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학교에서는 제30회 한국어 동화구연대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날 심사과정 중 동점자 처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같은 점수를 받고서도 금상을 받지 못하고 은상을 받은 경우와 동상을 받지 못하고 장려상을 받은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유는 이랬다. 참가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하고 보니 동점자가 여럿 생겼고, 그 중에서 위에 열거한 경우와 같이 동점자들 사이에 상의 순서가 달라져야 하는 두가지 경우가 생기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제서야 심사위원장인 교장과 심사위원들은 임기응변으로 심사위원장인 교장의 점수대로 상의 순서를 결정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그대로 시상을 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기존의 (지난 수십년간 시행되어 온) 동점자 처리 기준이 있었는데 그것을 교장과 심사위원들은 몰랐었던 것이고, 그 기준에 의하면 금상과 은상을 받은 학생의 상 순서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동상과 장려상도 함께 판가름한 임기응변식 동점자 처리 기준인 “교장/심사위원장 점수대로” 라는 기준 그 자체가 너무나도 엉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오후 그 모든 사실을 알 게 된 이후, 교장에게 이렇게 잘못된 시상 결과를 바로 잡으라고 e-mail을 보냈다. 이미 높은 상을 받은 학생들은 그냥 두고 피해를 입은 2명의 학생들에게 추가로 금상과 동상을 시상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교장의 답은, 그렇게 심사결과를 바로 잡고 새롭게 상을 더 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렇게 하면 학교와 학교 행사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그렇게 해서 새로 상을 받게 되는 학생이 교감 선생의 자녀이기때문에 오해가 생길 것이고 교감 선생의 명예가 훼손될 것이므로,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답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래와 같은 http://wo.to/board/view.php?id=a.1.gci&inum=438&pg=1&select=&search=&ctgry= 글을 썼었다.
그렇게 해서 떨어질 공신력이고 훼손될 명예라면 그런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교장은 추가로 보내온 메일에서도, 이것은 숨길 필요도 없는 사소한 일이고 새롭게 추가로 시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기존의 동점자 처리 기준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새 규정을 만들어 시상한 것에는 하등 잘못이 없었고 공정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전히 공신력과 오해와 명예 운운… 하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교장이 그런 일을 숨길 필요도 없고 숨길 의도도 없다고 생각한다. 교장이 책임자로서 그것이 공정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공정했음을 분명히 밝히라. 그것이 작은 것 같이 보여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교장은 이번 주 한국학교 종업식에서 어떻게 공정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지나갔다. 아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왜 그것이 내 상식으로는 “엉뚱한” 동점자 처리 방식이었는지를 간단히 밝히고 지나가려 한다.
우선 나도 기존의 동점자 처리 기준을 몰랐었거나 기준이 없었을 때 임기응변으로 그 자리에서 기준을 정하는 일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그런 경우라면 동점자 처리 기준도 없었던 부실한 대회 준비를 사과하고 동점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은상을 하나 줄이고 금상을 하나 더 주고, 장려상을 하나 줄이고 동상을 하나 더 주도록 했을 것이다.
만약에 그렇게 융통성 있는 대회 운영을 하지 못하고, 정해진 대로 상을 주려고 동점자 처리 기준을 임기응변으로 마련했다면, 그 기준은 보다 상식에 맞는 것이어야만 했다. 이번에 임기응변으로 정했다는 “교장/심사위원장 점수대로” 순위를 결정한 것은, 내가 볼 때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것은 “교장/심사위원장 마음대로” 순위를 결정한 것과도 같다. 그러려면, 왜 여러 명이 심사위원을 하는가? 그렇게 한 사람의 의견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애초에 그냥 교장/심사위원장 혼자서만 심사하면 될 일이다. 다수의 심사위원이 채점하고 그 점수를 제3자가 집계하는 것은 심사위원 사이의 편차를 줄여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임기응변으로 동점자 처리 기준을 정하더라도 그런 취지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모든 심사위원의 점수가 그 결과에 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 옳은 것이다. 예를 들면, 가장 높은 점수와 가장 낮은 점수를 제외한 중간값 또는 중간값 평균이 높은 순서대로 동점자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임기응변식의 결정은 여전히 교육적이지 않아 보인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동점자 처리 기준이 없었거나 그것을 몰랐다면, 교장으로서 융통성 있게 그리고 교육적으로도 동점자에게는 같은 상을 주었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흔히들, 그것은 “숨길 필요도 없는” 사소한 것이라고 말하고, 그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은” 쉬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사소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것이다.
P.S. 교장이 몰랐던 기존의 동점자 처리 기준은 이런 것이었다. 같은 점수를 받은 경우, 상급반 학생에게 더 높은 상을 준다. 왜냐하면 상급반 학생이 발표해야 하는 동화의 내용이 더 어렵고 더 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학교에서는 상급반 학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학년이 높거나 나이가 많지도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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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12-18 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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