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찼다. 그 정도의 공포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
“신혜성!”
“어?”
“매점 가자.”
“나 지금 우현이랑 얘기중인데, 혼자 갔다오면 안돼?”
정혁이가 몸을 돌린 채 걸어가 버린다. 중학교 2학년 아는 것도 많고 못할 것도 없는 나이.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게 없는 것도 아닌 나이. 어중간한 나이에 그 녀석을 알게 됐다.
녀석을 만난 건 정확하게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이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유독 나에게
말을 걸어온 녀석을 알게 된 지도 어연 2년이 다되어간다.
“문정혁이 너한테 좀 심한 거 같아.”
“응?”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머리를 기른 우현이가 기른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하는 말이
겨우 저거다. 허탈함에 씩 웃었다. 설마. 그냥 내가 좋은 거겠지.
“같은 반도 아닌데 꼭 쉬는 시간 마다 찾아와야 해?”
“쟤네반에 적응을 못해서 그럴거야.”
“야, 벌써 7월달이야. 적응은 무슨, 쟤 지네반 애들이랑 잘 놀던데.”
“설마.”
“너 쟤 너무 믿는 경향이 있어.”
우현이가 고개를 흔들며 사라졌다. 설마, 정혁이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앤데.
소극적인 나에게 다가와준 녀석이었다. 녀석의 호탕함에 빠져 녀석과 어울리자 어느새
학교에서는 문정혁 이콜 신혜성이라는 공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의 집착을 단순한 우정으로 치부해버렸다.
*
“어, 정혁아? 나 오늘 같이 못 간다고 문자 보냈는데.”
“왜?”
“응?”
“왜 같이 못 가는데?”
녀석이 심통이 난다는 듯이 입술을 댓발로 내민다. 그의 이런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거 봐. 얼마나 착하고 순수한데. 나한테 심하게 대하다니. 그런거 한 개도 없잖아.
최우현 니가 정혁이에 대해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거 뿐이야.
“우현이랑 어디 좀 가기로 했어.”
“나보다 걔가 더 좋아?”
“무슨 말이야?”
“맨날 우현이, 우현이.”
“그런 말이 어딨어, 친군데.”
“몰라.”
녀석이 그대로 가버렸다. 그 녀석을 그냥 보낸게 걸리긴 했지만 내일 풀어주리라고
생각해버리고는 우현이와 시내로 나왔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나보니 다리가 하도 아파서
벤치에 그냥 앉아버렸다. 앞으로 몇 발작 걷던 우현이가 뒤를 돌아 날 보더니
씩 웃고는 내 옆에 앉는다.
“문정혁, 꼭 미친 거 같아.”
난데없는 말에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이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야, 말이 심해.”
우현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씩 웃는다. 짜식, 잘 생기긴 했어.
생긋 웃자 녀석이 볼을 꽈악 꼬집어 댄다. 아퍼, 이 자식아. 갑자기 왜 이래!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거리며 쳐다본다. 으악, 쪽팔려 죽겠어. 이거 안놔, 이 자식이.
“니 얼굴이면 남자라도 뻑 가긴 하겠다만, 문정혁은 피해. 위험해.”
말을 함과 동시에 느슨해진 틈을 타서 녀석의 목을 팔 사이에 넣고 목을 꽈악 졸라버렸다.
켁켁 거리는 우현이가 팔을 툭툭 침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목을 신나게 조르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날 바라보고 있던 문정혁의 크고 검은 두 눈과 내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 자리에 굳어버린 날 두고 문정혁은 사람들 틈사이로 사라져버렸고, 느슨해진 팔 사이로
빠져나온 우현이가 내 목을 조름에도 난 한참이나 굳어있었다.
“아까 뭘 보고 그렇게 굳은거야?”
간단하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걸어가는데 우현이가 물어왔다. CD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짐을 느끼며 녀석을 쳐다보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샐쭉 웃는다.
“문정혁.”
“문정혁을 봤단 말이야?!”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우현이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둘 다 집이 학교 근처인 터라 학교에서 좀 더 얘기하기로 정하고 운동장으로 걸어가는
내내 말이 없던 우현이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을 땅에 던져버리고 날 보며 입을 열었다.
“문정혁, 제 정신 아니야.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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