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울어도달래주는사람하나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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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 184 date : 2004-11-29 1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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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리지 않았다. 다만 내 마음 속에서만 억척스레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내 마음속의 비가 내리고, 그 가슴에서도 비가 내리고

내 눈에서 비가 내리고 그 눈에서도 비가 내리지도 않았다….

다만, 한 여인만의 모든 곳에서는 비가 쉴 틈도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억척스레, 마치 그녀의 비들이 모여 크고도 큰 강을 이룰만큼의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다.

억척스레 쏟아지는 비가 내린다.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비가 내린다.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이렇게 하염없이 비만이 쏟아져 내릴 뿐이다.






"이제 그만해도 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줬어."

"…… 그애도 충분히 알아들었을거야."

"당신과 내… 첫 아기… 였어…."






한 여인과 남자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져가기 시작한다.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한 것이 평생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겐 그런 말 조차 하지 않은 그녀가 미운 듯 아이의 표정이

점점 점점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처음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두번째는 양 미간을 살며시 찌푸리기 시작했으며,

세번째로는 자신의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으며,

그 모습을 그저 쳐다만보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파하는 모습 따위는

나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혜성이를 잘 보살피면 되잖아…."

"내… 아가…."






남자의 말따위는 깡끄리 무시한 채, 흰 천으로 덮여가는 아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가 드디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두 다리를 휘청거리며 일어난다.

옆에 놓여있는 안락의자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짚고는 꼿꼿하게 선 그녀가 이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혜성에게 시선을 맞추고는 빽빽히 소리를 지른다.

일센치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긴 손톱에 빨강색 매니큐어를 바른 검지 손가락으로

혜성을 향해 거침없이 휘두르기 시작한다.






"저 아이예요…!! 저 놈이 내 아기를 죽였어!!"

"진정해요!!!"






보다못한 남자가 재빨리 그녀의 양 손을 뒤로 낚아채 잡았지만,

이내 그녀의 두눈은 혜성을 향한 증오심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기가 죽은 정확한 이유도 모른채, 혜성은 그렇게 그녀의 어처구니없는

저주를 듣고 있어야만 했다. 유일하게 아이의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서에 까지 갔다온 혜성이 지쳤는지 침대 위에 펄썩 엎드리자,

짙고도 새콤한 레몬향기가 침대에서 은은하게 울린다.






"…… 내가 안 죽였는데…."

"난 네가 안 죽였다는 걸 알어…."

"…………?"






갑자기 들린 누군가의 목소리에 살며시 고개를 든 혜성이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고개를 침대에 깊숙히 파묻어 버린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않고 다시 또박또박 들려오는 이상한 목소리다.

어디서 들리는 목소리인지 그 목소리의 실체가 궁금해진 혜성이었지만,

기껏해봐야 환청이겠거니 하며 넘어가려는 순간 무언가의 목소리가 혜성의

정신을 온통 뒤죽박죽 섞어놓는다.






"아기를 죽인건 그 엄마야. 네가 죽였다며 네게 손가락질을 한 그 여자말야."

"……… 그걸 어떻게 알지?"






목소리의 주인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혜성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온화한 웃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웃으며 혜성의 작고 여린 어깨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난 절대적으로 널 믿는단다, 아가. 라는 얇고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


결혼을 한번 했던 과거가 있었지만 꽤 번드르르하게 생긴 얼굴 때문에

계속해서 들어오는 선을 당차게 거절하고 있었던 혜성의 아버지였으나,

꽤 잘사는 집의 막내딸이 자신에게 혼담을 넣었다는 말이 중매인의 입에서 나오자

덜컥 맞선을 보겠다며 덤벼들고는 1년만에 아기까지 낳았으나 그 아기가 갑작스러운

의식불명으로 죽어버리자 그 여인이 다짜고짜 아기를 죽인 범인이 혜성이라며

범인의 화살표를 혜성에게로 던져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성의 아버지라는

작자는 자신의 아들이 살인누명을 쓰게 됐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혜성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은 것이다.






"당신은 알죠?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럼, 알다마다. 난 언제나 네 편이란다, 아이야…."










*











벌써 몇 년째 들어오는 살인마 소리.

무죄라는게 성립되어 다행히 쇠고랑을 차거나 그런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혜성은 여전히 집 안에서는 살인마라는 소리로 불리워지고 있던 터였다.

그녀의 모진 소리를 다 받아가며 이 집에서 살아온지도 어연 14년이 흘러갔다.

한동안은 혜성의 얼굴조차 보려고 하지 않았던 그녀였으나,

지금은 어느정도 진정이 됀 것인지 혜성을 보고는 가끔가다 살인마라는 소리외엔

별다른 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충격도 세월이 흐르면 다 지워지는 것이다.






"… 살인마, 와서 밥 먹지 그러니."

"…… 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식탁 앞으로 다가간 혜성이 떡 벌어진 입을 감추지못한다.

온통 야채들로만 가득한 식탁을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던 혜성이가

이내 뒷통수를 긁적이며 의자를 살며시 꺼낸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식탁앞으로 당겨앉은 혜성이 살며시 젓가락을 든다.


말 한마디 없는 집 안. 썰렁한 냉기만이 왔다갔다 거리는 집 안에서

14년을 버티어온 혜성은 앞으로도 평생 그렇게 살아가야할 지도 모르는 운명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혜성을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밥 그릇으로 시선을 옮기는 그녀다.

무언가가 찝찝했던지 혜성이 자신이 먹은 밥그릇을 한번 슥 쳐다보고는

다시 살며시 고개를 푹 숙인다. 종종 걸음으로 부엌을 걸어나오자

숨이 막히는 듯 [하]하는 탄성과 함께 고개를 뒤로 휙 젖혀버린다.

검정색의 머리카락이 혜성의 고개 뒷편으로 스륵 밀려나고 혜성의 두 눈에는

새하야리 만큼 새하얀 눈부신 천장만이 희뿌옇게 들어오고 있었다.





















"에잇, 이 꼬물 컴퓨터."






오랜만에 메신저를 하기위해 컴퓨터를 켰는데 잘 못됀건지 계속해서

오류가 난다. 재부팅을 5번씩이나 해봤는데도 영 엉터리다.

답답했는지 발로 멋스럽게 컴퓨터의 본체를 한번 휙 까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밥을 먹기 위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가만히 내버려두었던 핸드폰이

그제서야 혜성의 두 눈으로 들어온다. 그와 함께 [수신된 메세지 1] 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들어온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플립을 연 혜성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술먹자. 내가 쏠게, 나와.]







대충 겉옷을 걸쳐입고 1층으로 내려가자 그녀가 혜성을 멀뚱멀뚱 쳐다본다.

대강 할말이 없어진 혜성이가 그녀의 시선을 애써 피한 채 신발장 앞으로 걸어간다.

뚜벅거리는 혜성의 말소리만이 울려퍼지는 집안에 그녀가 혜성의 이름을 부른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입에서 혜성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온다.






"혜성… 어디가?"

"…… 아, 바, 바, 밖에요."





난데없는 그녀의 말에 더 놀란 혜성이가 말까지 더듬으며 대꾸한다.

안그래도 숫기가 없는 터라 귀밑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더듬거린다.

그럴만도, 아까까지만 해도 살인마라 불렀던 그녀가 갑작스레 혜성이라니 -

무언가가 안맞는 기분에 혜성이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어본다.

그러나,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혜성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혜성아… 친구 만나러 가?"

"예? 네, 네, 네."

"살인마 주제에 친구는."






와장창창.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혜성의 귓 속으로 정확하게

파고들어오는 살인마라는 세글자다. 그제서야 혜성이가 온 몸이 탁 풀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다시 한번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신발을 억지로 짓이겨 신는다.

………… 환청… 이다.






*







"캬, 쓰다."






소주잔에 소주를 한가득 따르고는 원샷으로 들이키는 민우를 슬쩍 쳐다본다.

3년지기 친구였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민우였고,

그로 인해서 친해져버린 둘은 가히 애인사이라 불릴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니 민우는 혜성에 관해 모르는 것이 한개도 없었고, 심지어는 혜성의

집안 일마저 빠삭하게 외우고 다니는 터였다.






"그래, 넌 아직도냐?"

"뭐가?"






소주잔을 막 입으로 가져가려던 찰나 터진 민우의 질문에 혜성이가 반문한다.

이미 민우의 속 뜻 따윈 다 알고 있으면서 다시 한번 되물어본다.

혹시나 혹시나 민우의 질문이 그것이 아닐까 싶어.

수천번도 더 속마음으로 부정해보는 혜성이었지만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 새 엄마라는 사람, 좋아하는거 말야."

"…… 그래, 어처구니 없게도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냥, 고백해버리지 그러냐."

"조만간 할거야."

"조만간이라니?"

"그런게 있어…. 조만간……."







소주잔을 입으로 가져가고는 홀짝 털어마시는 혜성이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혜성의 속마음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그렇게 하루도 저물어만 가고있었다.










*







민우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혜성은 그날 꿈을 꾸었다.

자신이 드디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를 죽이는 꿈을.










"혜성아…. 왜그러니, 그 칼 좀 저리 치우렴."

"당신이란 인간은 죽어야돼, 죽어야돼."






부엌용 칼을 들고 이리저리 설치는 혜성이다. 그리고 그 앞엔 혜성의 아버지와.

칼을 남자의 복부 쪽으로 정확히 조준시켜놓고는 휙 하니 던져버린다.

파팟.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휘날린다. 천장으로도 피가 튀고,

거실 온 사방으로 피가 튀어댄다. 칼날이 가로로 박혔는지 움푹 들어갔다가

남자가 쓰러짐과 동시에 칼이 땅바닥으로 나뒹군다. 그의 뱃가죽이

살며시 찢겨 피와 살덩어리가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그의 살덩이가 나가떨어진 곳엔 혜성이의 시체 한구도 곁들어져있었다.





혜성이 꾸었다고 생각했던 그 꿈은……………

…………………… 꿈이 아닌 사실이었다.
















"꺄아아악!!!!"






여행을 갔다가 3일만에 돌아온 그녀의 눈에 비춰진 건

나란히 죽어있는 혜성과 그녀의 남편의 시신이었고,

남편의 살덩어리와 혜성의 짤린 손이 땅바닥을 나뒹굴어다니고 있었다.

이미 카페트며 소파며 천장은 피로 얼룩덜룩 해져있었고,

그들의 피는 딱딱하게 응고되어 굳어 있었다.

양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남자를 아스라이 어루만지던 그녀가 이내

혜성의 시체를 보고는 두 발로 뻥 차버린다. 저 쪽 구석까지 밀린 혜성의 시체가

두 눈을 부릅뜨고는 그녀를 노려본다.

차갑게 뜬 두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혜성의 두 눈에 심장이 급격하게

멈춰버린 그녀 역시,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 심장마비라는 판단으로……





………… 사망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혜성의 절친했던 친구라는 민우군의 손에 있던 혜성의 유언이

대스타가 된 민우군의 입을 통해 만천하에 알려퍼지게 됐다.







"안녕 사랑하는 나의 친구 민우야….

난 오늘로써 삶을 마감하려고 해.

날 살인마라고 몰았지만 내 사랑이었던 그녀와도 마지막이겠지.

그녀에게 처음으로 살인마라는 소리를 듣고나서…

난 처음으로 천상의 소리를 들었어.

날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런 신비스러운 듯한 목소리를 말이야.

이번생은 나에게 있어서 시커먼 검정색이었지만,

다음 생엔…… 정말 아름다운… 분홍빛이었으면 좋겠어.

………… 정말로 …… 소중한 나의 친구 민우에게…

정말 못됀 너의 친구 …… 혜성이가."


  달빛의차가움지영이 소설은…심오해! 그 안에 감쳐있는 뜻을 찾기가 어려워. 내가 원래 겉만 보거든. 하지만 늘 똑같아. 슬픈 분위기. 11/29 23:20 x
  kumiko어째서 맨날 이런 소설만 쓰는거야. 신혜성은 그래 좋아해서 집어넣었다고 치자. 왜 우울하고 침울한 내용이야? 좀 신나거나 재밌고, 흥미진진한 내용 충분히 쓸 수 있잖아. 니 소설을 읽다보면 읽기 싫어서 그냥 휙휙 지나갈때 가끔있어. 11/30 22:51 x
  kumiko그래 뭐 기분이 우울해서 쓴다고 하자. 니 기분을 소설로 나타내는건 나쁘진않지만, 기분을 바꿔보는게 더 좋지않아? 위로받고 싶은거야? 감정을 쉽게 들어내는거같아. [지가 무슨말 하는지 하나도 모름-_-] 신경쓰지마~ 11/30 23:01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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