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해 12
날 자 : 2000 년 10 월 25 일
작성자 : GCI
미국 역사상 별로 많은 유래가 없는 아주 박빙의 대선이, 아마도 1960 년 닉슨이
케네디에게 패배했던 대선 (사실 닉슨이 케네디에게 도둑 맞았을지도 모르는 대선)
이래로 40 년만에 정말 누구도 그 판세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근소한 차의
대선이 지금 미국에서는 치르어지고 있다.
1960 년 공화당의 닉슨은 민주당의 케네디에게 총 투표수에서 10 만 표 차이로
졌었고 (당시 미국의 총 유권자 수가 1 억 정도였다면, 그 중 10 만 표 차이라는
것은 거의 같은 득표를 했었다는 말이다), 선거인단 득표 수에서도 몇 십 표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당시 시카고에서의 개표 결과에서는 총 유권자 수보다도
케네디가 얻은 득표 수가 더 많은 선거구가 나왔다. 또 그 만큼의 표 차이로
닉슨이 일리노이 주 전체에서 케네디에게 아주 근소하게 패배하고 말았는데,
결국 일리노이 주의 선거인단은 케네디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게다가 당시 미국의 남부에서는 남북전쟁 이후로 100 년 가까이 민주당이 모든
선거를 독식하면서, 즉 1 당 독재를 하면서, 수많은 선거부정을 자행하고 있었다.
케네디 집안의 내력을 아는 사람은 케네디의 아버지 Joseph 이 밀주로 갑부가
되었으며, 그 돈으로 정치에서도 성공하여 영국주재 대사까지 역임하였고,
2 차 세계대전 직전에 고립주의 노선에 동조하지만 않았어도 그 자신이 대통령의
꿈을 꿨을 야심에 찬 사람이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참고로, 미국 역사에는 금주령 시대 (Prohibition Period) 라는 때가 있었다.
1920 년대 초부터 1930 년대 초까지의 약 10 여년 동안 미국에서는 음주가
불법화되어 있었다. 이건 단순한 법률이 아니었고, 아예 헌법을 고쳐서 만든,
즉 헌법 수정안으로 금주령을 통과시켜 시행한 것이어서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 헌법에는 금주령을 명시한 헌법 수정안이 있고, 다시 그 이후에
통과된 금주령 해제를 명시한 헌법 수정안이 있다.
이 금주령 시대 동안 밀주와 술의 밀수 (캐나다는 금주령이 없었으므로 손쉽게
밀수할 수 있었다) 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세력들이 생겨났고, 또한 이런
위헌적인 불법행위에 따르는 엄청난 이권 때문에 미국은 마피아/조직범죄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 1920 년대는 미국 역사상 유명한
경제 호황기였기에 불법적인 밀주는 더욱 더 막대한 돈을 벌어 주었을 것이다.
애초 금주령 개헌을 위한 헌법 수정안의 통과는 1 차 세계대전 동안 생긴
독일계 이민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반독 감정에 의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주로 양조장을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벌었기에 이미
금주운동 (temperance movement) 의 주요 타겟이 되어 왔는데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큰 양조회사가 Budweiser 를 만드는 Anheiser Busch 인데,
독일계 이민자들이 건설한 도시인 세인트 루이스에 있다), 1 차 세계대전의
적국이 독일이라는 것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1920 년대 초는 미국 여성이 참정권(suffrage)을 획득한 시기이다.
즉, 많은 여성들이 참정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던 시기가 금주령 개헌을 위해
투쟁하던 시기와 정확히 겹치는 것이다. 금주운동에 적극 호응하는 세력이
여성이었으므로 이들이 금주령 개헌에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1920 년대는 미국 개신교 부흥운동의 절정기였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지금 미국의 대도시들에 있는 교회들이 대부분 1920 년대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당시 즉 경제 공황이 오기 전의 10 년 동안이
미국 역사상 호황의 시기이면서 또한 기독교 부흥운동이 얼마나 미국민들에게서
많은 호응을 받았는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금주령 개헌이 가능했을 것이다.
(註, 또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 개신교가 왕성하게 발전하던 시기가
이 때였으니, 한국의 교회에서 금주/금연/temperance 를 중요시하게 된
것에는 이런 배경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금주령 기간 동안 밀주로 갑부가 된 Joseph P. Kennedy 는 당연히
막강한 마피아와의 연줄이 있었다. Joe 가 아들의 선거운동을 위해 옛 친구
마피아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마피아들도
미래에 투자하는 의미에서 선거를 많이 도와줬다. 그 결과가 시카고에서의
선거 부정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정작 케네디 형제 (대통령 Jack 과 법무장관 Bobby) 는
당선 후 마피아에게 비우호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Bobby 는 마피아를
공격하는 일로 그의 정치적 성공가도를 달렸으니까. 그 때문에 마피아들이
두고두고 배은망덕한 케네디 형제에게 이를 갈았고, 여기서 케네디 형제의
암살을 둘러싼 마피아 음모설/conspiracy theory 가 유래한다.
닉슨은 시카고에서의 터무니 없는 선거 부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고, 자신은 “헌법을 존중한다”
고만 말했다.
그리고, 사실 당시 1960 년 (지금이라고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미국 전역의 곳곳에서 일어난 선거 부정을 다 따질려고 했다면 엄청났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만 1960 년에 3.15 부정선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당시 미국에서는 3.15 부정선거처럼 거국적으로 조직적으로 자행된 선거 부정은
없었지만.
미국의 부정선거 역사도 참 유구하며, 그 방법도 다양했다. 릴레이 투표니,
투표함 바꿔치기니, ... 그 수많은 선거 부정 방법들 모두다가 미국에서는
19 세기에서 20 세기 초까지 이미 써먹은 방법을 우리가 수입해서 50-60-70-80
년대 까지 써먹었다고 생각하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날 미국을 통합하는 정신은, 마치 우리나라나 이북에서 떠드는
단군, 동명, 혁거세, 온조, 수로, 세종, 이순신, 김일성 신화 등등과 거의
비슷한 경지에 이르렀고 광범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미국을 “건국한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에 대한 신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즉, 신화 속
그들의 창조물인 미국의 독립선언문이나 헌법에 대해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오늘날 미국의 분위기이다.
미국의 공직자나 군인들은 임명 선서에서 국가에 충성한다는 선서를 하지 않고,
다만 항상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고 따르겠다고 선서한다. 대통령이든, 판사든,
검사든, 장군이든, 이등병이든,...
한창 클린튼의 섹스 스캔들과 탄핵으로 시끄럽던 무렵에 가끔씩 미군 내에서
존경 받는 장성들이나 장교들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는 보도가
언론에 나오곤 했다.
즉, "클린튼은 미군의 총사령관으로서 미군의 사기와 명예에 먹칠을 했다" 고.
그러면서 추가되는 말이, "나는 군인으로서 헌법을 수호한다고 선서했지
대통령을 수호한다고 선서한 적이 없다!"
이런 사고방식이 대부분의 미국 공직자들의 사고방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대통령은 짧고 헌법은 유구한 것, 또는 인생은 짧고 시스템은 길다,
뭐 이런 생각이겠지.
이 말은 아무리 직속 상관이나 대통령의 명령이라고 해도 헌법에 위배되면
따르지 않겠다는 말을 미국의 군인이든 공직자든 자신의 임명 선서를 핑계(?)
삼아 정당화하고 있고, 그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 (물론 미국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의
헌법이나 독립선언문에도 있을 말이지만) 을 공직자들이 실천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최근 뉴스에 나온 우리나라 금감원 공무원들처럼 국장님한테 인사
안했다고 되는 일도 안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미국 건국신화의 핵심에 서 있는 사람들, 즉 Jefferson, Hamilton,
Adams 등이 선거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이 1800 년의 미국 대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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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9-07 23: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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