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예, 앞에 가는 이민우 양."


또 시작이다. 저놈의 동팔이 자식 입을 꿰메버리던가 해버려야지. 악 왜 시도 때도 없이 와서

내 이름 뒤에 양을 붙이냐고. 난 대한민국의 건장한 사내아란 말이다. 내 주민등록번호 1로 시작해.

모르겠어? 이 동팔이 자식아. 너는 주민등록번호 9로 시작하지?! 이 외계인 자식 -----!!!!!!!!!!


"왜 불러, 동팔아. 엇다대고 양이래냐?!"

"왜에~ 뒷모습이 아주 섹시해. 니가 몰라서 그래."

"헛소리하고 자빠졌네. 선호는 엇다 버리구 와?"


"선호? 오늘 선도라구 먼저 가버렸어. 흑흑. 날 버렸어~"


내가 선호라도 널 버리겠다. 동팔아. 제발 어디서 애교를 피는거냐고. 니 몸집을 생각해라, 짜샤.

어이구, 속터져. 오랫동안 친구라고 하지만 동팔이 녀석의 주접을 견뎌가며 학교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눈에 콱 들어와박힌다. 아, 제기랄. 반장이잖아.


"............ 아, 동팔아. 딴 길 없냐?"

"학교 코 앞인데, 뭔 헛소리냐."


"저기로 가기싫다."


동팔이가 슥 쳐다보더니 반장과 문정혁을 본 듯 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한다.

내가 여기서 반장을 피하면 내가 반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게 되는건가? 그런건가?

동팔아 말 좀 해줄래? 그렇게 되는거냐?


"너 내가 반장은 안된다고 했지."

"....... 몰라."


동팔이 녀석이 그냥 가버린다. 니가 날 버리고 가면 어쩌자는거냐.

니가 시작한거잖아. 니가 꺼낸 말이었어. 그럼 마무리도 니가 지어야지, 동팔아.

그렇게 다 나한테 떠맡기고 떠날만큼 그렇게 무책임한 애였니, 너.

끝까지 책임져. 이 동팔이 자식. 너 때문에 반장 옆에 있는 문정혁까지 신경쓰이잖아.

심호흡. 그래그래, 진정하자. 아니야. 아니야. 하나아 두울 세엣 ----------!!!! 달려 --------!!!!!!!!!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자 바로 앞에 선호가 생글 웃는다. 아, 반가워 선호야.


"왜 뛰어오구 그래. 지각두 아니잖아."


"그냥 보기 싫은 애들이 좀 있어서."

"힘들지? 동완이는?"

"동팔이? 몰라. 걔가 나 버리구 갔어."

"맨날 투닥거려, 아주."

"몰라. 흥."


홱 하고 토라져서 걸어가버리자 선호가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점심시간에 점심 같이 먹자 -----!!!"








***











아하. 잘잤다. 결국에 0교시는 또 잠으로 날아가는구나. 언제쯤이면 제대로 된 0교시를 들을까.

아 피곤해 죽을 것 같애. 찌뿌둥한 머리를 들어 올리고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자 반장이 날 보면서

생글 웃는다. 아, 보기 싫다. 고개를 창가쪽으로 돌려버렸다. 얼굴 보고 싶지가 않아.


"어? 민우야, 왜 그래."


내가 뭘. 반장아. 내 이름 부르지 말아줄래. 너랑 엮이기 싫다, 지금은.

얼굴을 책상위로 냅다 던져버렸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볼에 스믈스믈 옮겨들고 옆에서는

문정혁 목소리랑 신혜성 목소리랑 엉켜서 들려온다. 그래그래, 싸워라 싸워.


"신혜성 일어나."

"싫어."


"왜?"

"아 싫다면 싫어!"

"왜 승질이야?! 아침부터!"


"너 때문에 민우 삐졌잖아!!"


왜 이러니, 반장. 내가 왜 문정혁 때문에 삐져. 어이가 하늘을 날아가시네.

무언가가 머리통을 꽉꽉 누른다. 아 아파죽겠어, 어떤 놈이 내 고귀하신 머리통을 ------!!


"누구야?"

"나다."


헉, 그럴 줄 알았다. 문정혁아. 왜 남의 머리통은 그렇게 콕콕 눌러대니. 뭔일로?!

난 너 때문에 삐진거 아닌데?! 으악. 못살아 이 반장노무새끼.


"너 나 때문에 화난거 있냐?"

"미쳤냐, 그딴게 있을리가 없잖아."

"근데 신혜성 왜 저래."


"내가 어떻게 아냐고. 왜 멀쩡히 자고 있는 사람......"

"민우야, 왜 내 말에 대답 안해?"


말하고 있는데 말허리를 뚝 잘라먹는다. 사람 말하고 있는거 안보여?! 이 반장아-----!!!!!!!!!!!!!!!!

아 몰라몰라, 말 걸지마. 문정혁을 향해 "말 걸지마. 잘거야."란 말을 남기고 책상위로 뻗었다.

아 일어나서 나가버리고 싶다만 그러기엔 신혜성과 문정혁을 밀쳐야 하잖아.

그럴 힘이 없어. 그냥 눈이나 감고 잠이나 자자. 에휴, 불쌍한 이민우 인생이여.


"봐봐. 민우 삐졌잖아."


"너 눈엔 저게 삐진 걸로 보이냐?!"

"그럼 뭔데?!"

"졸린거잖아--!!"


............................. 문정혁 정답. 빙고. 니가 대빵해라. 난 잘랜다. 아아아아 문정혁의 정신세계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에 맞춰서 얼씨구나 그런가부다 라며 치부하는 반장은 또 뭐란 말인가.

아 이런 어이없는 콤비 자식들. 에비에비 저리로 가버려. 에비---------!!!!!!!!!!!!!! 날 내버려둬.


"이민우."


"왜."



엎드려서 대답하자 동팔이의 이마에 힘줄 솟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무서운 동팔이.

엉거주춤 고개를 들자 동팔이가 대뜸 도시락통을 들이민다.


"이거 뭐야?"

"도시락. 점심 같이 먹자 그랬다며, 선호가."

"아, 응. 들었어. 같이 먹재는데 왜 이걸 날 줘?"

"내가 갖고 있으면 분명히 먹을거야. 너가 점심시간까지 간수해."


................. 이런 개삐리릭아 -------!!!!!!!! 점심시간에 이선호랑 같이 밥 먹고 싶어서

2교시 땡하고 끝나면 사라지는 니 밥통을 나보고 맡으라는거냐 ----------?!?!!? 이 어이없는 !!!!!!!!!

악 -------!!!!!!!! 이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나님 --------!!!!!!!!!!!!!!!!!!!!

옆에 있던 문정혁과 신혜성은 여전히 토닥토닥 거리고 동팔이 녀석은 생글생글 웃는다.


"..... 알았어. 맡아줄게."


내 한마디에 동팔이 녀석이 자기 자리로 날아가버린다.

이선호랑 김동완이랑 죽고 못 사는 죽마고우 라지만 내 눈엔 둘이 서로를 좋아하는게 빤히 보인다.

그럼 내가 너네랑 몇 년 지기 친군데 그런 것도 모를까봐. 너네 둘이 서로 좋아하고 있어. 분명해.

.............................. 남자와 남자 라는게 좀 걸리겠지만, 뭐 어떠냐. 서로 좋으면 됐지.

......... 그럼 신혜성을 좋아하는 나는 .......... 많이 .. 걸리는건가.

것두 나 혼자 좋아하는건데.......... 무린가, 그거.


김동완의 도시락통을 품안에 안고 일교시가 끝나가도록 그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