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해 17 날 자 : 2000 년 11 월 8 일 작성자 : GCI
어제 밤 미국의 모든 방송사들이 똑같이 두 번의 실수를 했다.
초 저녁에 부재자 투표를 한 유권자의 수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출구조사 결과를 근거로 플로리다 주에서 고어가 이겼다고 오보를 내보내는 실수를 했고 (이렇게까지 박빙이 될 줄 몰랐다면 결국 출구조사가 틀렸던 것이다), 새벽 2 시 반에는 반대로 개표 상황을 예측한 결과 플로리다 주에서 부시가 승리했다는 오보(? 성급한 보도)를 또다시 내보냈다. 그리고, 모든 방송사들이 플로리다 주에서의 승리로 부시의 당선이 확정되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어는 부시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를 축하하는 전화를 했는데, 새벽 4 시경에 플로리다 주의 개표 상황이 다시 박빙의 접전 양상을 보이게 되자 고어가 다시 부시에게 전화를 해서 “앞서 했던 내 말을 취소한다” 고 했다는군.
밤새 비 속에서 개표 결과와 후보자의 승리 또는 패배 연설을 기다리던 수천 명의 지지자들은 아무런 발표도 못 듣고 밤을 지샌 모양이다.
이제 플로리다 주의 정상적인 개표는 다 끝났고 소수의 부재자 투표를 개표하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현재 양측의 득표 차이는 대략 총 투표수 6,000,000 표 중에서 1,700 표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재개표를 해보겠다고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할만도 한 상황인 것 같다.
과거의 경우 플로리다 주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마지막으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주로 해외 주둔 군바리) 부재자의 투표를 개표할 때까지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적이 있었고, 또 재개표를 위한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면 하루 이틀 더 (또는 더 길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고어는 전국 득표율에서는 예상을 깨고 부시보다 앞섰는데, 대략 총 투표수 100,000,000 표 중 200,000 표 정도 앞선 것 같아 보인다. 밤 사이 캘리포니아 주의 개표에서 서로의 차이가 뒤바뀐 듯하다. 즉, 고어는 쓸데없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예상보다 더 큰 표차로 이긴 것이다.
만약 고어가 진다면 그의 가장 큰 패인은 플로리다 주에서의 패배가 아니라, 자기 고향인 테네시 주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해야만 한다.
지금 현재 고어가 과반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의 수는 10 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플로리다 주 (25 표) 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고어가 고향인 테네시 주 (11 표) 에서만 이겼다면...
미국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자기 고향인 주에서 패배한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한 쪽이 참패한 선거가 아니라 이번처럼 아주 근소한 승부를 했던 대선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어 보인다. 가장 최근의 예라면, 1972 년 대선에서 맥거번이 닉슨에게 1 대 49 로 참패할 때 고향인 사우스다코타 주에서도 졌었다. 그 때 맥거번이 유일하게 승리한 주가 메사츄세츠 주였다 (DC 에서도 이겼지만 DC 는 주가 아니니까).
그러길래 고향 사람들에게 잘 보였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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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9-21 19: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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