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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심장병]한국인의 심장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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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9)씨는 작년 말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월요일 아침회의를 끝내고 일어서다 가슴이 빠개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전에도 가끔씩 겪었던 흉통(胸痛)은 이번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김씨는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꼈다. 

 
병원으로 달려간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심각한 협심증.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세 가닥의 관상동맥에 모두 콜레스테롤 등 이물질이 끼여 혈관이 서서히 막혀가는 중이었다. 심장 근육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허혈(虛血) 상태가 진행 중이었고 심근경색의 위험까지 있었다. “만약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버리면 심장의 괴사(壞死)로 인한 돌연사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상태”라는 설명이었다. 의료진은 당장 수술을 권했고, 김씨는 좁아진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평소 관상동맥질환에 치명적인 4대 위험 인자 중 3가지를 안고 살았다. 30년 가까이 피워온 담배는 수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흡연량을 줄이는 선에서 타협했고, 혈압도 수축기 150㎜Hg, 이완기 100㎜Hg로 높은 편이었다. 의사들이 평소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권했지만 “운동을 해서 살을 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방치했다. 하지만 잦은 술자리가 이어지는 생활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고, 운동은 계획과 각오만 있지 정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김씨는 작년 초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판정까지 받았지만 “고기를 덜 먹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 흡연과 고혈압, 고지혈증은 당뇨와 함께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4대 위험인자로 불린다. 

김씨와 같은 심장병 환자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케이스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심장근육으로 전달되는 혈액이 불충분해 발생하는 심장질환)은 최근 한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떠올랐다.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80년대 초에 비해 무려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1981년부터 2004년까지의 사망률 추이를 살펴보면 1981년에는 인구 10만명당 2~3명에 불과했던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2000년 이후에는 27~28명까지로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은 전체 심장병 환자의 10~20%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80~90%를 차지한다. 특히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들은 30~40대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30~40대의 경우 서구식 식습관의 세례를 받은 세대로, 운동을 멀리하고 흡연과 잦은 음주를 이어가는 생활습관에 젖어 있다 돌연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져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맥경화란 동맥 안쪽 매끄러운 벽에 상처가 나 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물질이 달라붙으면서 혈관 벽이 돌처럼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찌꺼기가 낀 것처럼 혈관의 지름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에 지장을 주게 되는데,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에 따라 심장 건강의 위험 수위가 결정된다. 심장질환은 이처럼 몸속 혈관이 망가지는 게 가장 큰 원인인 만큼 겉모습이 뚱뚱하거나 유전적으로 타고난 특정한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어느 누구한테도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통계청의 2004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5대 사망원인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자살, 당뇨병 등으로 인한 사망자 중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24만6000명)의 26.8%인 6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뇌혈관질환(3만4000명ㆍ13.8%), 심장질환(1만8000명ㆍ7.3%)의 순이었다. 

문제는 심장질환 중에서도 악성으로 꼽히는 허혈성 심장질환은 다른 순환기계 질환의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유독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04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최근 10년간의 순환기계통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보면, 1994년에 비해 고혈압성질환은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이 25.8명에서 10.4명으로 감소했고 뇌혈관질환 사망률도 84.4명에서 70.3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2.6명에서 26.3명으로 크게 늘었다. 남녀 모두 고혈압성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한 반면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은 증가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한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른 셈이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위험한 것은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돌연사의 약 90%가 허혈성 심장질환 때문이며, 관상동맥질환자의 20~25%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세가 돌연사라는 통계도 있다. 특히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이 죽어가는 심근경색은 대표적으로 시간과 싸우는 병이다. 심근경색증이 일어나면 수분 안에 사망하는 사람이 40%나 되기 때문에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으로 옮겨 막힌 혈관을 뚫어 피가 통하게 해야 한다.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10분 늦어지면 사망할 확률이 25% 증가한다’는 조사도 있다. 의사들은 심근경색이 발발한 후 최대 3~4시간 안에는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목숨을 건지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헬스클럽에서 돌연사한 개그맨 김형곤씨도 심근경색이 사망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치명적인 심장병의 자각 증세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한 동맥경화로 혈관이 다 막혔지만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의사들에 따르면 응급실에 실려왔다가 손도 써보지 못하고 사망하는 허혈성 심장질환자들의 경우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평소에 자신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변을 당하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만큼 심장질환에 대한 지식과 자각 증세가 부족한 것이다. 

심장은 주시하다시피 우리 몸에서 생명을 대표하는 장기이다. ‘심장이 뛴다’ ‘심장이 살아 있다’는 말은 사람이 살아 있음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250~300g)의 심장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9만6000㎞에 달하는 혈관을 통해 7200ℓ의 피를 공급하는 작업을 26억번 이상 거뜬히 해내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첨단 조직이다. 그런데 생명을 상징하는 우리 몸속의 이 첨단 조직을 현대인은 쉽게 망가뜨리고 있다.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등 심장을 위기에 몰아넣는 주범은 모두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심장질환은 순환기계 질환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 등을 겪으며 심장에 이르는 혈관이 서서히 망가지고, 망가진 혈관이 심장을 압박하기 시작, 결국은 심장과 우리 생명을 송두리째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동맥경화증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장질환은 평생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이다 결정타를 입히는 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장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심장과 뇌혈관질환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사람의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은 각각 31.8%, 27.9%, 8.1%, 8.2%로 30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심·뇌혈관질환의 선행 질병 위험 요인을 1개 이상씩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비만과 잘못된 영양 섭취였다. 1인당 하루에 먹은 음식에서 동물성 식품의 비중이 2001년 19.9%에서 22.3%로 늘어나 196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실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하루 에너지 섭취량도 2001년 1976㎈에서 2019㎈로 늘었다. 

술도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이 4년 전 50.6%에서 59.2%로 늘어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밥 다음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이상 남자의 경우 에너지를 섭취하는 주요 식품이 백미, 소주, 삼겹살의 순이었다. 1주일에 소주 한 병 이상을 먹는 ‘고위험 음주자’의 비율은 40대가 47.4%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44.1%로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를 핑계로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며 운동을 등한시하는 흡연 직장인은 심장병과 돌연사를 향해 쉼 없이 전진하고 있는 잠재적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심장병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들은 이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한국인 전체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농촌 지역 사람들이 심장병 위험에 더 노출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와 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팀이 2001년부터 농촌 주민 5024명과 도시 주민 50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성병에 대한 대규모 지역사회 연구’ 데이터를 지난 5월 중간 분석한 결과 농촌 주민의 대사증후군 유병률(29.3%)이 도시 주민(22.3%)보다 7%포인트나 높았다. 대사증후군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콜레스테롤의 혈중치는 낮으면서 혈압, 혈당은 높고 복부비만인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주범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농촌 주민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은 이유로 도시 주민에 비해 염분 함량이 높은 식사습관과 식단의 다양성 부족, 유산소 운동량 부족, 높은 흡연율, 건강에 대한 관심 부족 등을 꼽았다.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지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선행 위험 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들 질환의 경우 그 자체가 직접 생명을 좌우하지는 않고 특별한 자각증세도 없지만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심장병을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운동을 꾸준히 하며, 담배를 끊고, 먹는 것에 주의하는 등 생활습관 자체를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장병을 유발시키는 음식물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특히 트랜스 지방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마가린이나 쇼트닝에 많이 들어있는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지방을 고체·반고체 형태로 가공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동물성 지방 못지 않게 혈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트랜스 지방 섭취가 2% 늘면 심장병은 25%, 당뇨병은 40% 정도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지난 4월 한국식품연구원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트랜스 지방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평균 2.6g으로 나타나 덴마크(2g)나 프랑스(2.3g) 등의 권장 기준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공식품을 덜 먹고 식품을 조리할 때도 마가린과 쇼트닝 대신 액체 상태의 식물성 식용유를 쓰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정장열 주간조선 차장대우(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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