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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아주 자그마한 동네라 집이 열 채밖에 없었다.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이 거의 친척이나 마찬가지로 가깝게
지냈는데...
누나가 없던 나는 이웃집 누나들을 늘 잘 따랐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2년 선배되는 상희 누나를 제일 좋아하였다.
상희 누나는 위로 오빠가 한 분 계셨는데 워낙 공부에만
파묻혀 지내시던 분이라 동생을 챙겨주지 않아서 그랬는지
늘 심심해 하고, 좀 외로와 했던 것 같다.
아주 어릴 적에는 누나와는 큰그랑이나 사그짐 작은그랑
같은 데서는 그냥 홀라당 빤쯔꺼정 벗고 물장구 치며 같이
놀곤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누나는 부끄럽다며 나보고
혼자 물에 들어 가라며 더 이상 옷을 벗지는 않았지만....
그러다가 누나는 초등학교 4, 5학년 때 쯤인가 몸이 아프다며
한 해를 쉬었다. 나는 누나가 왜 어디가 아파서 그랬는지 무척
궁금하였지만 어른들이 말을 해주지 않아 그 이유를 모르고
지냈다. 결국 누나는 우리보다 1년 앞선 34회로 졸업을 하였던
것 같다.
누나의 오빠인 준수 형님은 요즘 우리 대통령과 같은 동기로
부산상고를 1등으로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하여 일찌감치
객지로 나감에 누나는 더욱 외로와 보였다. 더구나 몸이 편찮아
진학도 하지 못하고....
내가 멀리 객지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누나는 자주 편지를
보내주곤 하였다. 늘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직장인 되었고,,,,,어느 날 누나가
시집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활이 바빠서 그랬는지 나는
누나의 결혼식에도 가보지 못했다. 다만 몸이 다 나았나 보다
싶어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직장에서 퇴근하는 길에 누나를 만났다.
남산동 새벽시장 큰 다리 위에 쪼그리고 앉아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무척 반가워하는 기색이었으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그리고 이제 걸음마를 할 정도의 딸아이는 엄마의 힘든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사리손을 엄마 가슴에 넣고는 천진스럽게
엄마찌찌를 만지고 있었다,
아! 얼마나 눈물겨운 정경인가!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친정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길인데
아이를 안고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잠시 쉬었다 가겠다며...
배고플 텐데 얼릉 집으로 가 보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나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소식을 듣고...나는 많이 울었다, 누나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랬었는데...
상희 누나가 천상으로 가신지 20년이 넘었다. 요즘도 가끔씩
누나 생각이 나며 문득 문득 보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딸아이는 이미 장성하여 애기 엄마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불현듯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다 가야할 길인데 문득 먼저 가신
누나가 보고 싶어짐은 나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어둔 밤, 가을비가 내린다.....
2,004. 9. 18.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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