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릴리.
휠릴리 휠릴리 날아서 사라져버려라.
나비야 휠릴리 날아 날아 다 사라져버려라.
나비야 날아라 날아라, 멀리멀리 날아가버려라.
영원히 다시는 내 생각속에서 떠오르지 않게 멀리 날아가버려라.
휠릴리 휠릴리 휠릴리 날아 날아 사라져라.
*
"많이 힘들어."
"뭐가?"
"널 사랑하는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머리위로 쿠쿵 떨어져내리고, 한동안은 황당한 듯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던 민우가 낄낄 거리면서 자지러질 듯 웃어대버린다.
약간은 힘이 풀린 채 자지러질 듯 웃어대는 민우를 가만히 쳐다보던 하원이가 씩 웃는다.
이런 황당한 웃음소리가 튀어나올 줄은 차마 몰랐기에, 어젯밤에 애써 생각해놓았던
말들이 모두 필요없어져버렸다. 허무하다, 허무하다.
"솔직히 말해봐, 날 사랑하는게 아니라 내 친구인 신혜성을 사랑해서 그런거라고 말야."
"그런거 아니야, 정말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짐작으로 말을 내뱉는 민우의 행동에
정말로 질려버렸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하원이다. 하원이 그러거나 말거나
민우의 얼굴에 여유로운 웃음이 빙긋 떠오른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정말로 끝인거다.
멀쩡한 까페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찬물을 얼굴에 대고 끼얹는 소설속의 광경이 아니라
그저 지금 이 상황은 하원의 집 앞에 서서 가로등만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연출되자 웃긴 듯 다시 낄낄낄 웃어대버리는 민우다.
"날 사랑하는게 힘들다라."
"미안해. 정말 힘들어서 그런거야."
"뭐가 그렇게 힘든지, 난 그게 알고 싶은데?"
".... .......... 너의 집착성."
vol.1
"하원아 하원아."
"어, 왜?"
"뭐해?"
"아, 그냥 숙제 하구 있었어. 너는?"
"불이 안 켜져."
"어어?!"
"불, 불... 불이 안켜져. 너 어디야?"
핸드폰을 귀에 대고 아무 생각 없이 집앞까지 걸어오자 자신의 방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핸드폰에 대고 말을 하고 있는 민우의 모습에 할말을 잃은 하원이가 핸드폰을 놓쳐버린다.
땅으로 추락되는 핸드폰과 동시에 민우의 고개가 하원이 있는 쪽을 향해 돌려졌고,
경직되어 버린 하원의 앞에서 쌩긋 웃어보이고는 다시 하원의 옆을 지나치는 민우다.
"10월 8일 10시 49분 집에 도착."
민우의 소름끼치는 한마디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린
핸드폰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민우가 사라지자 결국엔 온 몸을 부르르 떠는 하원이다.
끔찍하다. 벌써 3년전부터 이런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집착이다.
이민우, 그에게 있어서 사랑이란건 단순한 집착에 이르지 않는다.
하원은 그런 그가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울 따름이다. 그의 집착에 질려간다.
vol.2
식판을 들고 구내식당 안을 쓱슥 둘러보자 민우의 친구라고 했던 혜성이가 손짓을 하는
행동에 씩 웃고는 당당하게 식판을 들고 혜성의 옆에 앉은 하원이었다.
꽤 매너가 좋고 신사다운 태도 때문에 교내에서 꽤 유명한 혜성의 옆에 앉은 하원을
슬금슬금 쳐다보면서 지나다니는 여학생들의 눈살에 밀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하원 때문에
혜성이가 밥을 다 먹고는 하원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서 먹을 것을 사주었는데,
그것을 알아버린 민우가 그 뒤로 계속 하원의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민우, 다신 안 그럴테니까 제발 좀 쫓아다니지 좀 마!"
"내가 너 심심할까봐 그러는거야. 나 혜성이 걱정 때문에 이러는거 아니야."
"휴, 제발 부탁이다, 정말 이민우."
하원의 부탁에도 만무하고 민우는 싱긋 웃으며 다시 하원을 앞질러 숙숙 걸어가버린다.
이젠 그가 점점 싫어진다. 자신의 친구와 밥 한끼 먹었다고 이렇게까지 하다니.
그가 하원에게 바라는건 사랑이 아닌 집착이다 라는 걸 새삼스레 다시 깨달아버린 하원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민우가 걸어간 곳과는 정 반대대는 곳으로 쭈욱 걸어가버린다.
한참을 걷자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낚아채는 느낌에 또 민우겠거니, 하며 뒤를 돌아본 하원이가
경악을 하며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란 상대방이 하원을 풀 숲으로 끌고들어가버린다.
"누, 누구세요?!?!"
"나야, 나. 혜성이."
선글라스와 마이크를 벗어내고는 넉살좋게 웃어보이는 혜성의 미소에 후욱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하원이가 다시 주변을 슥슥 살펴본다. 민우가 있으면 낭패다.
"너 이래두 돼?! 이거 민우가 보면.."
"지금 민우한테 끌려다닌다면서, 미안해서."
"아니야, 나 괜찮아. 정말 괜찮은데, 너야 말로 나 때문에 민우한테 욕먹은거 아니지?"
"나야 욕 먹을 일이 있나, 미안했어."
"미안하기는 친구 사이에. 나 가볼게, 이거 민우가 보면 큰일나겠다."
풀숲을 헤치며 걸어나가는 하원의 뒤에서 싱긋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혜성을 보고는
작은 폭소를 터트리고는 다시 밖으로 걸어나온 하원의 바로 앞에 민우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벙벙 거리는 하원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는
막무가내로 끌고가서는 하원에게 키스를 퍼부어댄 민우였다.
vol.3
민우의 행동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하원이가 집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려 하지 않자
하원을 끌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던 부모님들도 두손두발을 다 들었을 무렵,
하원의 핸드폰으로 전송된 한 통의 문자메세지에 있던 민우라는 이름을 보고는 경악을 하고는
목놓아 울다가 제 풀에 지쳐 잠이 든 하원이었다. 몇 시간이나 자고 일어났을까,
꽤 밝았던 방안이 불을 켜지 않자 어두컴컴해졌을 무렵, 조심스러운 손으로 폴더를 열자
민우에게서 발송된 문자메세지엔 [기다릴게. Am 12 : 58] 이란 한마디 뿐이었고,
폴더를 닫고 액정을 바라보자 Pm 8:20 이라는 시각이 떴다.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창문을 열자 대문 앞에 기대어 서있는 민우가 하원의 눈동자로 빨려 들어온다.
"어, 어, 어, 엄마..야..."
어버버 거리며 창문을 홱 닫아버리자 창문 너머로 자신을 부르는 민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뒤에 하원이 깬 것을 아시고 들어온 어머니의 말씀은 더 가관이었다.
"너 저 학생 아니? 1시 쯤부터 계속 움직이지도 않길래, 들어오라고 했더니 싫다고 사양하면서 계속 저기에만 서있던데, 혹시 아는 사람이니?"
*
재빠르게 민우가 여태까지 했던 행동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고
고래를 설레 설레 저으며 민우를 쳐다보던 하원이가 끝내 미안이란 말을 남기고 집안으로
훌쩍 들어가버린다. 하원이 사라져버린 대문 앞을 굳건히 쳐다보던 민우의 입술에서
얇은 목소리가 술술 흘러나온다.
"넌 절대 날 벗어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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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과외 좀 붙여주면 안될까?"
"언니한테 배우면 되잖아."
"아, 진짜. 언니는 이상하게 가르쳐준단 말이야. 툭하면 쥐어박고!"
"알아볼게."
하원의 하나뿐인 동생 혜원의 말에 하원의 집 앞엔 가정교사를 구한다는 글이 씌여져있는
글이 붙여져있었고, 며칠 뒤 가정교사를 하겠다는 한 사람이 찾아왔다.
꽤 공부도 잘할 것 같은 인상에 좋은 대학을 다닌다는 말에 덜컥 계약을 맺은 가정교사를
내일부터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가버렸다.
다음 날이 되자 검은 색 뿔테 안경을 끼고 찾아온 가정교사를 쳐다보며 혜원이가
못생겼다며 툴툴 거렸지만, 혜원의 뒤에 서서 인사를 하던 하원은 놀라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합니다. 새로온 가정교사 이민우라고 합니다."
민우의 손과 하원이 악수를 하기 위해 부딪치자 어디서 났는지 알수 없는 얇은 종이가
하원의 손바닥에 부딪친다. 그리곤 수업을 하기 위해 민우와 혜원은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덜덜 떨리는 손을 이용하여 얇은 종이 쪽지를 펼치자, 민우의 필기체로 ...
[넌 날 벗어날 수 없어.] 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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