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 씨의 모형비행기에 대한 애착은 소문 그대로였다.
"이 작은 비행기의 날개 끝에서 끝까지가 공들여 만든 이의 '분신'이나 다름없죠."
우리나라 최고의 랩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드싱어 서태지는 마치 요즘 청소년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그의 노래와 춤이 마치 '외도'인양, R/C에 대한 강한 애착과 함께 R/C얘기를 하면 할수록 신바람이 나는 듯했다.
이미 여러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서태지의 장차 꿈은 'R/C과학사 사장님'. 그 꿈의 실현이 멀지 않은 듯 했다. 레저토픽 창간호가 나가자마자 편집부에는 '가수'서태지가 아닌, 'R/C모델러'서태지를 지면에서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독자편지가 끊이지 않았다. 인터뷰는 이미 회사에서 담당PD를 통해 섭외를 마친 상태여서 어렵지 않게 최고의 스타를 만날 수 있었다.
KBS 공개홀 분장실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R/C모델러'서태지의 인터뷰 첫마디는 '우선 국내에서도 R/C전문지를 볼 수 있게 돼 반갑다'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가장 긴 시간 비행한 기록은 5분 정도예요. 초창기에는 1분에서 2분 가량만 떠 있어도 신이 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20대 가량의 비행기는 부수었을 거라는 서태지. 국민학교 3학년 때 모형비행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R/C보다는 U/C모형비행기를 주로 날렸다. 그리고 3년쯤 지나서 R/C자동차와 보트 비행기를 직접 만들고 조종하는 R/C에의 입문을 했다.
"그때는 제대로 정리된 국내의 R/C전문서적이 없어서 일본의 기술입문 책을 뒤적이면서 독학을 했었어요. 지난 8월초에 레저토픽을 처음 대하고 무척 기뻤습니다."
서태지는 레저토픽 창간호를 무려 다섯권이나 '소장'하고 있다. 모두 팬들이 선물로 보내온 것들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열풍'덕분에 갑자기 바빠진 터라 시간을 쪼개야 겨우 비행장에 나갈 수 있는 불운(?)을 맞이한 서태지. 석달전쯤 모처럼 플라잉을 나갔었는데 예전같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듯 앞으로는 자주 시간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R/C를 처음 배울 때는 일요일이면 매일 모형 비행기와 살았죠. 추운 겨울에 시동은 안걸리고, 스타터도 당연히 없었죠. 시리고 곱은 손으로 부품 만지느라 고생했던 시절이 생생합니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 R/C에도 이젠 국산제품에 관심과 애정이 돌려져야 한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빼놓지 않는 서태지는 현재 3대의 애기(愛機)를 아기 돌보듯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하지만 R/C에 관한 한 우리보다 앞서가는 일본이나 미국에 공연이라도 가면 그곳 R/C제품이나 출판시장을 돌아보게 되고, 꼭 필요한 책은 사오기도 한다는 서태지는 지금으로부터 4년전 모형비행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 스승과의 만남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다.
"플라밍고의 엄자용 사장님께서 실제 비행에서 필요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후로는 조종미숙으로 비행기를 떨어트리는 일은 없어졌죠. 어림잡아 지금까지 R/C에 투자한 비용이 1천만원은 족히 될 것 같아요."
가수 데뷔 전, 몇몇의 대회에도 직접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서태지는 공참배와 몇차례 자동차 대회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대회에 참가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시간만 허락하면 꼭 참가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조종간을 잡고 비행기를 띄우는 약 수분동안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서' 모형비행기가 매력있다는 그는 무대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그들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마저도 이 순간만은 잊는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곁에 있던 동료 양현석,이주노씨에게도 R/C를 해보라고 권하는 서태지씨는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도 R/C를 권하고 싶어했다.
'93년 한 해를 결산하는 겨울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서울공연과, 세밑의 부산공연에서 그들의 못다 보여준 열정과 땀을 한방울도 남김없이 쏟아부울 작정이란다. 그리고 오는 2월쯤 선보일 예정인 3집앨범은 또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할지....
인터뷰가 있던 날, 온종일 내리는 때늦은 가을비 때문에 준비해간 비행기로 그의 멋진 플라잉을 직접 확인하는건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다.
'지난 4년간 가까이서 지켜본 태지는 마냥 착하고, 진정으로 R/C를 좋아하는 친구'라는 플라밍고 엄자용 사장의 말처럼, R/C얘기를 하는 인터뷰 내내 행복해 하는 '선한'얼굴을 가진 R/C모델러 서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김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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