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기회를 줘요...
집에 들어가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해져가는 마음마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수십번은 번복해가며 입술까지 물어뜯고 있었다. 있으면 오겠지, 좀만 있으면,
오겠지라는 생각따위는 깡그리 무시해버린 채 무심한 시계바늘은 밤중으로 달음박질쳐
달려나가고 있었다. 쨀깍쨀깍 거리며 달려나가는 시계를 쳐다보다가 결국엔 내 오른쪽 손이
시계를 잡아가지곤 땅바닥으로 추락 시켜버리곤 말았다. 쨀깍 거리는 시계소리마저 끊기자
정말로 쥐죽은 듯 조용해져버린 집안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신혜성이라는 인간의 이름 석자를 새기며 밤을 새웠다.
결국, 그날 신혜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형아야! 혜성이형아 왜 안오는데?"
"내가 알게 뭐야. 빨랑 밥이나 씻어."
신혜성이 그렇게 사라져버린 뒤 1주일이 지났다. 신혜성이란 사람이 없어졌다고 해서
크게 내 인생이 변화될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6개월이나 같이 살았었던 정 따윈
싸그리 없어진 듯 내 인생은 다시 원래대로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선호는 신혜성을 핑계로 1주일 전부터 우리집을 들락날락 거리더니
결국엔 어제부터 우리집에서 며칠만 자겠단다. 너무나 황당해서 어안이 벙벙해져있는데
선호네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배실배실 웃으면서 부탁까지 하시는게 아닌가.
할수없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선호를 떠맡게 된 나는 선호에게 잔일거리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빨랑 빨랑 빡빡 빡세게 딱아봐, 좀."
"아, 거참. 형아 말 너무 많잖아! 형아나 열심히 해! 혜성이 형아도 못 찾아왔으면서."
"........ .."
끝말은 자기자신조차 미안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은 선호가 얼굴을 푹 숙인다.
하하, 자식. 난 괜찮은데 괜히 그러고 그러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쌀을 북북 씻던
선호가 결국엔 눈물 한방울을 툭 흘려보낸다. 쌀을 씻고 있는데 그 속으로 선호의 눈물방울이
반짝거리면서 들어간다. 에이씨, 눈물 넣으면 맛 없는데. 그릇을 하나하나 닦아내다가
결국엔 손에 끼워져있는 고무장갑을 손에서 빼내곤 선호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놓았다.
부드러운 선호의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수욱 빠져나간다. 부드럽다.
"괜찮아, 얼른 씻고 밥 먹자."
"... 미안."
"미안은 무슨. 얼른 쌀 씻어. 그래야 먹지."
"형아야, 사실은.."
"응."
"난 형아가 좋은데, 혜성이 형아가 너무 보고싶어."
"혜성이..?"
선호의 입에서 튀어나온 신혜성의 이름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좋겠구나. 자신이 원하면 원하는대로 말도 할 수 있고, 보고싶으면 보고싶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등. 적어도 어른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하는 일은 없으니까. 그게 너무 부럽다. 선호의 말에 갑자기 신혜성 얼굴이
그려진다. 가끔가다 지지배같은 웃음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집안을 휘젓고 다니던 신혜성이
머릿속에 꽈악 찬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신혜성의 얼굴이 생각난다.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그냥 옆에 있던 돌멩이를 대문 밖으로 휘익 던져버렸다.
답답하다, 뭔가가 가슴팍에 꾸욱 눌려있는 것만 같다. 죽을 것 만큼 숨이 막힌다.
"그게 뭐가 미안해.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거지."
"난 형이 제일 좋았었는데, 지금은 혜성이 형아가 더 좋아서."
"에이, 그런걸 갖고, 뭘. 얼렁 들어와 밥 먹자."
"쌀도 다 안 씻었는데?!"
"어제 해논거 있어. 빨랑 들어와, 얼어죽을 것 같애."
대문 밖에서 찬바람을 쐬면서 찬물로 그릇을 씻다가 보니까 빨갛게 팅팅 부어오른 손 때문에
손이 덜덜 떨리자 그냥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버렸다. 그런데 찬물로 쌀을 씻던 선호의 손이
번뜩 생각이 나서 땅바닥에 이불을 잔뜩 끄집어내려서 손을 그 안에 집어넣어줬다.
빨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정말로 띵띵하게 부풀어올라버린 선호의 고사리 같은 손을보자
괜히 미안해진다. 미안해져서 선호의 손을 한참동안이나 주물럭 거리다가 배고프다며
웅얼거리는 선호의 중얼거림에 부엌으로 가자 밥이 한사람 밖에 먹을게 없다.
밥을 다 푸어담고는 상다리가 휘어질정도로 차리자 내심 뿌듯해져서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선호가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미안."
미안함에 이불을 선호에게 덮어주고는 다시 상을 부엌에 갖다놓고는 신문지로 덮어놓았다.
부엌에 상을 갖다놓고는 창 밖을 보자 어느새 어둑해져버린 마을의 하늘엔 노랑색 별들만
촘촘히 박혀있다. 일주일째다. 신혜성이 사라지고 난 뒤도.
아무렇지도 않을거라고 굳게 다짐했었건만, 이놈의 정이란 놈은 정말로 끔찍하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다시 생각을 떠올려서 가슴 한켠을 아리게 만들어버린다.
오늘은 신혜성의 떽떽 거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듣고싶다. 우울한 밤이다.
"에이, 재미없어."
이미 잠이 들어버린 선호의 옆에 가만히 누워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는데도
재밌는 프로그램이라곤 한개도 나오질 않는다. 그저 연예인들이 나와서 깔깔거리기만 할뿐.
다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갑작스레 뜨는 긴급뉴스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리모콘을 멈추자
비행기 사망단 명단이 스르륵 뜬다. 황당함에 너무 놀라 가만히 사망자 명단을 응시하자
신혜성이라는 석자가 명단에 떳다가 다시 스르륵 사라져버린다. 신혜성?!
아닐거야, 아닐거야. 동명인이겠지. 스스로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설마 신혜성이겠어.
그러고는 또 다시 채널을 돌리자 똑같은 긴급뉴스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뜨는 또 다른 뉴스.
"오늘 오후 쯤 미국으로 떠나던 비행기가 갑작스레 레이더망에서 사라져버리고는
추락했다는 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유명 모 그룹의 외동아들이었던 신혜성군의
죽음으로 모 그룹 사원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그와 함께 사라락 스쳐지나가는 신혜성의 영상이 보인다. 설마, 설마....
거짓말이지. 거짓말일거야. 그래, 신혜성이 저 비행기를 탔을리가 없어.
설마 신혜성이 저 비행기를 탔겠어? 걔는 다른 곳에 있을거야, 아무렴. 다른 곳에 있을거야.
며칠뒤면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날거야.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거야.
안녕, 문정혁이라고. ........ 신혜성 죽은 거 아니잖아.
"아아아악 -!!!!!!"
신혜성의 죽음은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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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군 죽었을까요?
아, 정말 이 허무한 스토리;
같으니라구. 정말로 아무런 진전도 없고,
완전 너무너무 허접하다죠;
.... 슬퍼 죽겠어요.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로 가기 누르신 분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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