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울어도달래주는사람하나없네.
   로그인
hit : 212 date : 2005-11-13 00:38:55
name :    
subject :    반장 신혜성. 6
home :    http://





6.







"삐졌어?"


아까부터 연신 저것만 물어대는 반장이다. 집 앞에서 놀이터로 오는 내내 삐졌어 삐졌어? 를 연발하더니

결국엔 놀이터까지 와서도 저 말만 해댄다. 아 지겨워, 다른 말 없어?

니가 무슨 녹음기도 아니고 그게 뭐야. 똑같은 말 반복하기 대회라도 나간거야, 그런거야?


"삐졌어?"


"안 삐졌어."

"근데 왜 말 안해."


"아 그런거 아냐."


"말 안했잖아, 오늘 학교에서 하루종일."



아 진짜 너 속이 밴댕이니?!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대니. 정말 적응 안돼. 반장아아.

너 근데 우리집은 어떻게 알아냈니.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걸까.

친구가 하루종일 말도 안하고 대답도 안했다고 그 친구 집을 알아내서 그 집 앞에 이 밤까지

기다리는건 도대체 뭐하는 시츄에이션인거야.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야?


"너 우리집은 어떻게 알았어?"

"반장이잖아."

"헛소리 한다."

"선생님의 힘 좀 빌렸지."

"선생님의 힘을 빌려서 우리집을 찾아올 만큼 너한테 내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야?"



내 질문에 말이 없는 반장이다. 그래그래, 너에게 대단한 존재는 문정혁 하나 뿐이겠지.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던 내가 미친거야. 미안해, 반장아. 내가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미안, 쓸데 없는 거 물었..."

"응. 나한텐 대단한 존재야."


".............. ..."


반장의 말에 순간 멈칫거렸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말을 찾지 못했을 뿐더러, 당당하게

말하는 반장에게 기가 눌렸다랄까. 좋고 싫음이 분명한 녀석이다 라는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이가 없음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대단한 존재의 의미와 니가 생각하는 대단한 존재의

의미가 과연 서로 같은 것일까. 아님 다른 것일까.


"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민우 넌 나한테 있어서 꽤 대단한 존재야."


"... 진심이야?"


"진심이야."


반장이 샐쭉 웃는다. 어색할 땐 한번 웃어넘기는 버릇이 있는걸까. 짝이 되고 나서 녀석이 웃는 모습을

엄청 많이 본 것 같다. 녀석의 웃음에 같이 따라 웃고는 할말을 찾지 못해 비비적 거렸다.


"민우야."

"어?"


나를 부르는 반장의 목소리에 무슨 구세주라도 만난 것 처럼 들뜬 목소리를 낸게 웃겼을까.

녀석은 크게 웃어보이고는 꽤 가늘게 찢어진 두 눈을 슬며시 치켜뜨며 나를 쳐다봤다.


"민우는 내가 싫은가?"

"아니."


"근데 왜 그렇지?"


"뭐가?"


녀석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묻자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다른 애들은 나랑 말하는거 좋아하구 그러던데 너는 왜 그런게 없지?"


"다른 애들이 미쳤나보네."


"음, 민우는 안 미친거야?"

"내가 제일 정상이야."



쓸데없는 걸 반장 머릿속에 각인시켜 놨다. 아 이제 들어가야겠다. 엄청 늦었겠네.

오락실에서 놀다 왔는데 이녀석까지 만나느라 시간이 엄청..............

아, 오락실. 나 오락실 갔다왔는데 그럼 이 녀석 계속 기다린거야? 집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녀석이 고맙게 느껴져서 반장을 쳐다보자 반장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날 쳐다보고는 생긋 웃는다.


"너 혹시 나 여태까지 기다린거야?"

"응. 기다렸지."

"나 들어갔으면 어쩔려고?"


"안그래도 집에 갈려던 참이었어."

"그랬구나. 늦었겠다. 들어가자, 이제."


가방을 고쳐메고는 몸을 슥 돌리자 녀석이 날 부른다.

내 이름을 부르는데 왜 그렇게 애틋하게 느껴지는걸까. 가늘고 가늘게. 찢어질 듯 하면서도

찢어지지 않게 내 이름을 부르던 반장이 내가 돌아보지 않자 결국엔 나를 따라 걸어온다.


"이민우-----!!"

"왜."

"나 좀 좋아해줘---!!"


녀석의 말에 놀라 몸을 돌리자 녀석이 바로 앞에서 생글생글 웃는다. 심장 떨어지겠다.

나 가지고 장난치는 건 이제 그만해. 너 장난에 놀아나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난다. 반장아.

넌 문정혁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서 왜 나한테까지 그렇게 큰 바램을 하는거야.


"뭔 소리야. 좋아해 달라니."

"말 그대로. 우리 정말 친하게 지내보자."

"..................."


두 눈을 아래로 한번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올리면서 녀석을 슥 훑어보았다.

정말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생각하는건 꼭 4차원 세계에서 살다 온 애 같단 말이야.

뭔가가 이상해. 음. 왜 그럴까. 도대체.


"..... 이민우--!!
나 좀 좋아해줘 ----!!"

"시끄러워."


사람 바로 앞에다 대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무슨 귀 먹은 할아버지도 아니고

왜 소리는 질러대. 시끄럽게. 아파트 주민들 다 뛰쳐나와서 너 때려죽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잠 깨우는 것도 아니고 뭐하니, 도대체. 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좋아해줄거야아아 --?!!?"


녀석은 내 말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아 시끄러워. 진짜 입을 비틀어막아버리고 싶어. 엉엉. 시끄럽단 말이야.


"알았어. 좋아할테니까 시끄러워."


"와아 ---! 진짜지?!"

"알았대두."


나에게 덥석 안기는 반장이다. 나보다 키 큰 자식이 나한테 안기면 어쩌자는거야.

이건 니가 안긴 건데도 내가 안긴 것 같잖니. 이게 뭐니, 이게. 엉엉 키 작은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내가 왜 이 자식한테 안겨있는 폼이어야 하냐고. 분명히 안긴 건 이 자식이란 말이야. 엉엉.


"진짜 고마워. 앞으로 서로 좋아해줍시다. 이민우--!!"




  kumiko댓글달기두 힘드네 .. 역시 내 예감은 딱 들어맞앗어 .. 후후후 11/13 12:10 x
  jieyoung1990분명히 엔터 한번 눌럿는데 여러개 생겨 ㅜㅜㅋㅋ 니 예감이라니 ! ㅋㅋㅋ 11/13 13:57 x
  jieyoung1990분명히 엔터 한번 눌럿는데 여러개 생겨 ㅜㅜㅋㅋ 니 예감이라니 ! ㅋㅋㅋ 11/13 13:57 x
name password memo


▲ 이전글 반장 신혜성. 7
▼ 다음글 반장 신혜성.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