성기를 열었다. ‘90년대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쓰는 역사는 그렇게 오늘부터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이다.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라는 설렘을 느낀다. 늘 다양한 해석을 기다린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해석일지라도 음악에 대한 리뷰가 많았으면 좋겠다. 조금씩 그 이야기들이 많아져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서태지는 실제로도 지난 데뷔 15주년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퀴즈를 제시하며 겉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팬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태지는 15주년 앨범을 발매 하기 전 자신의 개인 서버를 해킹하는 방식의 게임 서버를 만들어 3단계로 제시된 퀴즈를 풀면 서태지의 개인 자료들을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팬들이 퍼즐 형태의 지도를 획득하면 이를 조합해 코엑스 내의 서태지 15주년 기념관 위치를 알 수 있게 하고 오픈 당일 찾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미스터리 퀴즈의 암호는 이번 8집 싱글에도 적용됐다.
이 미스터리 코드 중 하나가 8집 싱글의 앨범 커버다. 서태지의 새 싱글에는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큰 원에 좌우로 두 개의 작은 원이 그려져 있으며, 그 중 왼쪽 원 속에는 또 하나의 작은 원이 일직선 상으로 그려져 있다.
이를 본 서태지 팬들은 싱글 발매 후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던 게릴라 콘서트의 일정을 지난 1일로 추정했다. 이날이 싱글 재킷이 의미하는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태지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피라미드 광장에서 4.000여 팬의 환호 속에 '틱탁'과 '시대유감'을 부르며 게릴라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서태지는 3일 인터뷰에서 "이런 팬들이 멋있게 보일 때도 있고 또 때로는 든든한 지지자 같다"며 "팬들과는 오랫동안 지내와서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늙을 때까지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팬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서태지는 "새 앨범을 낼 때면 팬들의 음반평을 제일 먼저 기다린다"며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다른 해석이 나올지라도 그것을 통해 다음 음악에 대한 콘셉트를 잡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스테리 써클에 작업할 때 본인도 직접 참가했나?
▲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다. 다만, 밭을 사서 한번 만들고 모양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지우고 이러길 반복했다.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고 GPS를 비롯한 측량기구를 동원해 많은 방법을 연구해봤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결과적으로 아주 잘 나오게 됐다. 팬들이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결과로 나타났다.
-완벽주의자라는 평을 어떻게 생각하나?
▲ 난 사실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이번 음악도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히 타협을 한 상태. 그리고 평상시 생활도 그리 완벽한 타입이 아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게으를 정도(웃음).
-음악 이외의 삶을 산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 내 인생에서 음악을 제외하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만약에 작곡하는데 생각만큼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면 좀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한번 음악작업에 몰입할 것이다. 세계 여행이나 배낭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음악작업에 도전하고 싶다. 음악 이외의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RC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 우선 만드는 게 좋다. 무언가 밤을 세워 만든다는 그 과정이 좋고, 야외에서 바람을 맞으며 비행기를 날린다는 것이 너무 좋다. 조작을 잘못하는 하늘에서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기술을 배워간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힘들지만, 결국 하나하나 조작이 익숙해지고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든다.
서태지는 자신을 '진정한 오타쿠'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안다. TV 개그프로그램은 예약녹화까지 해가면서 특히 빼놓지 않고 본다. 일본 만담개그도 DVD로 구입해서 본다. "웅이 아버지~"같은 유행어도 구사한다. 철없는 로커를 그리는 '닥터피쉬'코너는 확실하게 공감하면서 본다.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놀랄까봐 못 나가겠다. 혼자 있을 때는 개그를 맛깔나게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대에 올라가면 쑥스러워서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도 나가고 싶기는 하다."
특유의 조근거리는 말투는 여전하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들에도 유머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답했다.
서태지가 외계인이라는 설도 있다. "그냥 외계인이라고 말해버릴까"라며 웃어넘긴다. 돈이 떨어지면 나온다는 말도 있다. "돈 떨어졌다고요? 얼른 주워야지." 사귀고 있는 여자는 있는지…. "연애를 안 한다고 말해도 하고 있을 수 있고, 한다고 말해도 안 할 수 있고, 비밀이다."
서태지는 "서태지와아이들 할 때는 가정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결혼은 포기하고 현실에 만족하고 산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결혼한다. 성격이 하고 싶으면 하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서태지는 자신이 '동안'임을 인정한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스트레스 안 받고 자유롭게 산다."다만 "음악하면서 창작능력이 고갈된 것이 아닌가. 나도 끝난 것이 아닌가 며칠씩 고민하고 그랬다"며 원죄와도 같은 '창작의 고통'을 호소했다. 서태지와아이들 해체 당시 이미 고백한 괴로움이다.
열렬한 팬들은 감쌌다. "서태지 팬들이 극성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는지 알기 때문에 이해한다. 억울하게 당한 것도 많다. 그래도 팬들이 과격하다는 말 들으면 속상하다. 나에게 있어서는 멋있고 든든한 지지자들이다." 그러면서도 "팬들이 음악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것을 제일 기다리고 있다. 음악리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태지는 3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투어를 올 연말쯤 계획 중"이라고 향후 계획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다.
"우선 'ETPFEST'를 잘 끝내겠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며 오는 15일 있을 고공연에 대한 기대를 부탁한 서태지는 "그 뒤로도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많이 할 것"이라며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서태지는 "전국 투어가 연말쯤 계획 중인데 기존 전국투어의 경우 활동을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했다면 이번은 활동 중반기에 할 예정이라 많이 색다를 것 같다."고 2009년 까지 계속 활동할 것임을 전하는 한편 "방송도 가능 하다면 출연하겠다."고 이전 음반 활동과는 다른 8집 활동 계획을 전했다.
이어 서태지는 "'서태지 심포니'의 경우는 계속 편곡 작업을 하고 있다. 예전에 메탈리카가 비슷한 공연을 했었는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 톨가카시프와 함께 오는 9월 28일 협연이 예정된 '2008 서태지 심포니'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7집 이후 4년 6개월 만에 8집 첫 싱글 '모아이'를 발표해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적인 컴백을 선보인 서태지는 2008년 하반기 가요계의 '폭풍'으로 급 부상했다. 서태지가 이날 내년까지 활동 계획을 밝히면서 이런 '서태지 폭풍'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서태지는 이번 8집을 통해 자연과 가까운 소리를 모티브로 한 '네이처 파운드'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듯 인터뷰 자리에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모습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서태지는 이번 8집 앨범에 상당히 만족스러우며 나이를 먹어도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을 보며 "앞으로는 공연장에 탁아소를 만들어야 하나"하는 고민하게 됐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서태지는 공항에서 몇 차례 팬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며 "변장을 하지는 않는다"고 눙쳤다.
서태지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케팅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단순히 마케팅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며 "지금도 풀리지 않는 UFO같은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았다. 팬들과 같이 그런 미스터리를 푸는 게임을 하면서 팬들이 새음반을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이번 음반에서 미스터리와 외계인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음반의 내용을 이해하고 좀 더 즐기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어느 정도 비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미스터리 서클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1년 간 기획했고 2개월 정도 만들었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참고했고 보리밭에서 하려고 했으나 보리가 눕는 계절이라 갈대밭에서 했다. 정교하게 측량해서 만들었다. 반경 100미터 정도로 계획했으나 만들면서 훨씬 거대해졌다"고 덧붙였다.
컴백에 4년 6개월이나 걸린 서태지는 "이번에는 정말 빨리 작업해서 2년 안에 나와야지 생각했는데 자꾸 실패를 하고 해서 길어졌다. 전작을 꼭 이기고 싶은 마음에 마음에 들 때까지 하다보니 길어졌다"며 "음반을 낼 때 반응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기대는 했지만 꽤 좋은 반응이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 처음 만날 때는 늘 설레고 긴장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음악 작업 외에는 뭘하고 지냈나.
▶RC 비행기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고 나서는 많이 못했었다. 3개월 정도 음악하는 것 이상으로 잠도 안자고 만들어서 날리러 다녔다. 오히려 그 때 많이 충전이 됐다. 재미있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행복했다. 인도 여행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일본에서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이번 앨범은 순수 국내 제작이라고 설명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지 1집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녹음을 했다. 지금까지 어깨너머로 많이 배우면서 자신이 생겼다. 외국에서 녹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믹싱을 하면 후회되는 점이 많았다.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기도 한 욕심이 들어서 아예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꼼꼼하게 녹음하고 아니다 싶으면 버리고 그런 작업들을 시간을 갖고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사운드에 근접한 것 같다.
▶나이를 먹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특별히 두려워하거나 그런 건 오히려 없었다. 30살 되고서는 '어, 징그러' 그랬는데 어차피 사람의 수명은 정해져있고 죽는다 해도 나만 죽는 게 아니니까 두렵지 않다. 추억이 있고 지금도 추억을 만드는 중이고 나이에 맞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게 좋다.
-언제까지 음악을 할 것인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4집 때는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고 진짜 그만두고 싶었다. 지금도 자신은 없다. 음악에 대한 감이나 끌림이 한 순간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1장만 계약한다. 최선을 다 할 각오는 돼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죽을 때까지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
-앞으로도 신비주의 고수할 건가.
▶이번 앨범이 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팬들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다음 앨범은 더 늦어질 수도 있고 오히려 빨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족하고 팬들이 만족할 만한 음악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지 발매 시기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빨리,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팬들의 연령층도 높아졌는데 기분이 어떤가.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은 예전과 똑같아서 내가 봐도 신기하고 뿌듯하다. 음악 하길 잘했다 싶다. 앞으로 공연 하면 탁아소를 만들어주고 싶기도 하다.
-제작에 참여할 생각은 없나.
▶여력이 있다면 하고싶은 부분이긴 하지만 내 음악 작업과 병행하려면 힘들 것 같다. 눈여겨보는 후배가 있긴 하지만 아직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순서를 정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다. 일단 부모님과 팬, 음악, RC. 너무 소중하다.
-8집 전체의 계획은?
▶아직은 비밀이다. 시기적으로 정해진 건 아직 없다. 가능하면 이번 싱글수록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찍을 생각이다. 새로운 게 하고싶어지면 그 때 다음 싱글을 발매하게될 것이다.
-RC가 좋은 이유는.
▶워낙 만드는 걸 좋아한다. 힘들게 만든 걸 하늘에 띄울 때 실제로 추락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긴장하는 쾌감도 있고. 기술도 필요하고. 비행기를 날리다 한국 사람에게 들킨 적은 없다.
-사람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로서의 꿈은.
▶두 명을 나눠서 생각해본 적 없다. 큰 꿈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행복하고 즐겁게 음악하고 싶다. '정현철'의 꿈은 RC도 만들고 하는 평범한 시간과 새로운 음악도 하면서 두 생활을 잘 병행하고 조율하면서 '서태지'와 함께 사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 아는 이름 '서태지'는 자연인 정현철에게 분명 족쇄다. 하지만 서태지 신비주의 마케팅은 슈퍼스타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인공적인 포장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특히 유례없는 사전 프로모션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번 8집의 마케팅은 그의 달라진 신비주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서태지는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비주의에서 미스터리 서클, UFO, 태초의 소리 등 음악적 주제로 신비(神秘)를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신비주의 전략이 그의 성격과 행보에서 기인한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면 일정부분 자기 한계를 깨고 나온 느낌이다. 보여지는 특정한 모습을 만들고 자신을 재구성하는 방식의 여느 신비주의 연예인들과는 달리 서태지는 '서태지'에서 서태지의 이벤트(결국엔 음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신비주의 전략을 세운 것이다.
"팬들과 만나고는 싶은데 음악이 없으면 선뜻 나서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서태지에게 존재의 참된 실제는 결국 음악 그 자체일 뿐일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영영 그의 사생활이나 일상적인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해 꾸준히 서태지의 음악이라는 신비(神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서태지는 "개그 프로그램은 자동 녹화를 시켜놓고 본다"며 오타쿠스러움을 숨기지 않았으며 "워낙 개그에 관심이 많아 일본 개그도 즐겨본다"고 밝혔다. 닥터피쉬의 경우 "록커를 표방하고 있는데 록커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철없이 지내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의외의 개그 프로그램 예찬을 전하자 한번쯤 나가보고 싶은 마음은 없냐는 질문이 나왔고 "나가고 싶은 데 사람들이 놀랄까봐"라고 말하며 "혼자 있을 때나 팬들 앞에서는 곧잘 개그를 맛깔나게 잘하는데 막상 카메라만 있을 때면 어색해진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양현석, 이주노) 재결성에 대한 질문에 "서태지와 아저씨들이 뭘 하겠냐"는 개그(?)를 날리기도 했다. 서태지는 재결합에 대해서는 "언젠가 하고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특히 서태지는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며 "정보가 별로 없어서 외국의 정보를 많이 연구했다"며 "지방에 밭을 구입한 다음 몇 차례 밤에 그리고 지우고 반복하며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때 본 이스터섬 사진 한 장에 당시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알려진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며 "내 일종의 판타지가 음악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항간에 떠돌던 결혼설에 대해서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어렸을 때는 결혼이 하고 싶었는데 서태지 아이들을 하면서 현실에 부딪혀 그런지 포기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지금 생활에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하고도 "언젠가 하고 싶으면 할지도 모르고"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연애에 대해서도 "(내가) 안한다고 말해도 할 수도 있다"며 "비밀이다"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형에 대해서는 "팬들이 그러는데 말할 때 마다 늘 바뀐다"며 "실제로 조금씩 바뀌어 참한 스타일을 좋아했다가 보이시한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착하고 나랑 잘 통하고 수다를 하루종일 떨어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늘 집에만 있으니 애인도 그래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오타쿠 성향 좋지 않겠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를 전하는 서태지는 17살에 멈춰버린 소년 같은 느낌을 전해줬다. 낄낄 거리며 웃을 수 있는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결혼은 하고 싶으면 하고 안해도 그만, 연애는 자신과 비슷한 오타쿠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서태지는 여전히 소년이다.
3일 서태지와 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서태지에게 가장 먼저 던져진 질문은 "'네이처 파운드'가 대체 뭐냐"는 것이었다. 서태지는 "여행을 통해 자연에서 음악 (자체의) 주제를 잡았다"고 말했다. 서태지의 본인의 설명을 계속 들어보면 "자연이나 여행을 통해 보다 내추럴 해지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좋은 멜로디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파운드(Pound)의 '쪼개다, 부수다'는 어감이 이번 음악을 설명하는데 있어 어감이 좋은 것 같다"며 "자연을, 심장이 뛰듯 두드리고 쪼개고 부순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태지의 8집 수록곡 '휴먼드림'(Human Dream)의 밝고 귀여운(?) 멜로디는 일본 시부야 계열 뮤지션 코넬리우스(小山田圭吾)와 닮았고 '모아이'(Moai)의 두통이 날 정도로 현란하게 쪼개진 비트는 IDM(Intelligent Dance Music)계열 뮤지션 베네치안 스네어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어느 범주에 포함시키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서태지는 위의 대표적인 두 뮤지션의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쪼개지고 부서진 박자들 위에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녹여내는 것(혹은 그 반대의 작업)이 네이처 파운드다. 서태지 8집 음악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물론 서태지의 네이처 파운드를 쉽고 단순하게 일렉트로니카나 혹은 인더스트리얼로 분류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네이처 파운드'는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적인 도전과 실험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서태지는 "이번 앨범이 많은 사람들이 듣길 원하지만 결코 대중적인 코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아이' 정도의 화끈한 변박에 멜로디를 입히는 건 애초에 쉬운 시도가 아니다. 지난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서태지는 비트와 멜로디, 주제의 표현을 위해 '별의 별짓'을 다했다. 서태지가 강원도 흉가에서 이번 음반 작업을 했다는 UCC 동영상이 그 과정 중 하나다.
서태지는 "자연의 소리를 담기 위해 돌아다닌 건 아니다"며 "미지의 공간감이랄까 스튜디오의 답답하고 꽉 막혀있는 장소를 떠나서 새로운 걸 한번 해보자는 의미로 떠난 것"이라고 밝혔다. "바닥 어느 한곳 평평한 곳이 없고 오래돼 썩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고 자연 속에서 함께, 어쩌면 섬뜩한 느낌 속에서 연주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절반 정도는 실패하고 절반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귀신도 나온다는데"라며 웃었다.
서태지는 인터뷰 말미에 일정한 음악적 방향과 주제를 가진 콘셉트 앨범이냐는 질문에 "음악적으로 8집 전체를 들어보면 이번에도 결국 뒤죽박죽 일거다"며 "그래도 자연이라는 콘셉트로 출발했기 때문에 뭔가 통일성 같은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또 "UFO, 미스터리 서클 같은 이벤트들도 앨범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태지는 "결국은 내가 만들고 내가 노래를 했기 때문에 내 음악이지 않겠냐. 분명한건 서태지만의 색깔이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장르와 카테고리에 쑤셔넣어 음악을 듣는건 가장 천박한 방식이다. 서태지에게 그런 질문을 쏟아내고 이를 기록하고 있는 기자 역시 한쪽에서 "닥치고 음악이나 듣고 놀아"라는 환청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태지의 창작과 실험은 기록해둘 필요가 있고 아직도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오지여행서 받은 대자연의 느낌 8집에 담아
10대들이 날 모른다하면 세월 흐른 기분이…"
"언제나 저에게 음악은 설렘이죠. 신비롭게 산다고들 하시는데 저도 사실 평범한 삶을 원해요." 4년 반 만에 8집 앨범으로 돌아온 서태지. 무대를 통해 바라봤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이미 질풍노도의 시절은 기억의 뒷길에 묻어 놓은 듯한 편안함으로 가득했다. 3일 오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과 이례적으로 만난 자리에 서태지는 검은 셔츠를 입고 밝은 색 넥타이를 헐렁하게 맨 채 나타났다.
"오지여행에서 많은 걸 느꼈어요. 자연 앞에 작아지는 기분이 찡해서 그걸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죠. 대중친화적이라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미리 계획하고 그렇게 만든 건 아닙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멜로디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곡들도 나중에 들어보시면 편안하게 들리지만 잘게 쪼개진 리듬감이 느껴질 겁니다. 자연을 두드리는 기분. 바로 이번에 소개한 장르 '네이처 파운드' 의 특징입니다. 나름대로 실험을 많이 한 곡들이니 여러 번 곱씹어서 들어주세요."
서태지는 이번 활동에 앞서 미스터리 서클, 흉가 동영상 등을 이용한 홍보를 선보여 마케팅에서도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동시에 15년 동안 이어온 신비주의 전략도 고수했다.
"그냥 나온 음반을 들으면서 이스터 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보다 홍보를 통해 미리 심어진 영상과 음악의 감동을 연결하는 게 팬 입장에서도 좋을 거로 생각했어요. 왜 신비주의를 고집하냐고요? 시나위 시절에 머리를 기르고 다닐 때 사람들이 바라보는 게 어색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 하면서 갑자기 인기가 올랐을 때에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쑥스러웠죠. 아마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음악적 열정의 근원을 묻자 그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당시의 심정을 함께 털어놓았다. "음악에 미쳤단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잠들면서 내일은 어떤 음악실험을 할까라는 생각으로 두근거리며 즐겼을 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정말 음악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닥쳤죠. 팬들은 기다리는데 별로인 음악이 나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맴돌았죠. 바닥난 모습으로 계속 활동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멤버들과 멋있을 때 헤어지잔 동의를 했고 그게 그때였죠. 지금은 기한을 잡고 음악을 만들지 않으니까 다행히 부담이 없어요."
14,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예정된 'ETPFEST2008'과 연말 전국투어를 통해 팬을 만날 서태지는 8집 두 번째 싱글과 정규앨범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같은 네이처 파운드 장르라는 정도만 밝힐게요. 아직은 비공개로 남기고 싶어요. 일단 지금 나온 곡들로 팬들과 충분히 즐긴 후 새로 시작할래요. 아마 이번 연도 안에는 나올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고요. 하하."
스타를 떠나 인간 서태지를 가늠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카리스마 넘치며 무서운' 이미지로 읽히는 게 아쉬운 듯했다.
"인터넷에 나온 제 평들도 어느 정도는 확인해요. 예전엔 공연 사진 찍히는 걸 꺼렸는데, 이젠 괜찮아요. 10대들이 절 모른다고 그러면 세월이 흘렀다는 기분도 들고요. 아직은 음악이 결혼보다 저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 결혼생각이 없어요.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동안의 비결이요? 스트레스 안 받는 생활 덕분이죠."
1996년 1월 31일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본명 정현철), 양현석, 이주노는 잠적 11일 만에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대중가수의 기자회견으로는 유례가 없는 5백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및 은퇴 이유에 대해 "살이 내리고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과 부담감 때문에 은퇴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998년 7월 7일 서태지는 '고통스러운' 창작의 에너지와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솔로 1집(5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29일 서태지는 8집 앨범 첫번째 싱글 '모아이'로 컴백했다. 4년 6개월만이다.
서태지는 지난 4년 6개월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7집 활동 ETP페스트를 끝내고 2년 정도는 외국에 있었고 2년간 한국에 있었다는 것. 전반에는 3개월을 '마냥 놀았고' 그 이후 여행도 다니고 어떤 노래를 만들어야 겠다는 콘셉트를 잡았다는 것. 이후 기타리스트 탑과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김석중과 1년간 공동 선곡과정을 거쳐 녹음을 했다는 것. 서태지는 "탑과 김석중과 거의 골방에 틀어박혀 1년간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기존보다 후회없는 만족스러운 사운드"라는 것.
4년 6개월간의 지난한 싸움에 대해 서태지는 "결국 내 힘은 팬들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준비한 미스테리 게임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면 재미 없었을 텐데 팬들이 그만큼 열정적이고 작은 부분 큰 부분 할 것없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져주기 때문"이라는 것.
서태지의 '팬 사랑'은 지극하다. 서태지는 "팬들을 가족 같다"고 말하며 "교감 너무 좋다. 늙을 때 까지 같이 가고 싶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과격한 팬 문화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평가에 대해 "확실히 유해졌다"고 웃으며 "나는 충분히 다 이해한다. 그런 모습이 멋있고 든든하게 보일 때도 있다"고 전폭적인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늘 두문불출하는 서태지에게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인터넷. 서태지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접한다"며 "무엇보다도 서태지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의 이야기를 늘 듣고 있다. 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안다"고 밝혔다.
서태지의 인간적 빈틈은 "음악을 만들다보면 외로울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 늘 자신에게 관심을 아끼지 않는 팬들과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어떤 음악을 들려줘도 변함없는 애정과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나는 이제 끝난게 아닐까?'를 반복해 되뇌이던 서태지의 유일한 희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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