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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가 기울고,
나이를 하나 더 먹어야 할 때가 되면
늘 설렘이 있었다.
오십이란 수를 넘어 이제 이것저것 다가오는
세상사들이 예전과 같지 않게
마음을 누르는 것은
인생 내리막을 간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동기들의 모임은 늘 화기로왔다.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먼 옛날, 그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련히 가슴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
(2)
모두가 이제는 제법 나이들이 들어 보인다.
왜 아니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수많은 아픔들을 넘었을 것이다.
마음의 축을 잃고 방황을 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길이 아닌 듯, 망서리며 수많은 땀을 흘리기도
하였을 것이다. 크든 작든 실패도 있었을 것이고...
돌연 남의 식구가 되어 가정을 지키려
피를 토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아이들의 일, 어른들의 일, 안의 일, 바깥의 일...
어느 하나 자신을 만만하게 지켜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삶이란 것을 깨닫는데
우리는 무려 오십년을 넘게 기다린 것이 아닐까?
(3)
아직도 길은 멀어 보인다.
남은 길이 지나온 길보다 탄탄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몸은 나날이 노쇠해 갈 것이고
세상은 점점 더 혼돈스러워 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외로와 질 것이다.
아, 어찌하랴!
(4)
그 날, 지난 동산원에서의 모임 날,
상구, 광선, 회광, 원대, 종진이와
몇몇 얘기들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귀복, 영나와도 몇몇 얘기들을
나누었다.
기쁨도 있었고, 안타까움도 있었다.
모르긴 해도 모두들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 쏟아낼 수 없는 눈물이
가슴 속 어느 켠에
수북히 쌓였을 지도 모른다.
(5)
나는 늘 벗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우정이
바래지지 않기를 빌었다.
외로와지는 마음을 지켜줄 커다란 기둥으로
벗들의 얼굴이 그 가슴 속 하나하나에
변함없이 새겨지길 소원하였다.
그것은 티끌 하나 없는 진솔한 우리들의
역사가 되어주리라 그렇게 믿었다.
(6)
살다보면 보고싶은 얼굴들이 자꾸 늘어난다.
아버지도 보고싶고, 어머니도 보고싶고,
친구들도 점점 보고싶은 날이 늘어만 간다.
그리고 옛 스승님의 모습도 자꾸만 자꾸만
나의 가슴을 타게 한다.
그러나, 어느 덧
더 이상 볼 수 없는 얼굴들이 늘어간다.
(7)
올 한 해, 남은 시간
모든 친구들에게 유익하게 단장되고,
한없이 밝은 새해가 다가오길 빌어본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뇌어 보는 소리....
"친구야!
몸은 지쳐가도 늘 마음은 청춘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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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2. 15. 수
경남 창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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