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학문
7월 말이면 혁명선거가 치러진다. 여론은 국민을 무시하는 비자각적인 입후보자들 또는 비혁명세력의 진출을 규탄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 이승만 정권 하에서 불법 정치 책임자로 구속된 원흉들이 옥중에서 입후보함으로써 여론을 비등시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태를 규탄하기보다는 오히려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과거 자유당 시대 고(故) 조봉암 씨가 후보 등록을 못 한 전례를 생각하면 이렇듯 옥중 입후보를 할 수 있는 자유가 확보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앞으로 이 자유만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 물론 자유에는 혼란과 방종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혼란 가운데서 자발적으로 인격적, 도덕적으로 성장하고 진보해 나가는 것만이 진정한 자각이며 자유이며 진보이다.
그런데 이번 입후보자들 가운데 과거 자유당 원흉들보다도 더 증오스러운 것은 바로 대학교수 출마자들이다. 그들로서는 물론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겠지만, 도대체 저들은 정치와 학문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 요컨대 정치와 학문 중 어느 편이 더 중요한가? 정치와 교육 중 어느 쪽이 더 근본적인 일인가? 나는 이들의 출마로 우리의 빈약한 학문과 교육이 다시 한번 짓밟히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사람은 만능이 아니다. 학문과 정치, 이는 벌써 천직이 크게 갈라진 것이다. 그리고 최대의 봉사는 역시 천직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의 정치 진출, 이는 결국 명예와 권력, 금력에 대한 욕심이지 별 수 없다. 또는 저들의 학문적 낙오와 타락을 표시하는 것이다. 더욱이 학자의 명예를 정치에 팔아먹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일제 시대 일고(一高) 교장을 지낸 인사가 문교장관이 되자 학생은 물론 일반 국민들마저 이를 비난했다.
서양의 경우 학자나 대학교수가 제1급의 인물, 제2급이 의사, 정치인은 제3급의 인물로 평가받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대학교수 중에서도 특히 신학, 철학 교수 등이 수위(首位)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근대의 국가, 정치, 제도, 문명이 그 역사가 이미 1천년에 달하고 있는 각국의 대학에서 탄생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머리와 심장을 무시하고 배와 하반신밖에 모르는, 그리고 여기에 모든 민족적 역량을 기울이는 국가와 민족은 장래를 가질 수 없다.
1960년 7월 盧平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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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1-30 07: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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