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our en cage

새장 속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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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그 마음이 어떠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지는, 지금의 나조차도 알 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그 사람 의외의 타인은 만나본 적도 없거니와 만약에, 혹시나 만약에 타인의 속에 섞여서 어른으로써 살아가게 되는 날이 찾아온다하더라도, 나를 이만큼이나 아껴주고 사랑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남자를 향한 나의 감정이 증오인지, 사랑인지, 혹은 비애인지 알 방도가 없었습니다.

호흡이 사그라져가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나는 여전히 고민에 잠겨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어쨌든 간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시작은 세상에 나면서부터 남자의 손에 거둬졌다는 것입니다. 그 자그마한 머릿속에 펼쳐진 세상의 모든 이치들은 그 남자의 손길 하나하나에 길들여져 흑백으로 빛이 바랜 젖먹이인 ‘나’의 존재로 시작되어집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각에 가늘게 뜨여지던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먼지가 소복이 쌓이다 못해 검은 때에 찌든 창틀이 아니라 커다랗고 따뜻하던 구릿빛의 거친 성인남자의 손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성격은 어떠한지, 취미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바 아니었습니다.

나는 타인의 ‘온기’라는 안락함에 몸을 내맡긴 채 자라왔고, 15년의 세월을 해변가에 서 있는 사람의 발치에 힘겹게 닿던 잔잔한 물결과도 같이 보냈습니다.그 아침 햇살을 받던 손을 지닌 남자와 그 손길로 인해서 햇살이 아침의 것인지도 모르던 나.

그렇게 단 둘만이 지내기에는 지나치게 넓어, 마치 유럽에서나 융성할법한 금빛이 수놓인 백석의 한 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그 집을 나오기 전 까지 내가 살던 집의 ‘대문’이 어떤 색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어디선가 언뜻 새어 들어오던 볕에 밝은 노란빛을 반짝거리던 계단을 손으로 쓸어본 적이 없기도 하니까요.

그것은 기나긴 복도의 끝과 세상의 끝이 있었으며, 잔악무도한 낭떠러지가 나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는 충고를 받았기에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겁니다.그렇기에 넓디넓고 좁디좁은 그곳에서 저는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그 남자의 침실과 제 침실. 그리고 가끔 새벽 녘 동이 틀 무렵 제 침대 위로 찾아오던 아버지의 손에 손목이 이끌린 채 욕실에 가는 것 정도가 다였습니다.

자기 자신이 모르는 자신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 말이 당신에게는 우습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틀에 갇힌 아기 새 라는 가정 하에 생각을 해 봅시다.

주인장은 자신의 음식 취향에 맞춰서 이제 막 눈이 뜨여져 온 몸을 바들바들 떠는 자신의 애완에게 같은 것을 줍니다. 녹이 슬은 검은 새장 속에 가둬둔 채,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하루. 일주 일. 한 달. 일 년. 그렇게 매일 매일 끊이지 않는 악보의 리피트와도 같은 전주를 합니다. 만약, 당신이 다른 것을 섭취하고 싶은 나머지, 여김 없이 자신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주인의 차가운 손에 부리로 핏방울을 터트려 적셨을 경우, 그 사람의 반응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연히 화를 내겠지."

어째서

"그야, 배은망덕하니까."

어딜 보고.

"돌봐준 주인에게 은혜는 갚지 못 할망정 깨물었잖아."

그렇군요. 맞아요. 당신의 말이 옳아요.

비록 직접적으로 당신의 대답은 듣지 못하겠지만, 당신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던 ‘저’의 생각대로 응할 것이라고 어림잡아봅니다.

당신의 의견을 어김없이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바로 ‘당신’의 교육이 내놓은 결과물이니까요.

“그래야지.”

아무튼, 주인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검붉은 투박한 손으로 무자비하게 철장을 으스러지듯이 그러잡아, 그 안에서 영문도 모르는 아기 새를 꺼내어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훈계라는 것을 하겠지요.

세상은 말을 못 하는 자에게는 가차 없으니까요.

지금 저는 서두만 이야기했을 뿐이지 이야기의 전말과 시말을 단 한 두도 꺼내지 않았는데에도 당신의 반응은 아기 새에게 집중하고 있겠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것이 제가 알고 있는 당신입니다. 

제 기억이 틀렸습니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는 주인의 시각으로만 이야기의 흐름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점을 가지고 지금 당신에게 제 옛 이야기를 비유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옳다면 당신은 제 ‘추측’대로 편견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겠지요. 당신은 한 번이라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생체」의 비명을 들어 줄 생각을 해 본적이, 인간으로써 단 한 번도 없던 것인가요.

"듣고 보니 그러네."

없는 것인가요.

"없어. 내가 왜 쓸데없이 생각해줘야 하지?"

없다고 말하겠지요, 그 남자라면 단연코.

그것이 바로 당신이였기에  매일 제 비명에 곡조가 붙어 울려퍼진 것이겠지요.

일단 서두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서자면, 저는 한 평생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를 백과사전을 통해서만, 그 것이 뜻하는 바를 확고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태어나게 해 준 남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이라고 세간에선 모두들 그렇게 말한다며 커다란 손으로 ‘나’를 자신의 품으로 내리깔고는 차갑게 비소 짓던 그 남자가 말했었습니다.

그것마저 그 ‘남자’가 가르쳐준 것입니다.

하얗게 말라붙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 남자의 땀에 뒤섞여, 언제인지 기억모를 뜨거운 볕에 그을린 제 피부 위로 나뒹굴고 있을 때, 이렇게 한 두 개씩 세상의 지식이라는 것을 들을 수 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 남자를 아버지라고 홀로 깊은 내면으로부터 칭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불러본 적은 없었지만요.어쨌든 저는 마치 새장 속에서 온종일 화명하는 아기 새와도 같이 '아버지'라는 정의보다는,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주인'에 가까운 그 남자에게 손톱에 피딱지가 새까맣게 끼어 시야의 금색을 파랗게 물들이던 달빛이 어스름해서 사그라질 때 까지 노래하고, 노래하고 또 노래했습니다.

계속, 나날이, 쉬지 않고.

“어렸을 때에도 너는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지.”

사실 저는 8살의 생일날, 처음으로 그 '아버지'에게 반항했었습니다. 그 실태를 지금에서야 고하고 싶었기에 이런 실없는 것을 끼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도 너무 사랑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나를 진실로 사랑해준다는 것을 말로 재차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복도에 놓여 있던 고급스러운 백자로 제 방 창을 깨트렸습니다. 단순히 어린아이로써의 치기어린 행동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억의 시작부터 8번째의 생일을 맞이하기 까지, 단 한 번도 남자에게 혼난 적이 없었기에 새삼 심장이 뛰어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치 아기 새가 주인의 손가락에 부리를 박아 넣기 전, 갈색 빛의 거친 덩어리를 한껏 머금은 채 맑은 흑색의 눈망울을 빛내는 아기 새처럼 제 회색빛의 눈도 발했겠지요.

그리고 곧바로 그 창 밑에서 밤을 지새우며 울음으로 노래하기 전까지 순백으로 반짝거리던 이불을 손쉽게 끌어올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열기와도 같은 빛깔을 만들어내는 바깥으로 제 몸과 함께 내밀었습니다.

사실 바깥세상을 동경한 나머지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훗훗훗- 이런 식으로 탈출했었나, 그 때. 아이다운 발상이군."

역시나 어린 몸으로 2층 높이의 건물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나 봅니다.

당신이 웃고 있을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네요.

여담이지만, 요즘 따라 점점 잦아지던 불면증으로 인해서 지새우는 날과 길이가 점점 늘고 있었어요. 죽음의 외과의사라는 별칭이 붙은 사람이 실답지 못한 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그저, 허탈한 웃음만 세나오고 있습니다. 당신도 이 사실을 처음으로 접하고 있는 지금에 대해 상당히 터무니없어 하겠지요. 당신이 모르는 저에 관한 것은 없었으니까요. 언제나 짧은 금발머리에 투박한 웃음을 달고 있던 갈색빛의 남자가 저를 감시했었으니까요. 나름 정이 붙은 그였기에 생사를 알고싶습니다만, 후환이 두려우므로 이쯤하겠습니다. 

아무튼, 비록 '아버지'라는 작자와 '아들'이 하기에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었던 새벽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떠올리면, 지식이 한 없이 얄팍했던 어린 날의 제 멋모른 울음소리에 소름이 끼칩니다.

“난 상상만으로도 설 것 같은데?”

이야기가 자꾸 돌아가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현, 제 생각에 대한 것은 이 뒤에 전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이 될 지, 안 될지의 여부는 제 체력의 한계에 달려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같이 거구의 남자에게 매일매일 시달렸던 경험을 되살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네요.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타인의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던 당신에게서 벗어났을 때처럼, 끈덕지게 이생에 달라붙겠습니다.

이야기가 끝이 날 때 까지.

"시달렸다고 하기엔, 이쁜이도 비음을 내지르지 않았던가?"

하지만 당신의 거친 애무 하나하나에 반응했던 몸만큼은 아시다시피 진부한 사실이므로 새삼스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의사란, 원래 간략한 필기체로 휘갈기는 것을 좋아하는 인종이니까요.

“그러면 안 되지.”

어렵겠지만 당신이 날 이해해주길 소망합니다.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거친 게 좋은데 어쩌지.”

그렇게 하지 않을 확률이 더욱더 확고하지만 말입니다.

“네 녀석은 날 너무 잘 알아.”

자신의 ‘집’에서 엉성하게 시작된 도주의 종착점은, 평소 상상했던 것과는 상반된 씁쓸한 절경이었습니다. 메마른 고목들이 어울려서 어둡게 가라앉은 울창한 숲. 서적에 적혀있었던 ‘하늘색’에 완연히 가까운 또 다른 ‘대지’. 그리고 그 두 개가 이어지는 접점에서 푸른 결로 크게 넘실거리는 물, 그들만이 사각지대를 침범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저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모든 인간들의 끝에 놓여진 안식처라는 ‘하늘’이였고, 또한 그 교점은 당신에게서 도망치게 만들어주었던‘바다’입니다.

이렇듯, 아득하게 펼쳐진 각양다색의 세계는 각기의 매력으로 어린 시절의 제 오감들을 독차지했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작고 크고 높고 낮은 무언가의 소리들이 귀를 간질이고, 하루도 빠짐없이 남자에게서 쏟아지던 하얀 액체의 뜨거움과는 다르게 차갑고 매서운 하얀 겨울바람이 혓바닥을 휘감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식사시간이 되면 남자의 손에 들리어져오던 애정없는 무취의 식사와는 전혀 다른 달콤한 향이 콧속을 두드렸으며, 태양이 지는 것을 기점으로 ‘내’가 남자의 손에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던 사정없는 무색의 정사와는 상반되는 겨울철의 한기가 피부를 감쌌습니다. 멋있지 않나요?

“답지 않은 감상일뿐.”

검은 철장으로 둘러싸인 숲과 성의 경계들 위로 일 평정도의 깃 위에 새겨져있던 당신의 심벌이 오히려 밀밀하게 들어차진 나무들을 뒤로하고 가장 눈에 뛰었습니다. 무지개빛깔로 심어져 있는 아름다운 정원의 꽃향기는, 먼발치의 담벼락과 쓸데없이 커다랗고 하얀 성의 중간에 갇혀있는 나 사이의 들판에서 집합해있던 해적들의 지독한 화약 냄새와 짙은 피비린내에 섞여서 오히려 역한 느낌을 감돌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깨달은 것이지요.

그 아기 새와 주인의 이야기를 만든 것은 어린 '나'였다는 것을, 절실히 말입니다.

마치 소설의 내용을 전개하는 작가마냥 적어내린 주제에 실질적으로는 1인칭 시점이었다는 점. 뻔뻔하다고 생각하겠지요?

“훗-후훗! 그게 네 매력이지.”

“언제나 그 재색의 눈동자를 굴리면서 방관하는 척 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피해자인 척 타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지.”

“마치 지금처럼 말이야. 키워줬더니만 이런 식으로 배반을 해?”

당신이 그 ‘아버지’이자 ‘당신’ 이자 ‘성인’ 이자 ‘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 이였습니다. 비로소 진실에 한 발자국 다가선 어린 ‘아기 새’였던 저란 녀석은 그 비참한 현실에 직시하기능 커녕, 결국 등을 돌려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이 매일 아침 읽고 있었던 신문의 1면을 장식하던 익숙한 얼굴들도 섞여있었던 바깥은 무서웠으니까요. 왜 무서웠냐고요? 아. 종이가 부족하니 뒷면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질긴 목숨이군.”

다시 뵙네요. 계속 보시기로 하신 겁니까?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까.”

글씨가 지저분한 점은 서서히 호흡이 짧은 간격으로 끊어져가고 있기에 그러한 것이니 그러려니 하세요.

“훗- 건방진 녀석.”

이어서 제가 두려워한 것은, 온갖 무기들과 능력들을 악용하여 약자들의 피로 전신을 칠갑 하고 있었던 강자들이 시야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마저도 손가락 하나로 조종하고 명령할 수 있었던, 뻔뻔하고도 질 나쁜 젊은 당신이 내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피지배자로써의 당연한 공포도 아니었습니다.

그 강자들마저 머리를 조아게 하는 ‘당신’의 자산 중, 값비쌌던 백자를 깨트려서까지 탈출을 시도한 건방진 어린 노예의 최후가 끔찍할 것이라는 당연한 예견으로 인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미 차갑게 식은 철장으로 새겨진 새장 속에서 고통을 한 없이 맛보았기 때문에 이미 감정이 사그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내외적으로 가해지는 행위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전신에서 통점만이 배제된 듯. 물론, ‘아버지’라는 존재로 알고 있었던 ‘당신’이자 그 ‘남자’가 성욕을 풀기 위해 간편하게 동성의 소유물로써 저를 택했다는 것에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웃기지도 않는군.”

아기 새의 무대는 모든 이들이 조화롭게 숨 쉬며 살아가는 이곳이 아니었으니까요.

자신과 자신의 주인에 자신의 견해로 정체성을 성립할 수 있는, 그런 아늑한 조롱 속이라는 무대에 갇혀있는 판에 무엇이 가능하겠습니까.

모든 것으로부터 제외 당해진 이 ‘아기 새’에게 말입니다.

이것은 당신을 향한 굳건한 마음을 지키고 있었던 어린 나에 대한 모독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사과를 해도 마땅찮지만 결단코 세상이 멸할 때까지 그런 일은 없겠지요.

어차피 사과를 받는다 할지라도 제 시야도 생각도 심장의 중심도 모두 당신이기에 부질없는 일입니다.

당신의 말이 곧 진리이고, 제 자신이며, 삶이니까요.

“입에 발린 소리.”

제 손등과 팔에 검은 색으로 새겨진 문양은 상당히 깊은 통증을 동반하면서도 또 다른 의미로 마음의 깊은 충성을 표하고 있지요.

그게 바로 증거입니다. 이 편지의 모든 것은 거짓투성이이라고 여기고 있겠지요 분명.

하지만 어째서 제가 신세계에 도달할 만큼의 재력이 있는 하트 해적단의 질 나쁜 선장으로써 문신을 지우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읍니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생각해 주어야 하지?"

딱히 당신은 거대한 해적단을 결성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잔악무도한 명성은 뱃머리에서 키를 잡아본 사람. 즉 바다 위를 단 한 번이라도 항해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실실거리는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꼭 들어봤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그런 의미를 인용하여, 키처럼 생긴 기호 안에 기분 나쁠 정도로 비웃고 있는 스마일을 집어넣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과 나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주종관계의 이해를 유발시키고 있었습니다. 육체도 정신도 이미 당신의 색욕에 물들어버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간에 끝은 존재하기 마련이지요.

지금의 제 항해처럼 말입니다.

"바다를 보여주는게 아니였군."

그러나 이미 작은 새장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한 경력이 있는 애완물을 너그러이 받아들여줄 수 있는 ‘주인’은 애초에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자신을 가두고 있던 검게 녹이 슬은 경계의 바깥은, 찰나였지만 얕은 일몽에서 맛 볼 수 있던 달콤하고도 몽환적 요소 덩어리였습니다. 그 후에 곧바로 당신의 부하들이 애용하던 전보벌레라는 연락망만 아니었다면, 당신과 나의 유대는 10대에서 파했을 것이고, 제가 악마의 열매를 먹을 일 도 없었을 거니와, ‘죽음의 외과의사’라는 것을 달을 기회도 생기지 않았겠지요.

왜냐하면 처음으로 당신이 새장의 문을 열어주었던 곳이 바다였으니까요.

"훗훗훗"

그것이 언제였냐면... 아마도 그 웃기지도 않는 어리석은 탈주의 반성으로써, 3년간에 걸친 당신의 혹독한 조련을 거치고 나서 일겁니다.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것 따위, 허락 할 수 없지. 그건 당연한 거야. 안 그래?”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번이라도 용서치 않아.”

그렇기에 아기 새는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것조차 망각한 나머지, ‘주인’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안주하여 자신의 처지를 잃어버렸습니다. 창조주를 거쳐 만들어진 조형물들의 아름다움에- 수 십 개의 눈들이 정원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며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 한 채- 주인 스스로가 드러내지 않던 독점욕으로 인하여 은밀한 곳 까지 피폐하고 더럽혀져버린 자신의 몸뚱이에 슬픔을 느끼며 말입니다.

당신이 나를 ‘신뢰’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거짓’만을 했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피차일반일 텐데? 네 녀석도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저에게 있어서 당신은 유일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연인이었고 때로는 스승, 그리고 언제나 ‘주인’이였으니까요. 아기 새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이라면 당연히 그 새장도 주인의 소유입니다.

“당연하지. 네 녀석의 전부는 내 거니까.”

평생.

그리고 죽음도?

“죽음까지도.”

죽음은 어떠할지 모르겠군요. 당신은 죽음도라고 이야기 하고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아무리 당신의 소유욕이 강하다 할지라도, 자신의 곁에 소유물이 한창 떨어져있을 경우 제삼자를 이용하여 다스렸다할지라도, 사후까지 간섭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지금의 아기 새와 주인의 이야기에는 ‘죽음’이 결여되어있으니까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기 새가 주인이자 무대이며 새장 속 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곳은 이제 다 자라난 ‘새’에게 있어서 유일한 ‘자유’의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기 새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 이었습니다.

후우

그 녀석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들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더 이상 세세한 설명을 늘어놓기에는 손아귀에 쥐어진 펜을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있기에 무리일 듯싶습니다.

비로소 제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군요.

“아주 제멋대로군.”

그 따스하고 포근하던 어미의 품에서부터 강제로 끌려 나가, 아무것도 없는 춥고 좁은 철망 속에 집어넣어진 아기 새는 어떤 모양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을 것 같나요. 그 주인을 향해서. 증오일까요, 미움일까요, 절망일까요, 탄복일까요, 이도 저도 아닌 알 수 없는 사랑이라는 욕정일까요.

왜 욕정이냐고요?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수 만 가지의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오직 단 한 사람 ‘주인’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나름 성적으로써 끌렸었다고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 새는 결국 탈출에 성공하였고, 비슷하면서도 무척이나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그 무엇 하나에도 이끌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눈을 감아버리고 귀를 닫아버리고, 급기야 자신의 특기인 노래마저도 부르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후회하고 있냐며 누군가가 물어온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들의 말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답은 ‘NO' 이었지요. 제멋대로라며 성 내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어느 정도 사회에 적응하며 키운 능력이 있었기에 커다란 싸움은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주인만큼 강렬한 상처를 남겨 줄 수 있었던 자도 없었으니까요.

“......”

아아- 왠지 모르게 당신의 조용한 침묵이 손끝에서 맴 도는 것 만 같습니다. 이게 바로 환각이라는 것일까요? 하얗디하얀 새장 속의 전부인 당신에게서 벗어나고 난 후 단 한 번도 약에 손을 댄 적이 없었건만, 어둡게 침체되어가는 몽롱한 정신이 마치 당신의 ‘먹이’를 먹은 것과도 같은 기분입니다.

당신에게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바보 같군요. 저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어 간 것의 원흉인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다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우습네요. 이런 감정은 뭐라고 하나요. 알려주세요.

그 어렸을 때만큼 다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양지바른 테라스 앞에 비치해두었던 벤치에 앉아 머리 위를 쓰다듬고 있는 당신의 크고 따스한 손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눈을 감고 싶습니다. 노곤하게 쏟아지는 졸음에 묻혀가면서 살짝 들려오던 당신의 웃음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좋았습니다. 기대고 있었던 당신의 새하얀 가슴팍에서 묻어나던 평원의 은은하고도 싱그러운 풀잎의 냄새도 좋았습니다. 그 긴 시간 속에서 딱 한 번 느낀 온정이었지만 지금도 잊혀 지지 않은 채 뇌리에 깊게 박혀있습니다.

“글쎄? 기억에 없군.”

저는 두 번 다시 느끼지 못 하겠지만 그 침묵으로 일관하며 피로 얼룩진 아기 새의 날개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쓰다듬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

그런 ‘아기 새’는 자신을 짓밟고 죽여 가던 ‘주인’을 사랑했습니다.

무척 어리석은 일이란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마음이 어디 그리 쉽게 조절되던가요.

그만두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질문입니다.

"......"

‘주인’은 ‘아기 새’와 같은 심정으로 ‘나’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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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훗훗, 건방지게 말을 끊어먹어?"

아아. 약속은 지키지 않겠어. 침묵? 네 말대로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단어야. 그건 네 녀석도 마찬가지지. 조용한 네 녀석은 마음에 안 들어. 언제나 고고한 척 도도한 척, 무엇이든 간에 냉정하게 지껄이던 그 작은 부리가 귀여웠었지. 하지만 네 녀석의 머릿결이 이렇게 부드러웠던가.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촉인 것만은 확실해. 하지만 멋대로 네 녀석이 나에게서 하찮은 목숨을 걸고 도망쳐서 겨우 한 일이 이건가. 해적. 너는 결국 내가 나은 결과로 인생의 결과를 맛보는 군. 몇 년 만에 만져보는 네 녀석은 여전히 야위었군. 그리고 여전히 차가워. 처음 네 녀석의 소식이 들려오던 장소가 내 관할구역이었었지.

노예 경매장.

그 곳에 걸려있던 마크를 보았었나? 심기가 매우 나빠져서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던가? 네 녀석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그곳이 아늑했던가? 네 녀석이 아무리 자유를 추구하며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한 들, 정교하게 아로새겨진 검은 문신이 너를 좀 먹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지. 네 녀석 손가락이 나타내지 않았던가. DEATH. 내 명령에 불복종하거든 곧 죽음이 뒤따른다는 것을. 그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건방지게 굴은 네 녀석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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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우습게도 언제 글이 끊길지 모르기에 가장 먼저 뒷 장에 추신을 적어 넣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검은 색의 장도로 아기 새의 날개를 그었습니다.

      사랑받지 못 할 새장 속의 사랑이..... .버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