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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진실과 논리
 작성자 : 주인
 홈 : 없음

논리란 것은, 이전 게시판의 앞서 글들에서 많이 논했지만, 인간적인 문제를 인간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고 합리화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소피스트의 그것처럼) 아무리 하찮은 생각이라도 
그 논리는 (겉 포장은) 현란하고 대단해 보일 수가 있고,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라도 매력적인 논리라는 
꾸밈이 없이 아주 소박하게 우리 앞에 나타날 때가 있다.  

언론의 보도는 그들의 의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또 그 의도를 아무리 훌륭한 논리와 정당성으로 포장을 
한다 해도, 그 속에 진실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쓰레기가 된다.  언론의 보도가 진실하려면,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 없어야 할 것이고, 그들이 의도한 결론에 도달하려고 만든 논리를 위해 
사실을 과장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견을 보도하려 한다면, 찬반 의견이 모두 충분히 
나타나도록 해야할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의 논리란 것은 (어쩔수 없이) 보도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논리로 채워지는 것일테니, 
가능하면 최소한의 논리 (= 진실 보도를 하겠다는 논리) 만으로 최대한의 진실을 찾아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기자의 자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론 보도를 접할 때, 그 속에서 기자나 편집진의 논리나 의도는 골라내어 버리고, 
남아있는 사실 보도만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과학 논문을 읽을 때에 특히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과학 논문을 읽거나 peer review 를 할 때에는, 논문의 저자가 누구이고 그 논문 속의 논리/이론이 
어떤 것인지에 상관하지 말고, 오직 사실 (= 실험의 과정과 결과) 만을 보고서 그것으로 부터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의 논리로서 논문 저자가 펼친 논리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문이라고 해도, 그것을 읽고난 소감이 "우선 그 논리가 아주 근사하고 또 
그 근사한 논리에 잘 짜맞추어 보여준 실험의 과정과 결과도 근사하다" 였다면, 이것은 
일반인이나 초보자의 소감일지는 몰라도 과학자의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과학 논문을 근사하게, 보기 좋게 쓰기 위해서는 분명 진실한 실험 결과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잘 만들어진 논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논리란 진실이 보다 잘 보이도록 도와주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즉, 논리가 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논리적으로 훌륭하고 그래서 실현 가능성도 높은, 그러한 논리에 딱 들어 맞도록 근사하게 조작한 
논문이라서 peer reviewer 를 다 속이고 또 온세상 사람들을 다 속인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진실한 논문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80 년대의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부작용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정말 
근사한 논리로 (솔직히 겉만 번드르한 논리로) 거짓을 진실인 것 처럼 속이려는 자들이 많았었다. 
물론 아직도 그 시절 버릇을 버리지 못한 자들이 그런 짓을 여전히 하고 있다.  

사실, 진실을 바로 보는데 논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잘못 속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근사한 논리가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근사한 논리에 현혹되어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기가 더 쉬운 것이다.



P.S. 

일단, 글을 쓰기 위한 전제 ("신문 기사에서 기대하는 것이 많다 보니 안타까움도 많다" 
vs. "신문 기사란 원래 다 그런 것이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부터가 확연히 다르므로 
당연히 그 결론도 명확히 다른 글이 되는 것이란 점은 누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고. 

독문 시간은 아니지만 요점만 반복하면, 신문 기사의 논리가 맞냐 틀렸냐 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거짓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기사를 쓴 기자나 편집인의 논리 (의도/해석/
분석/추론/주장/결론) 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사술이 되기가 쉽다.  
그런 것은 각자 신문이 가진 색깔일뿐이지, 맞았다 틀렸다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틀리다" 라는 말을 쓰는 대신 "다르다" 란 말을 써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니 오해 없기를 바라고.)  그냥 그런 껍데기를 다 떨어내어 버리고 나면, 오히려 진실을 
찾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껍데기 (기사 속의 논리, 의도/해석/분석/추론/주장/결론) 는 독자 개개인의 마음에 드느냐 
근사하게 보이느냐 아니냐 의 문제일 따름이다.  어떤 식의 양념/조미료/논리로 가공된 진실이 
자신의 입맛에 맞다면 그런 신문의 기사만 찾아 읽으면 된다.  그 껍데기가 싫으면 그냥 껍데기만 
버리든지, 아니면 아예 그런 신문을 안보면 된다.  물론 그도저도 다 싫다면, 자신이 직접 신문을 
만들어서 직접 기자나 편집장을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자유이다. 

모두다 자신의 논리 대로 기사를 (i.e. 세상을) 바라 보는 것이다.  결국 개인의 생각과 믿음의 문제, 
지극히 개인적인 (개개인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신문 기사의 논리를 
트집/탓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기대할 것도 없다. 

신문에서 아무런 대단한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문이 원래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고, 
또 대다수의 현명한 독자들이 지혜롭게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우기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에 자신이 쓴 기사를 퍼뜨릴 수가 있지 않은가.


date : 2008-07-23 06:34:30
          

모모 진실에 접근하는 자세...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최소한의 논리로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가능한한 많은 객관적인 정보의 수집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정보들은 그냥 정보들입니다. 정보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연결하느냐에서는 이미 논리적 정보의 해석단계라고 볼 수 있겠지요. 자신이 가진 정보로 논리적인 오류없이 해석을 해야겠지요. 진실이란 그저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07/23 12:48 X
모모 자신의 주장을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오류없이 해야하는 것은 특히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는 기사를 쓰는 경우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 주장도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요. 반론도 역시 똑같은 과정과 방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누가 알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진리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것 뿐이겠지요. 07/23 13:54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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