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이 푸르렀다. 자리바꾸기 라니. 지금 이 자리가 좋은데.
워낙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애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창가쪽 맨 앞 자리에서 혼자 열심히
공부같은 것을 하는 것을 좋아했단 말이다. 그런데 자리 바꾸기라니, 이건 왠 날벼락?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들게 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담임이 씩 웃는다.
아아 검은 긴 생머리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당신은 진정한 나의 여신님이자 담임선생님.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대가 원망스럽기 그지 없구려. 복도로 걸어나가자 김동완이 씩 웃는다.
아아, 자리 바꾸는거 싫어. 한명한명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줄이 줄어든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이게 미쳤나, 왜이래. 가슴팍을 주먹으로
팍팍 때리자 그제서야 진정하는 심장이다.
"이민우, 창가 맨 앞자리."
이건 운명이야 --!!!!!! 이 자리와 난 운명으로 엮인거야 !!!!!!!!!!!!
절대적인 운명이야, 이제 난 이 곳에서 일년동안 사는거야 ------!!!!!!!!!!! 아아 운명 ----!!!!!!!!!!!
혼자 열심히 운명론에 대해 떠들어 대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옆을 쳐다보자
왠 곱상한 녀석이 샐쭉 웃는다. 아아, 그러니까 얘는 얘는- 우리반의 스포츠인인 문정혁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우리반의 마스코트 반장님이 아니신가, 아이고야.
"반가워, 신혜성이야. 우리 말 한번도 안 했었지?"
열나게 고개를 끄덕이자 살풋 웃는다. 지지배 같애. 순하게 생겨서는 비리비리.
예의상 고개를 끄덕-열나게 흔들어 놓고선-여주고는 다시 열심히 운명론에 대해 빠져들고 있는데
이 반장이라는 녀석이 자꾸 옆에서 쳐다본다. 으악, 신경쓰이잖아 ---------!!!!!!!!!!!!!!!!!!
"저기... 왜 자꾸 쳐다 봐?"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Excuse me?"
"친하게 지내고 싶다니깐. 영어라니, 공부 잘한다 이거야? 크크, 너 되게 웃기구나?"
혼자 웃던 녀석이 슬그머니 손을 내민다. 뭐 어쩌라는 거니, 반장아.
나 평범하게 살다 죽을래. 그러니까 서로에 관해서 터치는 안하고 넘어가는 편이 ...................
라고 외치는 내 속 마음의 외침을 듣지 못 한건지 아니면 무시한건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왠지 너랑은 친해질 거 같아."
란다.
아이고두야, 하나님. 제발 살려주시와요.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녀석은
내 손을 더욱더 꽉 잡고는 놓을 생각을 안한다. 저기 반장아 이것 좀 놓아주련?
한참동안 허우적 대고 있는데 문정혁이 걸어온다. 으아, 저 살기 좀 봐. 나 죽을 지도 몰라.
반장아 놓아줘. 너의 뒤에서 오로라를 뿜어대는 저 녀석과 가서 강낭콩을 구워먹든 고구마를
구워먹든 하란 말이다. 나한테 이러지 말고 ------!!!!!!!!!!!!!!!!!!!!!!!!!!!!
"넌 뭐냐?"
뭐 7월달이지만 나는 우리반에서 친한 애라고는 김동완 딱 얘 하나 뿐이다.
솔직히 나처럼 공부만 하는 애랑은 놀기 싫을거야. 내가 봐도 그런 걸, 뭘. 그래도 같은 반인데
모르다니, 너무 하지 않았니, 문정혁아. 문정혁의 살벌한 어투에 주눅이 들었다. 잉잉, 날 놔줘 반장.
".. 이민우라고 하는데.."
"아, 그래? 신혜성, 매점가자."
"에에, 난 민우랑 놀래."
"야!!!!!!!!"
꿰엑, 진정해 심장아. 제발 워이워이, 문정혁아 저리 좀 가주렴. 흑흑.
혼자 생쑈를 하고 있는데 신혜성이 입술을 삐죽이더니 내 손을 꼭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얼떨결에 팔 한쪽이 휙 들어졌다. 이게 뭐니, 이게. 저기 난 매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 반장.
"민우야, 안 일어나?"
"나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
언제부터 내가 니 입에서 그리 친하게 불리워지고 있었단말이더냐, 반장아 못살아 정말.
내가 거부하자 입을 옹알옹알 거리더니 내 손을 살짝 놓아주고는 문정혁과 걸어나간다.
으아, 살았다. 하느님 아부지 감사합니다.
문정혁과 신혜성이 걸어 나간 쪽을 한번 바라보고 내 운명의 자리를 한번 쳐다보고.
...................... 이 자리를 포기해도 좋아. 짝 바꿔주세요.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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