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울어도달래주는사람하나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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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 198 date : 2005-12-11 16:52:29
name :    
subject :    유죄
home :    http://




"웃기지 웃기지?"
"뭐가 웃기냐, 이민우."
"왜! 정화가 웃기대잖아!"
"엑?! 곽정화 너 저게 웃겨?!!"


남자 둘이서 열심히 실랑이를 벌이다 가운데 서 있던 여자를 동시에 획 쳐다본다.
여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다가 난데없는 두 남자의 질문에 놀란 듯 어어 거리다 픽 웃는다.
그리고 여자의 팔이 각각 남자들의 어깨 위로 하나씩 올라가더니 앞을 향해 달려버린다.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 그리고 세 명의 인간. 그들은 모두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




"부러워, 부러워."
"응, 뭐가?"


가방을 내려놓자 옆에 앉는 지영이가 난데없이 고개를 설레젓는다. 나홀로 국문학 수업을 신청하는
바람에 녀석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다들 이공계열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지만 중학교 때 부터
글 쓰는 일을 취미삼아 해온지라 대학에 와서 한타임 듣느라 신청한 것이었는데 녀석들도 나를
따라 신청한다더니 지네 둘이 신청해놓은 수업과 시간이 일치하는 바람에 따로 갈려버린 것이었다.
낯선 분위기에 홀로 쩔쩔매고 있는데 지각생인 듯 은그슬쩍 들어와 내 옆에 털썩 앉아버리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지영이었다. 벌써 10월달이 다 되어가니까 꽤 오랜시간 동안 같이
수업을 들어와서 그런지 많이 친해졌다. 성격도 활달하고 여기저기 놔둬도 잘 어울리는 지영이와는
달리 난 약간 내성적이어서 먼저 말을 건 것도 지영이었다.


"잘생긴 남학생 두명을 양 옆에 끼고 돌아다니다니."
"잘생긴 남학생?"
"신혜성이랑 이민우 말야."
"아, 그냥 친구일 뿐인데, 뭐."
"너너너. 뭘 모르는구나. 그 친구가 나중에 자기 되고 자기가 나중에 남편되는거 몰라?"
"얼씨구, 혼자 또 어디까지 날아간거야. 다시 안 돌아와?"


장난기 있는 말에 지영이가 이 짜식이 라며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는다. 터프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대화를 좀만 나눠도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 교수님 덕분에
지영이와 나는 수다나 실컷 떨고 있었다. 국문학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지영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아, 나도 남학생 두명만 옆에 끼고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마. 진짜 힘들다니까?"
"뭐가 힘들어. 그 정도 꽃돌이 들이면 고럼고럼. 난 얼마든지 포용할 수 있어."
"한번 해봐, 그럼."
"나랑 어떻게 소개 좀 시켜주련?"
"알고 있는 사이면서 무슨 소개를 바래."
"아 왜 그 소개팅 처럼 말야."


지영이의 말은 간단히 묵살되어버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신 교수님 때문이라고 둘러대야지.
학기초부터 신혜성과 이민우는 유명해졌다. 잘생긴 얼굴과 누구에게도 친절한 성격 때문에 꽤 인기
있는 아이들이라고 소문도 나고 그들과 어울리는 나 또한 덩달아 아이들 입에 오르락 거렸다.
날 향해 손가락질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욕을 내뱉는 아이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부터. 그 녀석들을 알고 나서부터 계속되어 온 일이었다.
지영이를 쳐다보자 녀석이 입을 댓발 내밀고 칠판을 쳐다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인가보다.
칠판을 바라보는데 나 역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암담하다.


"아, 드디어 끝이야. 너무 지루해애애. 우리 공강이니까 놀러가자."
"어딜 놀러가?"
"음, 요기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커피점갈래?"
"민우랑 혜성이 올텐데."
"같이 가면 되잖아. 응? 가자. 나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
"그러지, 뭐."


교수님과 아이들이 나가버린 강의실에서 지영이와 수다를 떨고 있으려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혜성과 이민우가 들어온다. 달리기라도 했는지 헉헉 거리기까지 한다. 지영이가 그 둘을 멍하니
바라보다 침을 슥 삼킨다. 얼씨구, 아주. 얼굴이 새빨개진 혜성이가 씩 웃는다.


"놀러가자."
"진짜 대단해, 너네들도."
"뭐가?"


지영의 말에 민우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생글생글 웃는 지영이다.


"어떻게 정화 시간표를 니네가 다 줄줄이 꿰고 있냐. 국문학 한시간 빼고 니네랑 다 똑같으니까 뭐."
"부러우면 너도 정화 따라서 시간표 짜지 그랬냐."
"정화 알게 된게 수업들어와선데 그게 말이 되냐, 신혜성!"
"그러니까 우리 일일랑은 신경끄시고 그럼 우린 간다~"
"어딜가?"
"응? 정화랑 놀러갈건데."
"정화 나랑 커피점 가기로했는데?"


싱글 웃는 지영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승자의 미소인 듯. 혜성이 정화를 쳐다보고는
당황해하는 내 얼굴에 녀석이 할 수 없는지 실소를 터트린다. 민우 역시 내 얼굴 한번 혜성의 얼굴
한번 그리고 내 옆에서 당당하게 웃고 있는 지영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다.


"어이구, 곽정화. 꼭 일을 내요."
"아 진짜. 곽정화 도움이 안돼."
"그렇게 말하면서 또 정화 따라서 갈거면서, 흥."


한 마디씩 핀잔을 주는 녀석과 그에 부응해 씩 웃어주는 지영이까지. 정말 너무 행복하면 불안하다.
모두들 강의실을 나와 커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내내 투닥투닥 다투던 혜성과 지영은
커피점 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투닥거리고 내 옆에서 수업 얘기를 열심히 들려주던 민우는
커피점 안으로 들어서서야 입을 다문다.


"난 커피."
"난 오렌지 주스."
"난 에소프레소."
"나도 오렌지 주스."


오렌지 주스를 시키자 혜성이 따라서 오렌지 주스를 시킨다. 까페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른 시간 때라 그런지 꽤 한산했고 그것 때문에 우리들은 당연 눈에 튀고 있었다.
하긴 신혜성과 이민우랑 다닌다는 자체만으로도 사람들 눈에 띌 이유는 충분한데, 뭐.


"난 이해할 수가 없어."
"뭐가?"
"너네들이 왜 그렇게 정화를 따라다니는지."
"지영아, 무슨 말이 그래."


지영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지영이의 팔을 쿡 쳤다.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무슨 말이 그래.
녀석들도 당황했는지 서로 어색한 웃음을 날린다. 결국은 먼저 얘기를 꺼낸 지영이 수습담당이다.
커피와 오렌지 주스, 에소프레소가 나오고 각자의 음료수를 가만히 마시던 아이들이 난데없이
오랜만에 술이나 먹을까 란다. 술을 못 먹는 나 때문에 한동안 술에는 손도 안댔던 녀석들의 말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라 지영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지영이가 커피를 내려놓고 입을 뗀다.


"술?"
"내일 어차피 쉬는 날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그럼 그냥 마시자."
"어디서 마시게."
"혜성이네서 마시자."


먼저 얘기를 꺼낸 민우가 혜성이를 지목하자 혜성이가 어이가 없는 듯 어버버 거린다.
혼자 원룸에 사는 혜성이네가 제일 괜찮을 듯 하긴 한데 어째 쫌 마신다는 자체가 별로다.
이 상황에서 뒤로 뺐다가 욕만 먹을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지영이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서 얘기해준다.


"정화 술 못 마시잖아."
"배우는거야. 못 마시는게 어딨어."
"마셔마셔마셔~"


그 옆에서 동화되는 신혜성 때문에 지영이가 골치아프다는 듯 머리를 턱 잡더니 결국은 마시기로
결정이 되어버렸다. 아이고. 난 이제 큰일 났다. 9시까지 혜성이네로 모이기로 하고 집으로 왔다.
무슨 술이야, 진짜. 혼자서 꿍시렁 거리다가 잠에 들어버렸는지 눈을 뜨니 벌써 9시다.
부랴부랴 몸을 추스르고 혜성이네 집으로 갔을 땐 벌서 지영이와 민우가 와있었다.


"미안해, 늦었지?"
"난 너가 술 안 먹을려고 도망간 줄 알았어, 지지배야."


현관으로 걸어오며 생글 웃는 지영이다. 이미 한잔씩 했는지 종이컵과 술병들이 놓여져있고
소파위에 앉아 티비를 보던 혜성이는 내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티비를 끄고 술자리 앞으로 모인다.


"많이도 샀다. 몇 명이야,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걱정마."
"못 먹을 것 같은데."
"괜찮아, 유지영 알고 보니까 잘 마시네."
"이 자식이."


웃어넘어가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자 한잔밖에 안 마셨는데도 벌써 머리가 어질거린다.
어질어질. 글자가 점점 두개로 보이고, 지영이 얼굴도 두개. 민우 얼굴도 두개. 혜성이 얼굴도 두개.
점점 두개두개로 늘어나는 현상에 그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아 잠 자고 왔는데. 도저히 두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어서 눈을 감고 지영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데 지영이의 목소리가 울린다.


"정화 자버리잖아. 이럴 줄 알았어. 도대체 술은 왜 마시자고 한거야, 이민우."
"할 말이 있었거든."
"무슨 말."
"그런게 있어, 신혜성이랑 나랑."


민우의 말에 지영이가 답답한 듯 술을 마시는 모양이다. 아이들 모두 한동안 말이 없다.
적막만이 맴돌고 종이컵위로 떨어지는 술 따르는 소리만 난다. 지영이가 결국엔 또 다시 입을
먼저 연다.


"....너네 둘다 정화 좋아하는거 그거 말할려고 그랬니?"
"어."


엑?! 이게 뭔 소리지. 심각해져버린 분위기에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심장이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혜성의 목소리도 안 들리고 민우 목소리도 안 들린다.
말 잘하는 지영이 목소리조차 들리지가 않는다. 고요함만이 귀에 울려퍼지고 있었고 지영이는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건지 간간히 음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래, 눈치는 채고 있었어. 둘 행동이 수상하긴 했으니까."
"..........."
"근데 있지. 정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생각 안 해봤어?"
"........ 해봤어."
"그래, 신혜성. 해본 애가 그런 소리를 할 생각을 해?"
"그래서 술 마시자고 한 거잖아."
"애 쓰러져 잘거 뻔히 알면서 무슨 말을 할려고?! 자는 애한테 중얼거릴려고!?"


지영이의 말에 할말이 없는지 대꾸가 들리지 않는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쿵쾅쿵쾅. 점점 세게 뛰는 심장 때문에 지영이한테 들킬 것만 같아서 조마조마하다.
왜 하필이면 얘네 쪽으로 누워버린거야. 반대 쪽으로 누울걸. 진짜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아유.


"제 정신 일 때 말해."
"........"
"너네끼리 치고 박고 싸우든 말든. 정화 술 안 마셨을 때 그때 말해. 나 갈래."


내 머리가 땅으로 눕혀지고 지영이가 일어나는 모양이다. 부스럭거리는 옷 소리가 들리고 연이어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린다. 지영아, 날 여기다 눕혀두고 너 어디가니. 어지러워서 차마 두 눈을 뜰
수도 없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데 철커덕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마이갓드. 난 여기서 아침 까지 이러고 있어야만 하는겨?


"언제 말 할거야."
"지금."


혜성의 대답에 민우가 어이가 없는 듯 픽 웃는다.


"자는 애한테?"
"쟤 안자. 눈 봐. 곽정화 일어나."


아씨, 딱 걸렸네. 할 수 없이 몸을 일으키자 눈을 감고 있었던지라 더 어지러움이 심하다.
와우, 이젠 혜성이가 두명이다. 어, 세명이네. 이거 진짜 신기하다. 으하하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를 해볼까? 사람이 세명으로 보여요. 우하하하하.


"아우, 머리야."
"어지러워도 정신은 제정신이니까."
"......... 그렇긴 한데."
"아까 우리가 한 말 다 들었지."


들었니도 아니고 들었지. 너무 확신한다, 너. 신혜성의 말에 슬며시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아 어쩌면 좋아.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지금 잘 못 듣고 있는거 아닐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 은그슬쩍 손으로 다른쪽 팔을
꽉 꼬집었다. 악--!! 아퍼라. 꿈이 아니잖아. 으악.


"말 그대로야. 우리 둘다 너 좋아해. 이제 결정은 네 몫이야."
"....... 언제부터?"
"고등학교 때 부터."


민우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래, 사실은 니네 마음 다 알고 있었어. 모른다고 했다는 그 자체가 내 이기심 때문이었겠지.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내 옆에서 나 챙겨주는데 그거 못 느낄 여자가 어디있겠어.
결국은 내가 상처받을 것 같아서 숨겼어. 근데 ... 그게 너무 크게 돌아와서 너무 아프다.


"... 미안해."
"......... 미안할 거는 없어."
"그래, 우리 마음이니까 정화 너가 미안할 필요는 없지."


다정한 혜성의 말에 눈물이 올라온다. 미안해 진짜..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봐.. 너네 사이에서 .. 너무 행복해서.
그걸 잃어버리고 싶지가 않아서 그래서 그냥 잠자코 있었어. 근데 너무 슬퍼.


"그냥 지금 처럼 지내면 되. 미안해 하지마."
"... 미안해 혜성아."
"아 진짜 뭐가 그렇게 미안해."
"..... 미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건너편에 앉아있던 혜성이가 내 옆으로 걸어와 슬며시 나를 안아준다. 따뜻한 느낌.
멍하니 뒤에서 날 바라보던 민우 역시 혜성과 함께 나를 끌어안는다. 너무 아퍼. 마음이.
나 하나 행복하자고 너희들을 나 몰라라 해버렸어. 미안해. 이젠 안 그럴게.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앞으론... 서로 상처받지 말자. 미안해 정말 많이.


"미안해, 혜성아 민우야."
".... 미안해 라는 말은 이제 그만."
"그래, 정말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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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umiko여운은 무슨 ㅠㅠㅠㅠㅠㅠ 12/11 17:35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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