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해 27 (최종편) 날 자 : 2000 년 12 월 19 일 작성자 : GCI
미대선 시리즈를 마감하며.
왜 이 시점에서 연재를 마감하는지를 잠깐 설명하는 것으로 2000 년 미대선 이해 시리즈의 막을 내릴까 한다.
사실상 어제가 미국의 대통령을 선거하는 날, 즉 선거인단의 투표가 실시된 날이었는데, George Walker Bush 가 과반수의 선거인단 표를 획득함으로서 제 43 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었다.
앞에서 여러 차레 설명을 했으로 간단히 반복하면, 지난 11 월 첫화요일의 선거는 비록 대통령/부통령 쌍의 이름 아래에 투표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도록 투표를 하겠다고 맹서한 선거인단에게 투표를 한 것이었다. 그렇게 11 월에 선출된 선거인단 개개인이 어제 (약속했던 대로) 실질적으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각각에게 투표를 해서 진짜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한 것이었다.
어제의 투표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번 대선처럼 너무 근소한 선거인단 표 차가 나는 경우 선출된 선거인단 개개인들 중 1-2 명만이라도 자신의 맹서를 어기고서 다른 사람 (아무 이름이나 써 넣어도 된다) 에게 투표를 한다면 선거 결과 자체가 뒤바뀌거나, 또는 과반수 미달이라는 사태가 발생하여 연방 상/하원으로 결정이 넘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소설 속에서는 나왔었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어제의 선거인단 투표 생중계를 지켜보니, 각 주마다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방법이 다 다르더군. 예전에는 선거인단의 투표라는 것 자체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이고 선거 결과에 하등 영향을 주지도 못하는 의미없는 요식 행위라고 여겼었기 때문인지 한 번도 중계를 한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50 개 주에서 각각 벌어진 선거인단의 투표 절차를 다 중계해 주었다.
각각의 주마다 선거인단들이 투표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들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아니 투표해야만 하는 결과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고 따라서 결과가 이미 공개된 투표나 다름 없는 선거이므로, 투표 후 즉시 개표하여 선거인단 누구가 대통령/부통령 후보 누구에게 투표하였는지를 바로바로 발표하였다. 어떤 주에서는 그냥 선거 결과가 나와있는 커다란 종이 (certificate) 에 선거인단들이 돌아가면서 서명을 하고는 끝나버리던데, 그런 주에서 선거인단의 반란표라는 것은 애초에 나오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어쨋든 이번에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선거인단의 반란표가 하나 나오기는 나온 모양이고... 주마다 다른데, 꽤 많은 주에서는 맹서를 어기고 약속과 다르게 투표하는 선거인단에게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대부분의 주들에는 벌칙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있었고 역사상에도 약 10 여명 정도의 맹서를 어긴 양심불량의 지조없는 선거인단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발생한 지조없는 (faithless) 선거인단은 와싱턴 주에서 선출된 고어/리버만 측 선거인단 중 한 명이 지역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의미로 백지 투표를 했다고 하더라. 이번 선거에서 선거인단 표 차이가 2 표였으므로, 만약 부시/체니 측의 선거인단 중 단 2 명만이라도 사고를 쳤었다면 또다시 선거결과가 오리무중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역사적으로 아직까지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선거인단 반란표는 나오지 않았다.
실질적인 미국 대통령/부통령 당선자에 대한 확인은 내년 1 월 초 새롭게 소집되는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인증하면서 이루어지겠지만, 어제 각 주별로 실시된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이미 각 주별로 발표가 되었으므로 이제는 정말 다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즉, 새로운 변수는 없어 보인다.
각설하고, 앞으로 미국의 대선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있는가?
힐러리는 이번에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첫 회견에서 미국 대선의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순전히 정치적인 발언이었다. 그녀 자신도 이름난 변호사였으므로 미 대선의 방법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인기 발언을 했다고 보여진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인구가 많은 주야 총 득표율로 대선을 치르면 자기들에게 관심도 (즉,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아지고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보겠지만,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50 개 주 중 3/4 의 지지가 필요하고, 인구가 적은 대부분의 주들은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므로, 누가 보아도 현실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인구가 많은 주들이, 메인 주나 네브라스카 주처럼 winner-takes-all 방식을 버리고, 인구 비례에 따른 하원의원 지역구별 선거 결과에 따라 선거인단을 선출한다면 결국은 총 득표율을 반영하는 것이 되므로 그런 식으로 제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주에 주어진 선거인단의 수가 하원의원 수에 상원의원 수를 더한 것이므로, 메인 주와 네브라스카 주에서는 각 하원의원 지역구별로 선거인단을 한 명씩 뽑고 전체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는 나머지 상원의원 몫인 두 명의 선거인단을 준다) 하지만, 자기 주 혼자서만 그렇게 바꾼다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그것도 크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인들이 가진 헌법과 건국신화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에 대한 절대적인 추종심리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의 선거인단 제도가 미국 같이 큰 나라에서 지역 정당이 생기지 않고 지역 감정도 심화되지 않도록 한 가장 큰 공신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같이 쪼그마한 곳에서도 총 득표율 1 등이 대통령을 하도록 해 놓으니까 땅을 가르고 출신을 갈라 원수처럼 지내는데... 미국에서 그런 식으로 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뽑아왔다면, 분명히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양당 제도가 아니라 다당 제도가 발생하여 지역 정당들의 땅따먹기식의 대통령 선거가 자리잡았을 것이다.
오늘 날의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양당 제도가 자리를 잡고, 지역 정당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며, 심각한 지역 감정이 발생하지 않는 데에는, 다 현재의 선거인단 선거 제도가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으리라.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연재를 마칠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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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11-06 01: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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