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1
서울 KBS 88체육관
1. 그들에게 감사를 고하다.
1) 45 RPM + 앤썸 : 하여가
우리가 누구야? - 45rpm
너희는 누구야? - 우리는 태지매니아
5년이 넘은 세월,
이십대 초반이었던 팬이 서른이 된 지금
그때와 똑같이 호흡하고 있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네요? 내년에 저희 2집 나오거든요."
5년이 넘었다. 이제야 내년에 2집을 낸단다.
지금 나의 룸메이트가 좋아하는 VOS라는 그룹이 있다.
"눈을 보고 말해요"란 노래로 한때 히트를 쳤던 그 그룹이
"쇼바이벌"이란 신인 양성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더라.
1등을 하던 그 날, 이 아이들이 펑펑 눈물을 쏟아내었다, 하더라.
"눈을 보고 말해요"가 그렇게 인터넷 상에서 대박이 났는데도 적자였다, 하더라.
쇼바이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나서야, "매일매일"으로 앨범을 냈다더라.
45rpm의 "내년에 저희 2집 나와요"란 이 말,
우리 가수들이, 노래 열심히 하는 가수들의 현실이 보이는 것 같아서 살짝 가슴이 아팠다.
어디서 다시 만나든,
"우리가 누구야?"란 질문에 "45rpm"이라고 지지해줄터이다.
그대들의 행운을 빈다.
2) 나윤권 : 너에게
"아니라고 말못해."
그가 "너에게"를 끝내고
"참 많이 떨립니다. 그리고 선배님의 노래를 망친거 같아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우리 일행이 저렇게 말했었지.
가사도 틀리고 뭔가 이상했지만 말이지.
많이 떠는 거 같더라.
뭐냐면, 서태지의 기념공연에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들에게 상당한 부담이었구나, 라는 걸 그대부터 알려주기 시작했단 말이지.
그 이후로 나온 이들을 보고서야 깨달은 거지만.
덕분에 그대의 음성보다 앞에서 춤을 추던 이들에게 마음이 뺏겼더랬다.
3) 유세윤 : 서태지의 패션에 관하여 말하다.
- 유세윤도 정말 태지를 좋아했을까?
- 나도 의심스러웠었는데, "잘못봤어, 손해를 봤어."를 아는 거 보니까 그런거 같기도 해.
- 하긴, 그 나이대에 서태지를 안 좋아한 사람, 많지 않지.
건방진 거, 하나가 컨셉인 이 사람,
온 몸으로 여기서 내가 이걸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하고 있더군.
반가웠네. 태지 패션이라기엔 영 아니었지만.
4) 에픽하이 + 피아 : 교실이데아
"서태지 선배님이 하나하나 곡을 정해주셨는데요. 우리 나라 가요 10년에 가장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하는 교실이데아를 지정해주셔서 영광이었고, 사실 부담도 많이 됐어요."
"4집이 나왔을 때 우리 학교에서 제가 젤 먼저 앨범을 샀었거든요. 그땐 먼저 앨범을 샀다는 걸로 한달동안 짱이었거든요."
"이 노래는 서태지 선배 덕분에 생겨난 노래일지도 모르겠어요."
잔뜩 긴장해서 최선을 다해 "됐어"를 외치고, 온 힘을 다해서 춤을 추던 타블로.
멘트 칠 때도 음성이 떨리던 미쓰라.
에픽하이와 "교실이데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훌륭하게 소화하더라.
라인업 중, 가장 대중적인 명성을 가진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연 다 끝나고, 공연장 밖에 차가 여전히 남아 있는 거 보고 또 한번 진심이 느껴지더라.
참 괜찮은 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래서 한때 에픽하이 앨범만 걸고 다닌 적도 있는데,
호감 백배 상승.
5) 컴백홈 : 스윗스로우
내 귀를 의심했다.
가사는 "컴백홈"인데 아주 새로운 곡이었다.
곡의 재해석 측면에서, "최고"였다고 본다.
가장 박수를 크게 쳐주고 싶었는데
무대 위 장식물에 불나는 바람에, 박수쳐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사실 금방 진화되었지만,
불이 좀 더 빨리 붙어 나갔다면 꽤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무대 위에 서있던 스윗스로우나, 불씨가 뚝뚝 떨어지는 아래 있던 팬들도 참 덤덤하더라.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임. ㅎㅎ
저게 빨리 붙는다면 위험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 큰 사고가 나겠지?
큰 사고가 난다해도, 태지 공연이니까 내가 다친대도, 죽는대도 괜찮아... 뭐, 그런 생각을 했다면.. 믿을런지...
진화되고 나선.. "8집이 잘 되려나보군."이란 생각을 했다눈...
대장, 나 착하지? ㅋ
어쨌든, 댄디보이 4명
"앞으로도 의식 있게 노래부르겠습니다."라는 그 말,
참 믿음직스러웠다.
실력있는 그들에게 빛이 있기를.
그들의 어록.
"자랑할 게 있어요. 씨디를 선물로 주셨거든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이들이 마치 뭐 하나 얻은 팬들이 자랑하듯 자랑하고 싶어 안달난 15주년 공연.
6) 춤꾼들 : Maybe Tip-crew
처음 "난 알아요"와 중간중간 댄서들이 필요할 때마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곡들을 정리하며
한 그룹의 춤꾼들이 나와서 춤을 추었다.
그들이 누군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서태지닷컴 공지의 Tip-crew가 아닐까 싶은데..
태지가 이들의 토양을 마련해주고
그 토양에서 한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
그 자체가 참 좋다, 늘.
7) 넬 : Take 1
Take 1을 감당할 밴드는 넬밖에 없다.
그런 생각밖에 안들었다.
종완인 정말 노랠 잘한다
넬을 볼때마다 느끼는 거다.
"60주년 공연을 해도 똑같을 거 같아요. 워낙 신기한 DNA를 가지고 계셔서."
넬 나오니까 웬지 모를 냉랭한 기운이 돌더만,
사실 종완이의 이 멘트는 정말 훈훈한 멘트가 아니던가.
넬과 태지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태지가, 태지팬들이 버팀목이 되어줘 시작한 넬.
태지가 넬에게 했다는 말처럼, 더 멋진 음악을 기대한다.
8) 피아 : 울트라매니아
"잠깐, 기범. 튜닝이 안맞는 거 같은데"
"행님. 여기 계십니꺼?"
"아, 마이크는 좋네요."
태지의 음성이 울린다.
녹음해서 맞춘거라는 거 알면서도 두리번거린다.
"너와 내가 한 곳에 있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끼게 하는 그 첫번째 신호.
"저희는 이렇게 센 음악을 안해서.. 잘했는지 모르겠어요."
잘 불러줘서 고맙다, 옥군.
살짝 불안했었다구..
피아..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9) 트랜스픽션 : Take 5
유일하게 본인의 노래도 못 부르고 들어간 그룹이다.
Take 5 부를 때조차도...
모두들 "종이비행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트랜스픽션도, 해랑도,
꽤 매력발산하는 녀석들인데
참 고맙더라, 참 미안하더라.
10) 윤진서
"여러분, 저도 서태지 사랑해요."
"화재 때문에 잠깐 지연된 것,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이 아이, 울고 있더라.
"오늘, 싸인을 두번째 받았어요.
오늘은 싸인을 보내주셨어요. 진서씨에게 두번째 싸인을 해드리네요."
공연장 분위기, 살짝 냉랭하더만
팬들, 염장질이라면서 흥분하더만.
사실, 난 진서양 때문에 울컥했다.
진서양 울어서 따라 울었더랬다.
저 아이도 참 태지, 좋아하나 보구나.
저 아이도 저 자리에서 사회본다는 것자체에, 얼마나 감사했을까.
11) 동시대인으로서, 같은 팬으로서, 그러나 감사하다.
스윗스로우였던 거 같다.
"사실 같이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무대위에 있는 그들이나,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서태지"를 함께 호흡하던 사람들이었다.
무대위에 있으면서도 그 영광을 주체할 수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에게 참으로 고맙다.
그들도 가수인데,
서태지의 곡 한 곡과, 자신들의 곡 단 한 곡을 부르러 그 시간을 내어서 온 거다.
그것도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서.
2. 종합선물세트
사실, 15주년 기념앨범. 서태지 기념관. 15주년 기념공연
뜬금없다 생각했다.
10주년도, 20주년도 아니고.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순간, 생각했다.
이건 종합선물세트구나.
1) 너와 내가 함께 있다는 느낌
무대위 피아.
공연장을 울리는 태지의 음성.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두리번거리다.
무대위 R.C.(그 이름은 버팔로.. ㅋㅋ)
영상 속 태지가 R.C.를 몰다.
R.C.를 따라가던 태지.
다시 태지가 R.C.를 리드한다.
문을 열고 트리가 반기니, "아,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
그러나 그는 더 큰 선물을 안기니
정확하게 말한다. "난 너를 향해 노래하네."
너와 나는 여기 함께 없지만,
너와 나는 또 여기 함께 있다.
이 느낌이 나를 참으로 충만하게 만들더라.
2) 서태지의 소녀적 감성
Take 5 시작과 함께 노란 비행기가 천장 위에서 쏟아질 때,
한 스탭 손이 수십개씩 집어서 투하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서태지의 소녀적 감성, 아직 죽지 않았구나."
2층으론 절대 오지 않고, 스탠딩으로만 집중 투하되는 비행기들을 보면서
"그래, 좌석에서 편히 보려고 했던 안이한 태도에 대한 벌이야."라고 슬슬 마음을 달랠 때만해도, 그냥 피식 웃고 말았더랬다.
150장 한정판, 그것도 우리가 날려줬던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메세지를 보고 나서...
하나하나 얼마나 세심히 기획했는지 하나하나 느껴지고..
"너희"가 아닌 "너"로 지칭하는 그의 메세지를 보니..
3년전 제로공연때처럼...
빠심 작렬해주시더라.. 다시 또 연애모드더냐..
3) 고마워.
"시간은 많은 것을 거짓으로 만든다
언젠가 나는 너의 속삭임이
사라질 향기라고 생각했다
세월에의 마법에도 거짓이 되지 않은 너
.... 고마워"
기억에 의존한 그의 편지, 정확하지 않지만
우리 일행이 말했듯,
"사랑해"란 말이 아닌 "고마워"란 말이라서 울컥했다.
정말 많이 고마워하는구나.
나도 정말 많이 고마워하는데.
이렇게 서로 고마워서 어쩔줄 몰라하는구나.
"나는 100명의 대중보다 1명의 매니아를 원한다."
이 말은 대중을 배척하려는 게 아니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라는 거다.
진심.
진심.
이 진심 때문에,
또 이렇게 공연 후기를 쓰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4) 그리고..
수많은 화환들,
그 중에서도
"태지형님 매력발산 금지 - 태지매냐를 아내로 둔 남편들". ^ ^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팬들의 모습.
다 어른이구나, 이젠.
그리고... 참 잘 컸구나, 모두들.
참.... 무대...
보면 볼 수록 이쁘고 멋있던데...
하나, 하나 버릴게 있어야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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