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에 좀 험악한 표현이 있어서 개인홈에만 올릴까 하다가 위태에도 올립니다.
별 거 없어요. 문제되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이티피 첫날은 일하느라+술ㅊ마시느라 날려버렸고(...아놔 근데 첫날에 좋아
하는 밴드들 완전 몰렸는데 어쩔거야;;;) 둘째날도 완전 흐늘흐늘한 컨디션
에 오후 네시부터 봤습니다. 그나마 본 것도 여덟시간동안 비 철철 맞으면서
뇌는 흐늘흐늘 씻겨나갔고, 그나마 남은 뇌 한조각도 삼성동까지 택시 잡으러
걸어오면서 송파구 어느 구석에 버리고 왔음-_- 그리고 이틀 지나고 나니
홀가분하네효; 전 이제 쓰나 안 쓰나 별 차이가 없음-_- 그러니 이제 제 후기
본연의 기록, 난 갔다왔었다 인증샷이나 해 보죠. 정치적인 공정성이고 락빠로
서의 정체성이고 다 던져두고, 제 본연의 목적만 그나마 성의있게 쓸 예정-_-;
-전반적인 총평
언제나 그렇듯이 무대는 후덜덜 초대형 간지가 넘쳤고(지금까지 etp무대는 '괴
이함'의 일관성은 유지한 채 어느 게 낫다 못하다 할 것 없이 포스가 넘치는데
4년 주기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건 분명함. 내가 쓰고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_-;) 사운드도 엄청났음. 뻥 하나 안 치고 삼성동에서도 또렷하게 들렸음.
갔다 오기 전&갔다 온 후 ㅈㄹㅈㄹ거림에 대해서는 '도대체 그 동안 락페 어디
갔다 왔니'라는 말밖엔 할 말이 없음. 쌈싸페처럼 만원 내고 학교 운동장에서
구르면서 듣는 초저렴 버전 락페도 나름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고, 마릴린맨슨
에 더유즈드에 한미일 십여개밴드 불러와서 무대하고 음향에 몇십억원 ㅊ들이면
스폰서 땡길만큼 땡겨와도 티켓값에 십만원 훌쩍 넘어가는 간지 락페도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다. 취향하고 능력따라서 갔다 오면 되는 거지 이티피 와서
티켓값 비싸다고 ㅈㄹㅈㄹ거리는 건 뭐임? 후지 락페가서 그렇게 우기등가-_-
난 절대 쌈싸페 가서 이티피 싸운드 안 난다고 뭐라 안 한다-_-;
마찬가지 이유에서 무대 세팅 시간 오래 걸린다고 ㅈㄹ거리는 것도 이해불가.
아니 락페가 핑클이 눈가루뿌리고 나가면 에쵸티가 그 위에서 미끄러져가면서
부르는(...비유가 써놓고 보니 좀 올드하군-_-;) 음악중심도 아니고, 니들이
그렇게 애닳아하는 쌈싸페나 펜타포트도 무대 세팅마다 15분 이상 걸린다니까.
밴드 세팅 다 해야되고 사운드 조율 다 해야되는데, 아참 그날은 무대 위에
비가 철철 흘러넘쳐흐르기까지 했는데, 우리 무대 특수효과의 대가,
사운드 킹왕짱 오덕(...) 서태지선생께서 주관하는 락페가 그리 호락호락할 줄
알았음? 어차피 세팅시간은 노닥노닥 밥먹고 맥주까고 나가 쉬다 오라고 있는
시간임. 그때 쉬지도 않고 뭐한거요.
또 마찬가지 이유에서 서태지 나왔다고 ㅈㄹㅈㄹ거리는 인간들한테-'이런 30년간
비둘기 목 뜯어온 비둘기뜯기의 달인 오지 오스본 선생 주관 락페에 오스본 나온
다고 fucking할 인간들 같으니-_-'
...아 쓰다 보니까 샛길로 갔구나;;; 밴드 평을 줄여야겠다-_-;;;
-몽키 매직
캐나다 오빠들 주제;에 닛뽄삘 멜로디와 닛뽄 가사를 아주 잘 소화해 주셨음.
-맥시멈 더 호르몬
비교불가능에 계신 오빠님을 빼고 최고. 이름 그대로 정력만땅인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셨음. 한국어는 거의 못 하면서 멘트가 공연에 맞먹을만큼 길었음. 멘트
는 카랑카랑, 보컬은 곱디고운 파워풀 드럼언니 사랑해요.
-드래곤 애쉬
언제나 B+정도 하는 무난하고 괜찮은 공연. 방긋방긋 호피무늬 댄서오빠가 좋았음.
-더 유즈드
지난 이티피의 후바스탱크(좀 설명하자면, 인지도 높고 그간 들어왔던 음악도 꽤
괜찮아서 기대했는데 직접 보니 별로였다;임)같았음. 잭 블랙 닮은 보컬(...자기
얼굴을 예수 성상에 패러디한 프린트의 밴드 셔츠가 인상적이었음; 잭블랙 지저스
라니-_-)의 '아리가또!!!'에 다들 짜게 식었음-_- 농담이래도 오늘은 정말 안 좋은
타이밍이라고-_-
-서태지(이때부터 빠심으로 돌아가 존댓말)
셋리스트(//는 멘트하는 휴지기)
1.모아이
2.필승//
3.take 4//
4.heffy end
5.take 2//
6.시대유감//
7.슬픈 아픔
8.틱탁
9.인터넷 전쟁//
10.이제는//
11.휴먼 드림//
12.라이브 와이어
8집 자켓 버전의 모아이 휘장이 무대 전면을 드리우고, 세팅을 꼼지락꼼지락 길게
하더니 휘장이 서서히 걷히고 무대 뒷편에서 앞쪽으로 거대한 캡슐이 내려옵니다.
우주선 캡슐인데, 자켓을 봐서 그런가; 자궁같기도 하더군요. 어쨌거나 캡슐에 앉
아있는 오빠님은 너무나 작고 하얗고 인형같아서-_- 이번에도 빵 터지나 싶었는데
멀쩡하게 서서 콩콩 뛰어다니며 모아이를 부릅니다? 카키색의 반팔티셔츠(엄훠나
역시나 여름에 오시니 반팔이라 좋군요)에 더 짙은 카키색 바지가 시원해보이니
좋습니다. 선글라스야 이번 앨범에서 끼고 다니는 바로 그거고...
...여전히 현실감이 없어요-_-;;;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기타도 치고, 액션도 하고, 뛰어댕기고, 약도 잘 올리
는데, 심지어 수염자국도 보이는데!!! 그땐 나름 아아 오빠님이구나 싶었는데
머릿속에서 남은 건 수염자국까지 실사감이 나는(...이건 뭥미;) 아주 정밀하게
잘 짜인 인형;;; 대형 화면에 비치는 실루엣마저 아주 가느다랗고 섬세한데 비례감
최고라 더 현실감 없음-_-;
이 빠순이 현실감을 느끼건 말건 오빠님께서는 여전히 콩콩 모아이를 잘 불렀고
마지막에 여럿 죽이는 '하~'까지 상쾌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멘트. '안녕하세요
, 4년만이죠? 밤 샌 사람들도 많다면서요?(...술ㅊ먹고 늦게 온 사람도 있습네다-_-;)
잠도 못 자고 피곤할 텐데 괜찮아요? 이만했던 여러분이 그때 보여줬던 똘망똘망한
모습을 아직도 보여주네요'(응, 오빠도 그때 보여줬던 똘망똘망한 모습 그대로야;)
기타 멘 후 필승으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탑마미의 '난 버림받았어~'에서
상쾌하게 탑을 비웃어주시는군요-_-; 필승이 끝난 후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태지밴드
입니다~' '저는 보컬을 맡고 있는 서태지라고 해요' 너무너무 친절하고 착하게 소개를
하셔서 빠들을 얼빠지게 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멤버들 소개마저 '탑마미' '오뚝김'
'미정'...아놔;;; 오빠님 그렇게 재야 팬사이트까지 눈팅하는 티 내시면 곤란해요-_-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해놓으신 다음 드럼 치는 원장님 가리키며 '저 사람 누구?
우리 밴드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하자 원장님이 발끈하셔서 드럼을 깨부실
듯이 내리치셨지만 끝까지 소개하지 않으셨습니다-_-
쨌거나 멤버 소개용 인트로로 take 4가 시작됩니다. 아아, 전 이 노래가 너무 좋아요.
너무나 발랄하고 상큼한 악의가 넘실거려요. 이번에도 '불행한 너~'와 짐짓 모르는 척
'뭐라고?'를 섞어주시는 센스. 그리고 마지막엔 '행복한 너~ 행복한 우리!'를 외쳐주
셨지만 공연장에 남은 것은 한무데기의 유쾌상쾌한 빈정빈정 놀림 뿐-_-
분위기를 차갑게, 차갑게 달려보자고 하면서 heffy end, take 2.(언제나 이 사람의 셋
리스트는 공연 컨셉과 각 부분 안배와 맞아들어가지만, 이 두곡을 '차갑게' 안배하는
센스는 정말 좋았음) heffy end는 좋긴 했는데 '더 달려봐~'에서 두구두구하는 원장님의
드럼을 듣다 보니 헤프씨가 그리워졌어요;;; 헤프씨는 잘 살고 있을라나( --) 그리고
take 2에서 이젠 러닝머신 레일이 없어도 영혼의 러닝머신;;;을 가동하시는 오빠님의
그 구부린 등선, 등선, 등선. 얇은 티 사이로 비치는 오독오독등뼈빠로서 십년치 볼
등선 절경을 한 곡으로 다 보았으니 여한이 없...는 건 아니고 원혼은 늘어감. 등뼈
빠 중에서 이번 공연을 놓친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을만큼 후회할 것입네다.
오빠님의 미묘한 도발센스는 이번에도 발군의 레벨. '13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세상은
그대로네요'라고 하면서 '2008년도 한이 많이 쌓였죠? 한을 풀어봅시다!' 라는 도발멘트
와 함께 시대유감을 불렀습니다. 이때 스탠딩부터 2층 3층까지 호응은 장난이 아니었고
2004년과는 달리 오빠님의 '흐으음~'과 '하아아~'에는 물기가 서려있어 더 무서웠습니다
-_-
이제 우리들의 슬픔에 대해 얘기하자면서 전통적 레파토리(...) 슬픈 아픔. 슬픈 아픔
마지막엔 '웃음소리'가 나레이션으로 나왔습니다. 하긴 모아이에서 대놓고 웃으니까
웃음소리도 얘기해도 되겠죠 뭐-_-
...언제나 이런 대형공연이 있으면 오빠님은 자신의 예전 곱고 아름다웠던 노래들을
하나씩 범하시면서...아니 손대시면서 빠들의 가슴을 찢어놓는 걸 즐기십니다.
이번엔 누구누구?하고 기대했는데 역시나 그 시간이 되었어요. 그 동안 세월이 많이
지났어요. 16년이 지났어요. 이 노래를 부른지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우리들만의 추억
...이라는 압박과 함께 오늘에서야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부를수 있을거 같아요.
이.제.는. 말이예요
아놔;;; 상상을 초월하는 고퀄의 락버전 이제는,이 나왔습니다;;; 16년이 지났지만 오빠
님의 미성은 곱디곱기 그지없었고, 그때는 부족했던 전달력과 힘이 붙었어요. 락버전
'너에게'와 같은 쿠콰쾅 반전은 없어요. 전반부에서는 원 버전 클래식 기타 반주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하게 받쳐줬던 밴드 연주가 후반부에서 힘을 받고 조용하
게 압도하는데 그게 진짜 압권임.
오빠님 ㅠㅠ 오빠님ㅠㅠ 오빠님ㅠㅠ
이때 빠들이 실신크리 직전까지 갔기 때문에 오빠님은 달래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연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식혀주자 엄청난 반항. 그러자 장난기 엄청 섞인 말투로
'지금 맨슨이형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단 말야'라고 퉁겨주시는 오빠님(...오빠님이
얼른 끝낸 다음 맨슨형 공연을 보고 싶은 건 아니고?-_-;) 엄청 울린 다음 캐발랄
한 휴먼드림으로 웃겨주시는 센스.
2008년 큰 공연을 처음으로 갖게 됐댑니다. 오늘을 잊지 말래요. 안 잊는다고
소리소리지르니까 딱 한 마디 '작아'라고 해주셔서 소리를 몇배로 증폭시켜주셨습니다
-_- 그리고 독립기념일이라며 마지막 곡 라이브 와이어로 휘몰아치셨음. 끝난 다음
탑마미와 감격의 포옹, 다른 멤버들과도 포옹한 후 김실장님께 안기다시피하며 발랄
하게 들어갔습니다.(이 분의 압권은 역시나 무대 위에 있을 땐 오늘 행복해요, 잊지
못할 날이에요, 나 잊지마 등등으로 낚으셨다가 들어갈 땐 아 끝났다 기쁘다 하고
캐발랄하게 들어가는 센스-_-;) 서밴들도 관객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끝났습니다.
오늘의 명언: 내가 앙탈부리지 말랬지?(...역시나 ㄱㄱ의 포스-_-;)
-마릴린 맨슨(그리고 다시 궁시렁거리는 혼잣말체로 돌아감)
식칼, 마더퍽커, 바지-_-;
-그래서 마지막 평
공연지연이라든가, 관객과 진행측 일부 비매너라든가 등등이 있긴 했지만(...
서빠라든가, 락빠라든가 정체성을 가진 뭔가를 탓하고 싶진 않음. 어차피 서빠
가 오빠님 공연장에서야 한떨기 유순하고 애절한 소(녀)떼들이지 대한민국
락씬에서 서빠 빠지면 반도 안 남는게 공공연한 사실 아닌가; 거기다 어제 공연
장처럼 온갖 나이대와 사회적 배경;과 계급;을 지닌 관객층도 참 간만이었음.
마릴린맨슨까지 우산쓰고 앉아 흥미진진하게 봐제끼던 60대 할아버지를 보며
오오 우리나라도 이제 락빠 노인이 나온 것임?할 정도였으니;;; 어쨌든 간에
사람 많은 2호선의 문제라고 봄-_-) 언제나 그렇듯 만족스러웠음. 진부한 수사
인지 모르나 '대한민국에 이 정도 락페가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임.
다만 이 락페가 1회, 2회, 3회...거듭되나 '계속 놀라운 일'이 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한계라고 봄. 상당히 지적이 들어왔듯이 이 공연
은 노동, 자본, 기술이라는 생산의 모든 요소를 서태지라는 최종 프로듀서에게
기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음. 우리 나라에 서태지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을지 모르나 한번 열리는 락페에 100억 가까이 부을 사람은 없고,
(그리고 이 정도 스폰을 락페에 끌어올 사람도 없고-_-) 엄청난 규모의 전문화된
스탭을 몇달 동안 일사불란하게 전념시켜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낼 사람도
없음. 김정일 둘째 아들 정도의 락 오덕 재벌이 이제부터 미치면 가능할지 모르
나 그 인맥에 노하우를 쌓으려면 역시나 10년 삽질이 이제부터 시작일 것임.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 인간이 맨날 하는 오빠님이 최초이고 최고임 타령이구나
하겠지만...실은 맞고-_-; 하나 덧붙이자면 한국에선 그래서 이 사람이 마지막
이겠구나싶음-_- 다른 누가 하질 않으니 4년에 한번, 올림픽 텀이어도 그냥 입벌
리고 기다리는 거고(그리고 락빠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놀라움'이다 보니 그냥
매해 하는 다른 대체물 찾으면 됨;) 뭐 그런 거임. 괴수 레이블도 비슷한 맥락
이고...역시나 이 양반은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이 일대에서 끝날 초고수 컨셉이
맞나보다.
-끗-
211.181.1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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