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입니다. 부산을, 대구를, 충주를, 원주를, 전국 각지의 전투를 개최하시어 우리강산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신 오빠님은(그리고 심지어 블라디보스톡의 아름다움까지-_-) 이제 평일, 정시 퇴근을 한시간
이나 자체 앞댕기고 날라서 여의도에서 일산까지 날라댕기게 해 주십니다.
도착하니 일곱시 한참 넘었습니다. 드림센터 앞마당은 이미 또아리를 튼 천여명의 방청객들로 바글바글,
이티피 홍보버스 앞에 입장권 교환줄이 있습니다. 200번대면 나쁘지 않군요. 얼마 있지 않아 입장 시작
합니다. 입구 들어갈 땐 전경 조카들-_-의 호기심어린 눈빛을, 들어가서는 방송국 카메라들을 맞닥뜨리
자니 매우 민망했습니다(저 이거 온다고 회사 일 다하는 척 버텨서 고향에 못 내려갔습니다. 8월 5일에
들키면 호적에서 파질 겁니다-_-)
공개홀은 개그야 등등을 녹화하는 적당히 아담한 규모였습니다. 앞쪽에 스탠딩, 뒷쪽에 좌석. 취향대로
골라앉을 수 있습니다. 이미 몇백명 몰린 스탠딩은 사람들 머리 위로 김이 한 무더기 보이길래;;;
간단히 포기하고 좌석 둘째줄에 앉았습니다. 좌석이라 해봤자 엔간한 공연장 스탠딩 중간 정도? 무척
잘 보였습니다. 주의사항 전달과 막간 여흥(...)을 제공했던 스탭 분께서 '여러분 제가 잘 보이죠?
제가 잘 보이는 만큼 서태지씨도 잘 보이는 거예요~'라고 해서 열렬한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음
하지만 떡대와 얼굴 크기가 좀 많이 다르잖아요(...) 오빠님과 함께 돌아온 티알아이 김실장(아참
사장님이지;)님도 사진 금지, 녹음 금지, 핸드폰 꺼낼시 바로 내보냄 등등의 살벌한 주의사항을 전달
하면서도 매우 감개무량해하는 눈치였습니다.
무대는 뭐 언제나 그랬든 한국 공방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퀄리티라 하겠습니다. 타원형의 메인 스
테이지를 부메랑(...)처럼 생긴 돌장식물 일곱개가 돌 질감이라 가만 있어도 이쁜데 반짝반짝 상형문자
비치고, 중간에 불 들어오면 무척 이쁩니다. 카메라 화면발도 꽤 잘 받는 게 방송으로 봐도 괜찮겠습
니다. 그리고 역시나 그 시크한-_- 모아이 세 마리는 왼쪽에 하나, 중앙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설치
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이 교감하고 비슷. 천장의 아주 큰 타원형 조명장식이 교감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무대와 좀 비슷해서 구름타고 내려오실라나; 쓸데없는 기대를 잠깐.
밴드 먼저 나왔습니다. 배치가 예전 서태지밴드의 전형적인 배치에서 좀 달라졌군요. 정중앙에 있던
드럼이 오른쪽 뒤로 갔고, 왼쪽 뒤에 키보드가 있습니다. 베이스하고 기타 배치는 똑같고. 역시나
탑 말고는 멤버가 다 교체되었군요. 근데 탑 머리가; 머리가; 빠글빠글 단발파마머리;;;(오빠님하고
안 헷갈리긴 하겠다;)
첫곡 시작되었습니다. 아참,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모아이
2.HUMAN DREAM
3.TIK TAK
4.필승
5.TAKE 4
10여분간 스탭 오빠-_-*의 여흥시간
1~5번 녹화 반복.
...근데 말이죠;;; 이거, 이거, 제가 들었던 그 8집 맞습니까; 아무리 제가 AV가 고장나서 꼬진-_-
컴 CD 드라이브로 들었다지만, 그리고 엠비씨 스탭들이 자랑한대로 '며칠 동안 고생 진짜 많이
했다'는 거지만 차이가 너무 납니다;;;
모아이의 청량한 물소리가 울려퍼지는 순간, 휴먼 드림의 발랄한 전주가 울려퍼지는 순간, 틱택의
전주가 듣던 것보다 훨씬 하드하고 꽉찬 느낌인 걸 알았던 순간(8집이 말랑말랑해졌네 가볍고 경쾌
한쪽으로만 가네하고 혹자는 비양거립니다만 틱택을 제대로 들어보면 그 소리는 못할 겁니다)의
놀라움을 잊지 못할 겁니다.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스튜디오가 된 느낌이었어요. 이 사람의 음악
은 예전보다 훨씬 정밀하고 정교해졌는데, 어떻게 공연하면서 이런 사운드 구현이 가능한지 놀라
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음향이 방송까지 제대로 전달이 된다면 7집 방송공연의 안타까움
은 날아갈듯 랄라.
그리고...그리고 전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오빠님이 나오셨습니다. 아니 이건 그냥 '나왔다'
라고 덤덤하게 말할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둠을 헤치고 폴짝폴짝 발끝으로 춤추듯 탱탱탱 발랄
하게 뛰어나오고, 손도 막 박수치고 있고;;;
전 얼굴빠라서 음악얘기 일곱줄 쓰면 얼굴얘긴 그 열배로 씁니다-_- 하얗습니다. 얼굴에서, 목에서
팔에서, 손에서, 손목에서, 예의 자체발광이 엄청 심해졌습니다. 피부 여전히 끝장납니다. 3D입체
조형미-_-를 보여주는 얼굴도 여전합니다.(근데 앞에 있는 방송국 카메라 액정으로 보니 역시 2D
는 3D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더군요 쯧쯧;) 4년이 지나서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실감 안 나는 거이
외국 나갔다 온 친척 몇년만에 보는 기분이겠다 싶었는데 이건 뭐 인도갈 때랑 별로 달라진 것도
없...아, 가르마 모양이 달라진 걸 보니(왼쪽으로 홱 몰고 이마로 길게 늘어뜨렸는데 공연하면서
깻잎머리;가 자주 되니 약간의 튜닝이 요망됩니다) 인도 며칠 놀러갔다 미용실 들러왔구나...(...)
옷은 프레스 사진 풀렸을 테니까 잘 아실테고, 노란색 써클에 빨간 문양들어간 티에 남색 체크자켓
, 레쟈-_-느낌 바지(좀 풍덩하다 발목께에서 쫙 붙더군요)에 체인.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자켓이
7부라서 분노, 그래도 격하게 넣은 허리선, 드러난 손목선은 여전히 그럴싸한데다 손목의 밴드도
이쁘길래 진정.
아, 그 4년만에 등장할 때의 폴짝폴짝 힙힙홉홉(학교 다닐때 무용수업 들어본 분들은 알 겁니다)스텝
과 발랄한 손뼉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물이 들어서 탱글탱글 생기발랄해요.
연애 첫 시작할 때의 두근두근 산만하고 행복에 들뜬 그 모습, 아무 상관없어도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행복한 모습이란. 나름 17년을 봤다 싶었는데 이런 생기발랄 소년의 모습은 처음이었
어요.
모아이 라이브는 꽤 좋았습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데, 예전보다 보컬의 사운드가 훨씬
커졌더군요. 아, 그렇다고 보컬이 주고 연주가 따라가는 느낌은 아니고 여전히 보컬의 악기화
느낌은 있는데 더 또렷한 정도. 율동은 뭐...보면 압니다(털썩) 모아이처럼, 할때 왼쪽 모아이
애를 딱 가리킨다든가, '너는 맨발로 날 기다리고 있겠지'할 때 라이트박스에 한 발 올려놓고
애들을 '으응, 너네 맨발로 나 기다렸지?'하듯 딱 보고 불러서 약이 올랐다던가;;;
자. 모아이 끝났습니다. 꽉 찬 4년간 공백을 깨고 돌아온 오빠님의 낭랑한 첫 일성은...
"조명 좀 켜주세요"
...그러쿠나 조명 켜야 되는 거구나;;; 여러분 '서태지 첫 일성, 보고싶었어요' 그 기사 다 구라예요
조명부터 먼저 켜달랬어요;;;
그 다음은 약간 높은 톤으로 '안녀엉?' '오래간만이에요' 한 다음 불행한 3층-_-을 쳐다보며 '저기도~'
했는데 목소리가 갈라져서 동행과 저는 매우 좋아했습니다-_-; 그 다음은 '그동안 건강했어요? 4년
7개월만에 나왔는데 그 동안 많이 보고싶었죠?' '얼만큼???'해서 아수라장을 만든 다음 그 두근두근
설레는 첫사랑 소년같은 말투로 수줍게 '나도 많이 보고싶었어요'라고 하더이다. 저는 말입니다,
92년 여름 스물 한살 소년 서태지가 콘서트에서 저 비슷한 말투로 '보고싶었어요'라고 한 걸 들은
사람입니다. 그때도 어떻게 저 불특정다수의 팬들 상대로 저렇게 설레고 연애하는 말투를 쓸 수
있는걸까 놀랬는데...어떡하나 그때랑 목소리는 똑같고 나이는 더 거꾸로 돌아가 사춘기 소년이
되어버렸어;;;
그것만으론 부족한지 감정에 벅차올라 저절로 튀어나오는, '아, 오늘 너무 행복하다아아~~~'(이거
완전 들어봐야 압니다. 난 구름위에 둥둥 떠올라 있어요; 뭐 이런 느낌임)로 완전 사살을 시켜주셨음.
오빠님 그 동안 팬들 입꼬리 올라간 채 심장마비시키는 기술이라도 연마하셨어요? 살려주세요. 저
일산에서 죽으면 객사예요;
그리고 '뿌짖뿌짖'(이게 제목 맞습니다. 오빠님이 이렇게 소개했거든요;;;) 불렀습니다. 아까 멘트
할때 죽인 것만으로도 부족한지 왜, 거기 있잖아요...오락실-_-한번 돌아가고 탁탁 박자칠 때
고개를 모로 갸웃하고 고개보다 손목은 더 틀어서 촥촥 박자에 맞게 박수를 치는데(그러니까 초대
에서 엄정화 박수;) 어쩔 땐 이거 완전 엄정화삘로, 어쩔땐 포크댄스 처음 배운 소녀젊은이
같이 귀엽더란 말이죠. 그리고 모아이등장시 통통 튀기*100배 정도의 큐트함으로 고무줄뛰기하듯
뛰어댕기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양반만 어울릴 궁극의 깜찍함이더군요.(...제가 따라하면...오도
방정으로 살은 빠지겠군요-_-;) 아, 그리고 뒷단의 키보드연주때 허공에 연주 따라하는 게 또 죽음.
그래놓고 곧바로 이어진 틱택에서는 제대로 각 잡으셨습니다-_- 보통 앞에서 귀염귀염해놓고 각잡으
면 이거 뭥미? 싶을텐데 시퍼런 조명에 물든 써늘한 표정이 진심 무서웠습니다;;;(참으로 신기한
사람이에요-_-;)
필승은 청록색 기타를 메고 와서 연주하면서 불렀습니다. 간만에 탑이 버림받았어 코러스를 진지하
게 하는데 옆에서 손가락으로 탑을 가리키며 시크하게 비웃는 오빠님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_-
아참, 코러스는 키보드햇도 넣더군요. 저는 필승 앨범버전의 카랑카랑하고 히스테리컬한 고음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번 필승은 예전 라이브버전보다 반음 정도 올라가있고 목 상태도 괜찮아서
좋았습니다.(하지만 히스테리컬하고는 한참 거리가 있었어요; 치기는 있긴 했는데...그게 예전
하고 또 느낌이 달라요;;;)
그리고 오늘 최고의 멘트. 떨린댑니다. 아, 그래 보이긴 했어요. 덜덜덜; 이게 아니라 오래간만의
살짝 흥분되고 긴장된 느낌은 보였거든요. 오래간만이라 너무 떨린대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난 나올 때마다 신인같은 모습이야 이거 뭥미? 기분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모습?
아 네, 나올 때마다 신인들 발라버리는 비주얼이긴 하죠-_-;;;;;;;;;;;;;;;;;;;;;
동행 모양이랑 저 뿌듯한 표정을 볼 때, 의도한 단어선택이 맞다고 쑥덕쑥덕.
자, 행복하니? 하더니 행복할때 이 노래가 나와야 된댑니다. TAKE 4, 앗싸. 이때 밴드 소개 좀
하라고 아우성쳤더니 '싫어'하더군요. 그리고는 홱 돌아서서 멤버 하나하나가 튀는 전주와 함께
소개를 합니다.(도대체 이 밀고댕기기, 팬 놀리기의 끝은 어디인가;;;) 좀 웃겼던 건 새 멤버는
몇초 독주도 시키고 화려하게 소개를 하더니 탑 땐 그런 거 일절 없이 슥 '탑'으로 끝.(너네
얘 다 알지?느낌;;;) TAKE 4의 놀리기 플레이;는 '불행한 너'(제로 콘서트 버전처럼 너네 불행애
애애애~~~하고 소리치는 게 아니라 웅얼웅얼 음험하게 하더군요)와 '뭐라구?'를 섞더니 나중엔
'행복한 나' '행복한 너'로 마무리;;;
이렇게 녹화분량은 다 끝났습니다. 근데 오빠님이 첫 멘트에서 하신 말씀처럼 '이건 녹화방송이니까
여러번 하는 거'죠. 10여분 쉰 다음(스탠딩에서 탈진해서 업혀나간 분도 있고, 덥고 목말라서 꽤
지쳤던 상태. 뭐 저야 앉아있다 오빠님만 나오면 그냥 멀거니 서 있던 게 다;) 모아이부터
테익 포까지 다시 했습니다. 더 잘 나온 걸로 쓰겠죠. 근데 개인적으로 모아이는 두번째 거
(마지막 앨범 버전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섹시한 하악하악으로 대체; 그거 자르면 화낼 겁니다)
휴먼드림은 첫번째 거(첫번째 짝짝의 엄정화 포스가 대박, 고무줄뛰기;도 앞쪽이 좋았어요)를
보고싶군요.
녹화니까 당연히 곡 단위로 끊기고, 추가 멘트도 없죠. 근데 오래간만이다 보니까 말좀 하라는
원성이 상당했습니다.곡 끝나고 물마시러 잠깐 내려갔다가 그 아우성을 듣고 무대 위로 척척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으니 드디어 멘트한다고 팬들의 환호성, 씩 웃으며 그 스탠드에서 마이크
만 싹 걷어서 들고 도로 내려가는 겁니다(전 이 장난에 허리를 꺾으며 오빠님 최고예요 오빠님
사랑해요를 외치고 있었음;;;) 그리고는 바로 올라와서 무대 바로 앞에 있는 라이트박스에 걸터
앉아 자상하게 얘기를 시작하는 겁니다(그리고 스탠딩은 먹이 발견한 피라냐떼같이 라이트박스
위 오빠님에게 확 몰려들었음;;;)
"얘기 좀 하라구? 얘기할 게 너무 많아요' 그리고 조근조근 달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 동안 안 좋은 일도 있었고(홍백 ㅅㅂㄹㅁ-_-) 하지만, 이렇게 더 강해진 모습
으로 다시 만나서 여덟번째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매우 숙연해짐) '미스테리같은 어려
운 퀴즈도 많이 냈는데 여러분들이 그걸 다 맞춰내는 걸 보고...'
'나 정말 무서웠어!!!"(음 무서울 것 같기도 해요) '정말 CSI 수사대라고 할 만 해요'(그럼그럼
인도 사진 하나 올라오면 힌두어 가게 간판까지 해독하고 알씨 바퀴에 비친 얼룩까지 확대하는
사람들인데;) 하지만 이 분도 만만찮은게, 스탠딩의 어떤 분을 가리키면서 '***매니아(닉네임
인듯) 맞죠? 시디가게에서 줄 선거, 신문에서 봤어요'라는 겁니다; 팬은 오빠를 스토킹하고
오빠는 팬을 스토킹하고;;; 그리고 저 위 꼭대기 매니아 중간 매니아 스크림시키고 놀다가
스탠딩에서 우리도 좀 불러달라고 아우성치니 너넨 그냥 아래야하고 또 놀렸습니다.
텍 포 끝내고 가는 길에, '이제 끝이에요'라고 해서 아쉬움에 아우성치니 '오늘 이렇게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하고 이제 이어나가서 앞으로도 우리 멋진 여덟번째 여행을 행복한 기억으로 많이
만들어가자'라고 멀쩡하게 말해서 안심시킨 다음...
8집 촘 촹인듯!!!하고 스스로 손가락을 치켜세워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그라들게 만들었
습니다;;; 아이고 오빠님 ㅠㅠ
이렇게 사전녹화는 끝났습니다. 공연장에 있었던 시간은 1시간 40분여, 순수 공연시간은 50분
정도였던 듯. 스탭이 던졌던 '내일, 코엑스, 오후' 떡밥을 물면 내일도 볼 수 있으려나요.
분명히 전 저보다 일곱살 위인 오빠님을 보러 갔는데 말이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탱글탱글
청신하고 달뜬 소년을 만났습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눈도 귀도 다 보신했는데 끝나고
보니 제가 기를 쭉 빨린 것도 같습니다. 이거 뭐임? 그래도 좋습니다 이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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