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추장스러운것을 싫어한다. 목걸이,귀걸이,반지 같은.
미용용 이라면 더더욱. 요컨데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는법.
구지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건 내 앞에 있는 이 녀석 때문이다.
우정 반지라는 이름아래 쇳덩어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하자라는 시시껄렁한 소재를 가지고서도
벌써 한시간째 내 앞에서 조잘조잘 거리는 말소리가 마치 배경음인 마냥 내 귓가를 간지럽히곤 흩어져 버린다.
여자란.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지쳤지만 그게 나쁘진 않다. 이따금 순수하게 웃는 그녀가 좋다. 자그마한 체구도 좋다. 달콤한 목소리도 좋다.
드디어 발걸음을 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천천히.더디지만 드디어 앞을 보게 된다.
문득 손에 들린 커피잔이 눈에 들어온다. 향이 좋다. 잔을 양손으로 잡으니 따뜻한 느낌이 든다. 포근하다.
백이십년전 쯤이었던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녀의 얼굴이 어렴풋이 커피의 연기속에 보이는 듯했다. 희미하게 웃는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잊혀지지않는다. 사실 이제 까지 만나왔던 일흔두번째의 나의 인연들이 그랬다. 하나같이 애틋했다. 그래서 늘 한걸음 옮기기가 더뎠다. 연인인 경우엔 더더욱.
이번엔 백이십년이 걸렸다. 걸려서야 겨우 얻었다. 소중한 나의 인연.
사귈래. 무건조하고 투박한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목이 칼칼하다. 그녀는 내일 부모님을 뵈러 LA에 간다고 했다.
그전엔 말해야 한다. 가서 돌아오지 않는건 아니지만 오늘이어야만 할 것같다.
오랫동안 말하기가 지쳤는지 음료수를 마시는 그녀가 보인다. 손에 땀이 배여온다. 천사란건 고백에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 나 급한 약속있었는데..! 선배, 저 먼저 가봐도 되죠?"
운도 결코 좋진 않다.
난처하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지를 살까.그녀가 가고나서야 뒤늦게 생각해본다.
까짓거 우정반지대신 커플반지를 만들어 버리지뭐.
거추장스러운건 싫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느 새 커피는 식어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정해진 시간에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본다. 소위 일상이라 불리우는 것중 하나이다.
그 다음엔 브런치를 먹고...
[긴급 속보입니다. 방금 막 LA행 **비행기가 추락했습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내 일상에 돌 하나가 굴러들어와 끼어버린다.
그녀가 어디에 간다고 했더라? 체코?싱가포르?뉴질랜드?L..A?
[사망 확인된 사람 명단입니다. 강**(41), 김**(33), 성**(15)....]
아득하다아찔하다.
나는 거추장스러운것을 싫어한다. 목걸이,귀걸이,반지 같은.
연인과 함께 이라면 더더욱. 추억이라는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 기억하게 해버리니까.
수정중중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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