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T가 화성에 갔을 때
오늘은 2009년 2월 어느 날..
마미가 자신의 매력 뽀인뜨인 파마가 풀려간다며 파마를 하러 같이 가자고 한다.
요즘 우리 동네에서 머리 잘 하는 걸로 유명한 원장님 헤어샵에 갔다.
마미가 파마하는 동안 내 눈에 띈 건 미스터리 잡지였다.
미스터리 써클.. UFO.. 하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화성관련 미스터리이다.
화성의 표면을 촬영한 사진에 나와있는 네페르티티..
뭔가 그녀를 보면 그리움과 설렘이 느껴진다.. 왜일까..?
그녀의 얼굴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좀 더 깊게 읽어보려는 찰나, 마미의 파마가 끝났다.
마미가 파마가 너무 잘 나왔다며 원장님의 손길은 역시 남다르다고 칭찬을 했다.
마미는 파마가 잘 나와서 기분이 좋은지 돈까스를 사주겠다고 돈까스집으로 갔다.
아니.. 돈까스집에 간판이 없다. 음식점이 맞기는 한 걸까?
왜 간판이 없는걸까.. 사장님한테 물어봤다..
“저기 사장님?! 왜 간판이 없어요?”
“사장님 아니다. 마수러다.”
“... 저기 마수러, 왜 간판이 없어요..?”
“음식점이름이 아직 미정이라서요^^;” 급 친절해진 마수러가 답했다.
이 음식점.. 음식 먹고 죽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을 품으며 난 카레돈까스를 주문했고 마미는 우동을 주문했다.
여기 돈까스 전문점이라며 우동도 파는건가..
아, 머리가 아파온다..
왜일까, 아직도 네페르티티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맴돈다..
충격적인 것을 목격했다. 카레돈까스를 시켰는데 돈까스 위에 3분카레를 뿌리고 있다.
하아.. 어째서 우동은 정상인거지.. 이 음식점도 미스터리인걸..
놀랍게도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맛을 굳이 표현하자면 버뮤다맛이랄까..
디저트로 렌지파이와 망콜을 주는 쎈쓰까지 발휘한 마수러.. 멋져부러~
음식점을 나왔는데 마미는 아줌마들을 만나서 수다를 떤다..
나 먼저 집에 가야겠다..
집에 가고있는데 길을 잃었다. 뭐지, 카레돈까스의 영향인가.. 아.. 난 길치였지..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마치 4차원공간같은 느낌이다.
내가, 아니,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생명체가 내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두렵다.. 하지만 위험해보이진 않는다..
난 어떻게 해야할까.. 마미, 원장님, 마수러, 3분카레를 돈까스 위에 부었던 요리사..
왜지, 왜 이 사람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까..
내가, 아니,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생명체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안녕” 난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난 갑자기 두려워졌고 알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난 소리쳤다.
“마미! 살려줘! 마미! 날 여기서 꺼내줘! 내가 원장님보다 더 섬세한 손놀림을 배워서 파마를 해 줄게! 제발 날 여기서 꺼내줘!”
그 생명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소용없어, 여긴 너와 나만이 있고, 아무도 우리를 방해할 수 없어.
두려워하지마, 난 너를 해치려는게 아냐. 너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어”
“.... 부탁..?” “응, 부탁” “뭔데..?”
“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난 화성인이야. 네가 알고있는 태양계의 화성과는 달라.
우리 종족이 살고 있는 화성은 지구인들은 평생 못 찾아낼거야.
평행세계.. 라고 하면 좀 알아듣기 쉬우려나?”
“...그래서 부탁이 뭔데..” “그냥 오늘 하루만, 나와 살고 있는 장소를 바꾸지 않겠어? 오늘 하루면 되”
“왜 그런 부탁을 하는건데..? 평행세계라면 여기랑 다를 바가 없잖아.
마미도, 원장님도 그 이상한 마수러와 요리사도 다 똑같이 있을텐데 왜 하루라고 해도 나와 바꿔서 살고싶어하는건데?”
“별 거 아냐.. 평행세계라고 완전히 같지는 않아.
난 우리 조상들이 지구에서 만들어 놓은 유적들을 직접 보고 싶어.
우리 조상들은 지구에서 살다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고 화성으로 이주했거든.
지구가 멸망하기 전 까지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유적들을 보고싶어"
“알았어, 그럼 오늘만이야”
“고마워, 우린 웜홀로 이동해. 지금 위치가 바뀌게 될 거고, 별들이 하나가 될 때 웜홀이 자동으로 열려.
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위치가 원래대로 돌아오게 될 거야.”
“알았어. 부탁인데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해가 없었으면 좋겠어”
“그럴 일은 없을거야” 이렇게 나와 그 화성인이라고 하는 생명체와의 대화는 끝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어줬는지 모르겠다.
아마 우주정복의 꿈을 갖고 있었던 내가 우주정복에 30cm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을까.. 갑자기 주변이 밝아졌다. 주변에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내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좀 다른 느낌같았고.. 도시와는 다르게 넓은 초원이 있었다.
마치 꼬꼬마텔레토비들이 뛰놀 것 같은, 금방이라도 나도 모르게 아이좋아~ 해버릴 것 같은 동산이 있는 동네였달까..
마미도 있었고, 마수러가 운영하는 이상한 음식점도 있었다. 배경만 약간 다른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이 곳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근처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그런 상쾌함.
기분이 좋아졌다. 내 옆에 소녀 한 명이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아! 네페르티티! 정확히 말하자면, 네페르티티의 외모와 같은 소녀다.
그녀를 보는 순간 뭐랄까..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볼 때는 설레기만 했던 그녀인데, 반가우면서도, 놀랍고, 두렵기도 했다.
그녀의 주변엔 신비로운 기운이 있는 듯해 다가가기 힘들었다.
말을 건네기 힘들었다. 난 나의 두려움을 없애기위해 얼마 전에 완성한 곡을 불렀다.
"♪ 두려워하지마아아아~ 몰컴하다가 엄마가 깨어나는 소리가 들려도 두려워하지마아아~
내 노래가 이상하다며어어어언~♪ 기분탓이겠지이이이이~ ♬"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기분이였다.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XT가 아니지?”
‘XT.. 그건 누구지..’ “난 T야 XT는 누구니..”
“XT는 지구에 갔겠구나~ 넌 지구인이고. 맞지?”
네페르티티를 닮은 이 소녀.. 분명 나와 XT라고 불리우는 걸로 추정되는 그 화성인과는 생김새며 목소리며 같을텐데 어떻게 알아본거지.. 그녀가 나에게 또 말을 걸었다.
“넌 아마 날 기억 못하겠지?”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가 만난 적이 있단걸까?
난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그렇게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응?” “아무것도 아냐 ^^ 그냥 XT덕에 너에 대해 좀 알고있을 뿐~ 화성에 있는동안 맘껏 즐기다 가~”
“응.. 고마워.. 이름이 뭐야..?” “줄리엣~” 줄리엣...
난 줄리엣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고, 줄리엣이 말하면 내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아 떨려왔다.
화성의 하루는 빨리 저물었다.
아니, 그녀가 내 옆에 있어서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별들이 뜨기 시작했다.
여기선 별이 더 잘 보이는구나..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다. “저기 저 멀리 보이는 파란 별은 너의 기억이야.
여기서 네가 겪은 일 들은 네가 떠날 때 폭파되. 넌 외부인이니까.”
“그럼.. 난 기억을 잃는거야..?”
“전부 잃는건 아냐. 여기서 겪은 일들만 잊어버리는거지”
“.. 어째서.. 내가 그렇게 그리던 널 만났는데 어째서..”
“어쩔 수 없어”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잠시동안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잠시 후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길 봐봐~ 별들이 하나가 됬네~ 이거 흔치 않은데 너 운이 좋은걸?"
... 별들이 하나.. 돌아간다는건가...!!
갑자기 XT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주변이 어두워졌다. 왜 하필 지금..
“아아, 네페르티티..! 아, 아니, 줄리엣..!! XT!! 지구에 가지 않을거야!! 줄리엣!!!”
이제 줄리엣은 내 기억속에서 지워지는건가.. 난 줄리엣을 사랑한건가..
난 이제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원장님헤어샵에서 파마를 하는 마미를 지켜보고,
마수러와 얘기하고, 카레돈까스에 카레를 붓는걸 보고 화를 내겠지..
그러다 네페르티티를 사진으로라도 보게 되면 설렌 감정이 또 느껴지겠지..
줄리엣이 아닌 나의 환상속의 네페르티티를..
파란 별을 볼 땐 줄리엣 생각은 나지 않겠지..
폭파음이 들렸왔다. 내 기억이라는 파란 별이 폭파된 걸까..
별들이 하나가 될 때 웜홀이 열린다면, 그 때 줄리엣이 웜홀을 통해 내게 와줬으면..
하지만 이젠 내 기억속에서 조차 줄리엣을 볼 수 없겠지..
안녕, 화성.. 안녕, 네페르.. 아니 줄리엣..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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