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녕

"왜 그래요?"

"뭘요?"

국밥에 얼굴을 파묻고 후루룩 후루룩 잘도 먹어대던 혜성이가 동완의 질문에 고개를 치켜든다.

다갈색 앞머리가 국밥의 열기 때문에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들 때문에 이마에 쩍쩍 달라붙은 것도 모른채

그저 싱글벙글 웃고 있는 혜성의 얼굴을 쳐다보던 동완이가 힘없이 피식 웃어보인다.

"그냥 너무 바보 같아서요."

"에이, 바보 같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래도 밤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서 잔일처리 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냥 시간 남는 제가 하는거죠, 뭐."

생글 웃고는 다시 국밥에 머리를 쳐박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싹싹 퍼담아 입으로 넣는 혜성이다.

저렇게 막 먹으면 뜨겁지 않을까. 혜성이가 걱정이라도 된 건지 동완이 혜성쪽으로 슬쩍 물컵을 민다.

물컵안에 들어있는 물들이 출렁거린다. 일렁거리는 물들을 가만히 쳐다보던 동완이가 국밥을 열심히

먹고 있던 혜성을 쳐다보더니 손목에 가지런히 차여져있는 시계를 한번 쳐다본다.

"빨리 들어가셔야 돼요?"

"아니요, 그런건 아닌데."

"왜 그렇게 시계를 보세요?"

"그냥요. 음식을 되게 빨리 먹는 것 같아서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더라구요. 먹는 속도가 빠른건지 어느새 이렇게 돼서 익숙해요.

에이, 그래도 빨리 먹는건 안 좋잖아요. 오랫동안 먹는게 좋다고 하는데.

괜찮아요 나중에 다 괜찮아지겠죠, 뭐.

다시 국밥을 후루룩 말아먹는 혜성을 멍하니 쳐다보던 동완이 자신의 국밥을 덜어서 혜성의 그릇에

놓아준다. 혜성이가 손사래를 치지만 괜찮다면서 싱긋 웃는 동완의 행동에 그저 고개를 까닥이고는

다시 그릇에 얼굴을 푹 담고 먹어대기 시작한다. 혜성의 먹는 모습을 쳐다보던 동완이가 능글맞게 웃는다.

밥을 열심히 먹던 혜성이가 어느새 그릇을 다 비웠는지 아 잘먹었다 라며 얼굴을 퍼뜩 든다.

이마에서 주루룩 흘러내리는 땀방울 때문에 머리카락이 다 덕지덕지 달라붙은 것도 모르는건지

그저 실실 웃는 혜성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는 동완이다. 혜성의 머리카락을 떼어주려고 손을 뻗자

혜성이가 놀란 듯 동완의 손을 탁 쳐낸다. 놀란 동완이 혜성을 쳐다보자 어색하게 웃는 혜성이다.

"아.. 기분 나빴어요?"

"아뇨, 그냥 좀."

"죄송해요. 제가 좀 놀라서."

혜성의 반응에 동완이가 그저 웃어보인다. 혜성이가 고개를 설레 설레 젓자 동완이가 괜찮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따라 일어난 혜성이가 지갑에 손을 가져다대자 동완이가 어느새 카운터 앞으로

쪼르르 가서는 벌써 계산을 끝마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벙벙. 혜성이 동완을 쳐다보자 동완이

혜성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제스처를 취해보고는 가게 문을 열고 나간다. 가게 안의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가는 동완의 모습을 보고는 허탈하게 웃어보이는 혜성이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엔 제가 쏠게요."

"쏠 필요는 없어요. 나중에 같이 또 밥이나 먹어줘요."

"아하하.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거면 그렇게 해드릴게요!"

혜성이의 대답에 싱글 웃어보인 동완이가 회사 건물 앞에 멈춰선다.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한번 쳐다본

혜성의 입에서 한숨부터 턱하니 삐져나온다.

"무슨 고민 있어요?"

"고민은요, 무슨."

"그런데 왠 한숨이예요?"

"집에 어떻게 가나 걱정돼서요. 차도 다 끊겼을텐데."

발을 동동굴리는 혜성의 모습에 동완이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손가락을 마주치며

굿! 이라고 혜성을 향해 소리를 냅다 지른다.

"왜 소리를 지르구 그러세요?"

"내 차 타요!"

부릉부릉. 어느새 도착한 집 앞에 동완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입을 뗀다.

"이런데 혼자 살아요?"

"아뇨, 친구랑 같이 살아요."

"그렇구나."

안전밸트를 풀은 혜성이가 감사합니다 라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차문을 열자 동완이가 갑자기

혜성의 손목을 턱하니 낚아챈다. 혜성이가 놀라서 어버버 거리며 동완을 쳐다보자 괜히 머쓱해진 동완이가

핸들을 꽉 잡았다가 다시 놓으며 뒷통수를 벅벅 긁는다.

"할 말 있으세요?"

"다음에 기회되면 집에 초대해줄래요?"

"누구야?"

"누구?"

집에 들어가서 겉옷을 벗자 재깍적으로 되묻는 선호의 질문에 선호를 쳐다보며 되묻는 혜성이다.

어디서부터 본건지 입술을 댓발만큼이나 튀어나와서 ���� 거리는 선호의 행동에 선호의 머리카락을

잔뜩 헤집어놓는 혜성이다.

"왜 그렇게 볼이 잔뜩 부으셨을까?"

"나 아픈거 알잖아. 일찍일찍 좀 다녀."

"....... 응, 알았어."

선호가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방안에 혼자 남은 혜성이가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아까 땀에 젖어 이마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머리카락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다 날아가버린 땀 때문에

자연스레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후루룩 앞으로 떨어져내리는 머리카락들이다.

선호의 말에 갑작스레 신경이 확 곤두섰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온 신경이 그것으로 집중되어

버리기라도 한 듯이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이 되어버렸다. 벌써 2년 짼데. 아직도 이선호가 아프다는 말에

굳어버리는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얼마 남지 않았다.

".... 으아."

침대 위로 바로 엎어져버리는 혜성이다. 방문을 빼꼼히 열고 혜성을 쳐다보고 있던 선호가 그저

씁쓸히 웃으며 조심스레 방문을 닫아버린다.

"굿나잇, 혜성."

오늘밤은 왠지 길어질 것 같다.

치카치카 양치질을 하고 어푸어푸 세수를 하고 쏴아아아 물줄기를 받으며 샤워를 하고 밖으로

걸어나오자 선호가 소파위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다. 멀뚱멀뚱 할일없어 보인다. 가만히 앉아있던

선호를 향해서 다녀올게. 라며 문 밖을 나서는 혜성을 멍하니 쳐다보던 선호가 씁쓸히 웃는다.

혜성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슬금슬금 소파위에서 일어나는 선호다. 엉기적엉기적. 방안으로 들어간

선호가 조그마한 수납장 깊은 곳에 박혀있던 흰색의 통을 꺼내든다.

".........."

아무런 글자도 씌여져있지 않은 통을 꺼내든 선호가 통을 꽉 움켜쥔다. 알약을 한주먹정도 꺼내든

선호가 물도 없이 그냥 약들을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다. 선호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쉼없이 떨어진다.

"미안, 미안...... 혜성아 미안해."

출근을 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멈춰섰는데 갑자기 한기가 어슬어슬 서린다. 에이 아무것도 아니겠지 라며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한 발작 발을 내딛자 갑자기 빵빵 울리는 경적소리에 놀라서 얼굴이

돌아가는 혜성이다. 그러자 뒤에서 어제 타고 왔던 그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김동완이 왔다. 푸하 웃으며 버스에 올렸던 발을 내려 자동차 앞으로 걸어간다.

"왜 왔어요?"

"어어? 왜 와요? 그 쪽 모시러 온거 아닌데?"

동완의 말에 에이, 뭐예요. 라며 다시 버스로 걸어가버리는 혜성의 행동에 다시 경적을 울린다.

혜성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동차 앞으로 걸어가자 스르르 내려가는 창문이다.

"왜 그래요? 벌써 버스 타고 갔어요?"

"아 그런걸로 그냥 가요? 타요."

동완의 말에 생글 웃으며 차를 타는 혜성이다. 부릉부릉 출발하는 동완의 차에 몸을 뉘인 혜성이가

대뜸 동완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나 데리러 온거예요?"

"그렇죠."

"뭣하러요?!"

"그냥요. 그래도 나 때문에 만원버스에서 안 치이는거니까 좋지 않아요?"

동완의 능글맞은 대답에 그저 의자에 좀더 몸을 깊숙히 묻는 혜성이다. 좀 추웠었는데 히터를 틀었는지

따뜻한 자동차 안의 공기 때문에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얼굴이 새빨개 진 것 같다.

볼따구가 따끔따끔 거린다. 안전밸트를 매니까 괜히 답답하다. 좀더 의자에 궁둥이를 밀어넣자

따뜻하고 푹신한게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렇게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뭘."

"그래도 난 고맙죠."

"괜찮아요."

어색한 대화를 마치고 회사 건물 앞에 당도하자 차안에서 후다닥 내리는 혜성이다.

동완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는 건물 안으로 튀어들어가는 혜성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동완이가

생글 웃는다. 겨울 아침 햇살이 너무도 눈따갑게 내려온다.

한밤중까지 남아있던 혜성의 부서에 누군가가 똑똑 거리며 들어온다. 좀 멀리 있어서 그런가

얼굴이 흐릿흐릿하게 보인다.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제서야 얼굴을 때려맞출 수 있겠다.

혜성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자아낸다.

"아. 안녕하세요."

"아직도 안가고 뭐해요?"

"잡일이죠, 뭐."

"와 일 열심히 하네요."

동완의 질문에 생긋 웃은 혜성이가 책상 위에 어질러져있는 짐들을 정리하며 대답한다.

"먹고 살려야 될 인간이 하나 있어서요."

"아 힘들겠네요."

"등꼴 빠지게 일해도 안되네요."

"에에? 등꼴 휘어지게 일하면 될텐데?"

"걔가 많이 아프거든요."

혜성의 대답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자 동완이 다시 생긋 웃어보인다.

어색할때마다 튀어나오는 저 웃음은 왠지 모르게 어딘가가 굉장히 어색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그의 웃음으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는 터라 그저 아무말 않고 가만히 있는 혜성이다.

"데려다 줄게요. 같이 나가요."

오늘도 동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집까지 들어온 혜성이가 왠일인지 반응이 없는 선호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방 저방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떠오른 구석진 방 앞으로 걸어간

혜성이가 반신반의 하며 문고리를 살짝 잡아돌린다. 스르르. 아무런 저항감 없이 열리는 문 때문에

방 안으로 들어간 혜성이가 순간적으로 안으로 먹히는 신음소리를 뱉어낸다.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알약들과 함께 가운데에 쓰러져있는 선호를 발견한 혜성이가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다.

"이선호!!!!!!!!!!!!!!!!!!!!!!!!!!!!!!!"

"무, 무슨 일이예요!?!"

갑자기 들리는 동완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동완이가 혜성을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방안에 쓰러져

있는 선호를 한번 쳐다보는 동완이가 혜성을 제치고 방 안으로 들어가 선호를 어깨에 들춰멘다.

그러나 선호를 등에 울러멘 동완이가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아무런 말도 없이 동완이가

주저앉자 혜성이가 그대로 땅바닥에 떨궈진 선호의 얼굴을 자신의 무릎팍에 올려놓고 선호를 불러댄다.

"선호야?"

"........."

"이선호?"

"........."

"선호야 너 아프다는 말 안하게 할게. 눈 좀 떠봐."

"........"

"이선호? 선호야? 선호야?"

"........"

"....... 선호야?"

"........."

애타게 선호를 부르는 혜성을 향해 냉정하게 한 마디를 내뱉어버리는 동완이다.

"이미 ........ 끝났어요."

3일을 내리 굶으며 눈물만을 주룩 주룩 뽑아낸 혜성이었다. 그런 혜성을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동완이가 결국엔 선호를 보내주는 곳 까지 기어이 따라왔다.

새까만 정장을 입은 채 얼굴을 하얗게 질려 선호를 서서히 보내버리기 위한 준비를 하는 혜성을 따라

배에 몸을 싣는 동완이다. 중간 정도 왔을까 갑자기 뚜껑을 열어버린 혜성이가 선호를 한웅큼 쥐어

입안에 꾸역꾸역 밀어넣는다. 놀란 동완이가 혜성의 손을 쳐낸다.

"무슨 짓이예요!"

".... 내버려둬요!!!!!!"

어느새 다시 울고 있었던건지 얼굴에서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선호를 한웅큼씩 쥐어 입에 넣던 혜성이가 결국엔 선호를 떨어트려버린다.

"으아아아.......!!!!!!!!"

"............. 잘 보내줘요."

가루로 변해버린 선호가 바람에 휘날리며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간다.

선호를 보내고 난 혜성이가 주변에 앉아 멍하니 쳐다본다. 동완이가 혜성의 옆에 주저앉는다.

"사랑했어요?"

"아니요."

"근데 왜 이렇게 슬퍼해요?"

"내가 보살펴 줄 수 있는 유일한 애였으니까요."

묻는 말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혜성을 쳐다보던 동완이가 얼굴을 돌린다.

혜성의 얼굴엔 선호를 입안에 넣었기 때문일까 미세한 입자들이 얼굴에 붙어있다.

".. 혜성씨가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 많아요."

"아뇨, 선호 밖에 없어요."

"내가 있잖아요."

동완의 말에 한참동안이나 눈을 깜박이던 혜성이가 동완을 쳐다본다.

무슨 말이예요. 라는 표정에 동완이가 또 다시 생글 웃어보인다. 너무 자주 웃어요, 그쪽.

동완이가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자 혜성이가 두 눈을 꿈뻑거린다.

"나 있다구요. 선호란 사람 자리에 내가 들어갈거니까."

".................. 못와요."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죠?"

"내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건 선호 밖에 없을테니까."

혜성의 말에 피식 웃어보인 동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턴다.

그리곤 쭈그려 앉아있는 혜성에게 손을 내밀어보인다.

"손 잡아요. 그리고 날 믿어요."

-----------------------------------(+)

손을 잡을까요, 말까요?!

푸하하하. 완결이랍니다.

대략 별다른 내용 없구요;

그냥 눈요기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