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점심시간이 시작될 무렵 어기적어기적 교실로 들어온 반장은 가방을 내려놓고는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는 그대로 책상위에 엎어졌다. 막상 짝이라지만 딱히 말을 걸 수도
없는 노릇에 그닥 반장과 친했었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데 어째 괜히 찝찝해져서
아침에 풀다 만 수학 문제집을 펼쳐들었다. 수학 문제집에 문정혁 이라는 이름을 조그맣게
쓰고 나자 반장의 얼굴이 생각나서 옆에 엎드려있는 반장의 얼굴을 한번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애인? 뭐 그런 비슷한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것도 솔직히 따지면 반장 때문에 죽은 거 아닌가.
“이민우양?”
“악. 동팔아. 왜 자꾸 양이라고 불러!!!”
동팔이의 말에 아이들이 다 내 쪽으로 쏠린다. 저 자식 목소리도 댑따시 큰게 내 이름
뒤에 양이라고 붙이면 어떻게 해. 엉엉. 우리반 애들은 이민우가 누군지도 모를텐데.
여자일 줄 알고 돌아볼거 아냐. 악 짜증나. 저 똥파리자식. 확 파리채로 잡아버릴까부다.
“야, 이민우가 무슨 양이냐. 쟤 공부벌레아냐?”
“니네 우리 민우양을 몰라서 그러는데 얘가 얼마나 초절정 깜찍인데~!”
저, 저, 저, 저, 저런 미친 ... 정신 나간 동팔아 --------!!!!!!!!!!!
어이가 휙 가출을 해버렸니? 내가 도대체 어디가 초절정 깜찍인데 ?!!?
저게 정신이 나가버린 게 분명해.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렇게 보지 말아줘.
엉엉. 내가 자초한 게 아니잖아. 이건 다 저 동팔이가 자초한 거라구. 엉엉.
“헛소리 해라. 뭐 전에는 이선호가 초절정 울트라 깜찍이라더니.”
“아, 선호는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얜 귀엽다니까. 너 얘랑 말해 본 적 있냐?!”
동팔이한테 말 건 애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동팔이가 더욱 의기양양해진 듯 그것봐!
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볼따구를 쥐어잡는다. 악, 아퍼. 동팔아 ------!!
볼따구를 잡고는 도리도리 를 하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게 미쳤나. 제 정신이냐, 네가.
지금 니 머릿속에 정신이 제대로 콱 쳐 박혀있는 놈이 할 소리야, 그게?
“미쳤냐!”
“아잉. 한번마안~”
“선호한테 가.”
“선호는 바뻐. 숙제 하느라.”
“또 오락실 데리고 갔냐?”
내 말에 청승맞게 실실 웃어제낀다. 저런. 선호가 불쌍해. 어제 또 죽어라 오락실에서
동팔이 녀석과 오락을 했단 말이지? 어쩌니. 우리 선호 내가 빨리 구해줘야 하는데
이 동팔이가 이젠 학교에서까지 날 괴롭혀서 나를 구제시키는데도 힘들다. 선호야. 엉엉
이젠 니가 날 구해주지 않으련. 아악.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다가 반장을 툭 건드렸다.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서 동팔이를 확 노려보는 반장이다.
“시끄럽거든. 조용히 해 줄래?”
“......... 지금은 쉬는 시간인데?”
갑자기 동팔이가 해코지라도 하려는 듯한 어투로 휙 내뱉는다. 헉, 동팔아.
누구한테나 친절하고 실실실 잘 웃던 네가 왜 도대체 그러니. 이러는게 아니지.
이럴 때도 넌 아 그래, 미안해, 헤헤. 라며 웃어 넘기던 녀석이 아니었던가. 근데 왜 갑자기
그따구로 나오냐고요. 안 그래도 문정혁 죽어서 심란할텐데 -----!! 저런 눈치 없는!!
“너 잠자기 위해 다 조용히 해야 해?”
“부탁이야. 조용히 좀 해줘.”
“문정혁 죽은거랑 우리는 상관없어서 한 개도 안 피곤한데?”
“...... 야!”
보다 못해서 동팔이를 불렀다. 아이들은 점점 흥미있다는 듯 동팔이와 반장 주위로 몰렸다.
헉. 그 덕에 가운데 꼴 좋게 낀 내가 다 민망시렵다. 에이고. 아이들이 어째 다 반장을
싫어하는 쪽으로 보인다. 내 눈에. 거의다 아이들이 동팔이 쪽에 몰려 서있다 시피 한다.
아까 동팔이와 얘기하던 애가 날 보더니 한쪽 눈을 찡긋? 찡긋? 윙크? 나한테?
아니, 저게 진짜 동팔이 말 듣고 미쳤냐 -----!!!!!!!!!!!!!!!!!!!!!!!!!!!!!!!
“말을 그렇게 해야되냐, 김동완?”
“사실이잖아. 이 반에서 문정혁이랑 친한 거 너 하나야. 몰라?”
“.... 몰아 부치지 마.”
“몰아 부치는 거 아냐. 사실을 말하는 거 뿐이지.”
동팔아. 근데, 그러코롬 따지면 나도 이 반에서 친한 게 딱 니 하난데.
어째 듣자 듣자 하니까 내가 기분이 나빠지네. 이 짜식. 그래그래, 니 친구 많다 요거지?
엉엉. 서러워 죽겠네, 아주. 동팔이가 눈을 부릅뜬다. 선하게 생긴 녀석이 눈을
부릅 뜨니까 별로 안 무섭다. 자리에 앉아서 새초롬하니 동팔이를 노려보는 반장쪽이
훠어얼씬 더 무섭게만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무슨 식인데.”
“문정혁 죽은 게 나 때문이라는 거처럼 말하지 말라고.”
“정확하게 너 때문은 아니지. 안 그래?”
“뭘 알고 있는거야, 너.”
반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헉. 무섭게시리 이것들 왜 이래.
아 이럴 때 분위기 메이커 전진 어디 간 게야. 엉엉. 내 뒤에 앉아있던 전진은 점심시간
되니까 니 별명답게 사라졌구나. 이이이 알고 보니까 전진도 영 쓸데 없잖아 !!!
이럴 때 막아야지. 엉엉. 근데 동팔이가 뭘 알고 있나? 괜히 궁금해지네.
나한테 비밀같은 거 없는 놈인데 뭐가 저리 심각해. 반장이 이마에 손을 가져다댄다.
잠을 못잤나. 피곤해보이네.
“다 말해. 문정혁한테 뭐 들었어. 너.”
“내 친구가 상처 받는 걸 보라는 말이냐?”
“무슨 뜻이냐고 묻잖아!!”
“너가 문정혁한테 끝내자고 했다며.”
반장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아아, 궁금해라. 이렇게 나가면 점점 더 흥미있어지잖니.
괜스레 재미있는 거 같아서 고개를 쭉 빼고 듣는데 반장의 얼굴이 숙여진다.
얼레레레, 왜 저래. 두 눈을 감아버리는 반장의 행동에 당황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반 모든 아이들이 당황한 듯 보였다. 두 눈을 감고 있던 반장이 슬며시 눈을
치켜 떴다. 반장의 눈이 떠짐과 동시에 눈물이 반장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 내가 그렇게 하면 문정혁이 놔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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