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맨물
와ㅏ..내가 리맨물을 썻었다닝;
근데 이 겁나 오글거리는건 뭐냐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가벼운 문체는 너무 어색해...흡!
잘 쓰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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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십 여분 쯤 지났을까,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 삐딱하니 서 있다 보니 나 자신이 돌부처가 된 느낌이다. 이러다가 이 영화관에 뼈마저 묻어서 정령 왕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술 끝이 비죽거린다. 매일 밤 통화로 못 살게 굴던 녀석의 끈덕짐에 내 자손의 씨가 마를 거 같은 위기감에 마음에도 없던 데이트를 하자고 권유했다. 영화를 보는 게 어떤가, 키드여. 그 뒤로 녀석의 조용한 침묵만이 수화기에 내려앉는다. 사실, 사귄지 일 년 정도 된 우리였지만 아직 제대로 연인처럼 굴어본 적이 없었다. 원체, 밖으로 나가서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을 죽도록 귀찮아하는 나였기에 키드녀석이 보통의 연인처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자! 라는 의견은 언제나 묵살시켜버렸다.
사실 작년까지 계속 해왔던 인턴 직에서 올 초, 당당히 '외과의사' 라는 전문직을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이름 하나를 간판으로 내걸은 것이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큰 이유였다. 매일 출·퇴근 할 때마다 1층에 자리 잡은 인포메이션 게시판에 적혀있는 트라팔가 로우라는 글자는 그 어떤 것보다도 나에게 있어 두드러져보였다. 게다가 그 소식을 듣고 단번에 달려 온 모 게임 회사의 벌건 머리 사장의 재간이 떠올라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플래시 터트려가며 다양한 각도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뭐, 그 다음엔 어떻게 됐더라. 가뜩이나 연예인 뺨치는 포스에 건장한 장신의 남성이 마치 발정난 개처럼 헉헉거리며 안정과 치유를 우선시하는 큰 병원 대기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경비들의 출동감이였다.
그 대 난투 속에서도 녀석은 열심히 사수한 사진을 핸드폰 대기화면에 해놓기까지 했다. 더해서 매일 자사의 직원들에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랑을 해대고 있어서 부러움을 넘어선 지루함에 자퇴서를 쓰고 싶다며 투덜거리는 킬러의 문자는 나의 보관함메시지 안에 고이 들어가 있다. 그만큼 녀석과 나 자신은 자신의 프라이드를 위해서 빠듯한 나날을 보내느라 느긋한 데이트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 만나더라도 바로 침대로 직행했으니까.
"하아. 잊은 건가."
의외로 10이란 단어는 그리 짧지만은 않다. 나처럼 의학을 전문직으로 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잇느냐 살릴 수 없느냐 정도로 엄중하게 흐르기도 한다. 10분이 곧 인생 10년 치의 암담함을 쓸어 모아 무겁게 가슴을 내리누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저런 찰나에서도 사람이 긴장이 지나치면 등 뒤로 흐르는 미지근한 땀줄기가 한기를 돋운다는 의학적으로도 논리적이지 않은 가언에 동의해버렸을 정도였다. 그만큼 숫자의 크기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 녀석이 나에게서 잡아먹은 10이란 단어를 소생시키기는 어려울 터이니 그만큼을 너의 목숨에서 딱 그만큼만 앗아가 주마. 그러니까 당장 내가 전화를 걸을 테니 수화기에 절을 하며 받아주길 바래.
곧이어 이어지는 대기소리가 몇 초안가 뚝 끊기더니 인적어린 소음만이 지나가는 결에 잠깐 흐른다.
"어디야"
「.......」
"어디냐니까."
목소리를 최대한 깔면서 대답 없는 상대의 기척에 오랜만에 쌓을 때 까지 쌓아둔 나의 내공을 되살려 갈등 좀 맺어 볼 생각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사람과의 관계 같은 만사에는 권태로워하는 나였지만 이런 식으로 까는 듯이 논질하는 거에는 즐거워했다. 특히나 유스타스 키드 같은 타입은 놀려먹기에 딱 걸맞은 반응에다가 재깍 튀어나오는 성질이 보지 않아도 그림으로 그려졌다.
「다 와가.」
"오늘부터 한 달간 섹스 금지해야겠군."
안 돼!! 녀석이 다급하게 외치더니 괴상한 신음소리로 귀청을 찌른다. 살려달라는 식으로 긴 장문을 언송하는 것이 마치 연단에 오른 연설자 같았다. 육하원칙에 맞춰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누가, 왜? 라는 식으로 자세히 따져 물기까지 한다.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여성이 직설적인 말에 동그랗게 뚠 눈을 이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녀석과 완연한 싱크로 율에 작게 웃어버렸다. 만약 녀석이 택시를 타고 오고 있다면 운전기사아저씨도 이 여자 분만큼 당황해하고 계시겠지. 스스럼없이 내뱉는 성적인 단어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서로에게 작은 애정의 표현 중 하나였지만 타인의 상식으로써는 어림 한 푼어치도 없는 구실 이였다.
네 녀석의 몸이 아니면 필요 없다라는 식의 색욕을 드러내지 않는 애정. 서로의 몸을 갈구하는 독점욕이야말로 최고의 사랑표현이지 않을까라는 게 녀석과 나, 여러 사람을 만나고 거치고 날카롭게 찢기기도 하며 다듬어진 어른식의 사랑법이였다.
"무슨 일 있었던 건가, 키드여."
「어? 아니. 아무것도.」
"근데 왜 이렇게 안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데이트가 기대돼서 한 숨도 못 잤다며 제발 이런 날인만큼 오늘 너에게 긴급호출이 안으면 좋겠다며 처음으로 신에게 기도도 해봤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최근, 녀석과 커플로 맞춘 터치 폰으로 인해서 실시간으로 톡이란 것으로 연락이 되다보니 더욱더 녀석의 마음이 진솔하게 와 닿았었고, 적절하게 섞인 이모티콘에 또 다시 터진 숨에 비실비실 실없는 웃음이 나왔었다. 험상궂게 생긴 인상의 소유자가 착실하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그늘을 드리운 속눈썹을 파르르 떨어가며 아멘- 이라고 하는 모습이라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뭐, 그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비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대시를 한 거였지만. 겉은 포악한 곰인데 속은 얌전한 토끼라는 것마저 이제는 사랑스러웠다.
「흠…….배가 아팠어.」
"박혔냐."
「뭐라고?!」
"대변이."
「…….」
이번 말장난은 조금 지나친 것 같아 미안- 이라며 곧바로 사과를 했다. 녀석이 기분 좋게 웃으며 오히려 약속에 제 시각에 가지 못 한 자신 쪽이 잘못이니 사과하지 말라고 한다. 이게 바로 연인들 간의 이벤트 효과인건가. 가슴 속에서 퍼지는 따스한 기운에 뒤섞인 생경하면서도 처음으로 겪는 스멀거리는 감각에 자꾸만 입 꼬리가 위로 향한다. 좋구나, 이런 거.
뺨 위로 확 하고 달아오르는 기운이 삽시간에 얼굴 전체로 퍼져간다. 신이여, 믿지는 않지만 이렇게 빌 테니 호출 안 오게 해주시죠. 그럼 믿을게요.
"그럼 표 끊어둘게. 언제 쯤 도착할 거 같아?"
크로스로 매고 있던 검은 가죽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기 위해 어깨와 귀를 밀착시키고 그 사이에 핸드폰을 끼워 넣은 채 통화를 계속했다. 손 안에 잡히는 거친 결을 그대로 들어 올려 카운터를 향해 발을 떼어 내 걷기 시작했다. 기둥 밑에 안착 된 기계에서 왼손으로 대기표를 뽑아 대충 훑어보고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봤다. 슬슬 제 3 영상관 입장이 시작된다는 방송이 머리 위 스피커를 통해 나지막하게 울린다.
어라. 그런데 뭐지 이 위화감은? 안내원의 차분한 육성이 이중으로 거듭되어 들려온다. 지금 내가 현기증이라도 느끼고 있는 건가. 연말이라 더욱 바빠진 수술들로 인해 침대 위에 누워 자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바쁘긴 했었다. 덕분에 태초부터 눈 밑 애교 살에 거무스름하게 침착 된 다크서클이 깊어지다 못 해 스모키 화장이란 오해를 일으킬 정도였다. 이제는 서서 자는 것이 몸에 베어버려서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쌓인 피로감을 풀기란 쉽지만은 않은가보다. 설마 영화 보다가 추잡스럽게 입을 떡 벌리고 자고 있는데 키드녀석이 보면 어쩌지. 제대로 된 데이트를 만끽하기는커녕 분위기를 망칠까봐 조마조마하다. 팝콘 세트에서 콜라 한 개를 블랙커피로 바꿔서 주문해야겠다. 그 이전에,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본의 아닌 에코현상의 근원부터 찾아봐야겠다.
「대강 15분 후?」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딱히 문제 삼을만한 것은 없었다. 설마……. 아직 단정지을만한 근거는 없었지만 키드의 부재와 지금 막 대기표를 뽑고 있는 커플의 수다도 곧 에코를 일으키며 얼떨떨한 나머지 묵언하고 있는 내 귓전을 맴돈다. 이렇게 된 이상 저 남녀에겐 미안하지만 확인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 잠시만 시간 좀 빼앗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음습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 시야를 느낀 모양인지 남자 쪽이 곧 여자 친구에게서 눈길을 떼 그런 내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급작스레 마주친 시선에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조금 머쓱해져 해치지 않아요 하트 뿅뿅 트라팔가 로우 식의 가벼운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어느 새 그런 나와 자신의 남자친구의 아이 컨택트에 불쾌함을 느꼈는지 여성분의 표정이 점점 구겨져간다. 그러고는 이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 일생일대에 보기 힘든 표정도 보여주는 값을 지불했으니 이제 도움 좀 받아볼까. 일단 핸드폰을 최대한 입 가까이에 댄 채 떨리는 숨을 한 번 깊숙이 들이마셨다가 느릿하게 내뱉었다.
"뭐야, 지금 헌팅하는거야?"
"네?"
"괜찮아. 나 지금 애인이 약속시간에 너무 늦어서 파토 낼 예정 이였거든. 이름이 뭐야?"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감탄해하며 그 쪽으로 서서히 다가서자 따끔한 시선이 전신을 찔러온다. 상당히 작은 체구에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그런 나의 행동에 경계를 더욱이 표출했다. 잠깐 지금 헌팅 했어? 날카롭게 찌르는 얇고 높은 톤이 자꾸만 작아져가는 괄괄한 음성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잠시 동안의 방황이 양심을 찔렀는지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한 기색이 흐르는 눈동자에 나를 담아낸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빠르게 구르는 모습이 앞으로 나에게 까이게 될 운명에 놓인 유스타스 키드를 대변해준다. 안 나오면 내가 쳐들어가주마.
"트라팔가!"
「트라팔가!」
오, 등장했다.
예상은 했다만... 여태까지 기둥을 등에 지고 쭈그려 앉아 그 거대한 몸집을 꾸겨 넣어서라도 숨기고 있었나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약속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온 나도 사지 않은 영화 표 2장이 녀석의 손에 처참하게 구겨져 상할 대로 상해버렸으니까 말이다. 계속해서 초를 새기고 있는 핸드폰의 플립을 닫고서 불쑥 튀어나와 커플을 한 번 째려봐주고는 다시 이쪽으로 오던 걸음을 재촉하는 녀석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너 지금 뭐...!"
"역시 와 있었네."
"하?"
"늦게 오는 줄 알았거든."
그게 뭐. 녀석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니꼬운 콧소리를 내며 받아친다.
"모처럼 데이트를 마냥 가볍게 보고 있는 줄 알았지."
"그럴 리 없잖아. 그 전에 뭐? 헌팅? 파토? 장난 하냐. 내가 늦는다고 말을"
"했지, 키드여. 근데 왜 늦은 척 했던 건지 설명부터 해봐."
그제야 자신의 사태를 파악한 건지 녀석의 이마로 극장 내의 시원한 공기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식은땀이 흐른다. 그러니까 왜 나를 속이려고 한 거냐. 두 손을 등 뒤로 가져다댄 채, 녀석을 향해 상체를 쭉 뻗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시선을 피한다. 평소라면 이런 내 애교에 기꺼워하며 잘 먹겠습니다! 라고 외쳤을 녀석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괜스레 자신과 눈이 맞은 비운의 깨질 위기에 놓인 커플을 매서운 눈초리로 흘겨본다. 키드여, 화 안낼 테니까 말해 봐. 평소 베포에게 대할 때에만 하던 인자한 미소를 듬뿍 담은 채 재차 질문을 하자 녀석이 힘겹게 입을 뗀다.
"...서"
"음? 뭐라고?"
그래그래. 보통 첫 데이트에서 상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예쁘다는 찬사를 해주지. 알고 있어.
"창피해서."
아니 이 튤립새끼가 지금 뭐라고?
"너같이 섹시한 녀석이 기다리는 상대가 나 같이 험상궂은 녀석이란 게 창피해서."
"....... 뭐라고? 유스타스 키드여. 지금 그게... 잠깐 뭐라고요? 무슨 의미입니까 그건. 시비입니까? 과찬을 가장한 시비?"
"...! 아 글쎄! 인사하려고 했는데 네 녀석이 평상시보다 너무 예쁘게 입고나오는 바람에 말 더듬을 것 같아서 숨어있었다! 됐냐! 됐냐고! 그렇게 궁금했냐!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고!!! 그래서 주위 놈들이 곰 같은 새끼가 미녀 꿰찼다고 쫑알거릴까봐 창피했다!!!!! 씨발!!!!!!!!!!"
아. 미치겠다. 뭐 이런 창피한 녀석이 다 있지. 지금 네 녀석의 실내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모든 이들이 우리만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좀 깨달아줬으면 좋겠다. 눈을 떠. 눈을 뜨란 말이야! 이 현실에서 도피하지 마! 지금 네 녀석이 숨어있다가 들켰다라는 사실에 당혹 해 하는 건 알겠는데 당장 그 째진 눈을 오픈해서 나와 같이 쪽을 받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떠버리게 하겠어.
"......좋아. 알았으니까 일단 주위 좀 살펴보시지. 진짜 창피하거든?"
"어? 아. 으악! 으어어어!"
전화기로만 들어봤던 괴이한 외마디 비명을 실시간 중계로 들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귀엽게 느껴진다.
"키드여 미안한데, 영화는 다음에 내가 살 테니 나중에 보면 안 될까."
"하?...... 그래 미안하다. 돌아가자. 보고 싶어 하던 영화였는데 창피해서 안 되겠다. 씨발 내가 병신 이였지."
"그 병신을 좋아하는 나도 병신인가보다. 어떡하냐. 이거. 외과의가 병에 걸려서 큰일이다, 그치?"
손을 뻗어 녀석의 시원스럽게 쭉 뻗은 핏기 없는 손가락을 살짝 쥐고서 품 안으로 끌어당기자 자연스레 이끌려온다. 입술 근처로 다가온 녀석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젖은 혀로 닿을 듯 말 듯 휘감아 올리자 녀석의 옆얼굴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져 간다.
"지금 하면 나을 것 같아. 트라팔가 로우 전용 주치의 유스타스 키드 의사양반."
고쳐줘. 그리고 하자.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병원 호출기의 전원버튼을 꾹 눌러서 전원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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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는 게임 회사 사장
로우는 어느 큰 대학병원 의사
라는 설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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