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정지.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어? 표정이 팍 구겨진다. 살다살다 별 일을 다 보겠어.
난 행복하게 살다가 뒈질건데요. 조용조용하게. 잠 자다가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뒈지는게
내 꿈이자 소망인데요? 그리고 여긴 대한민국 이라구.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면 축복받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 이라구. 근데 내가 왜? 미쳤나?
내가 왜 알콩달콩 잘 살 수 있는 멋진 여자 놔두고 당신 같은 남자랑?
"제 정신이예요?"
이번에는 녀석의 표정이 구겨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어낸 것도 아니었는데
요까짓 말로 인상 구겨질거면 나한테 고백은 왜 했나 몰라. 참 특이하네.
그리고 당신이 지금 표정을 구길 때가 아니지 싶은데?
정작 인상쓰고 언성 바락바락 높여가면서 핏대 세워야 하는 건 나라구. 나. 바로 신혜성.
근데 왜 당신이 그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표정을 팍 구겨. 아침부터 일진 나쁜 건 나라구.
"제 정신이야."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나요?"
"상관 없잖아, 연애하는데 다른 사람 신경 다 쓰면서 어떻게 해. 원래 연애라는 게 그런거야. 너랑 나. 우리 둘만 보는거라고."
"난 그렇게 사랑에 올인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이제부터 해보면 되는거야. 날 걸고."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요."
입술을 빼죽빼죽. 삐딱하게. 나보다 키도 작은 게 어디서 헛소리야. 됐네, 이 아저씨야.
내 말에 감정이 상했는지 입술을 오리주둥이 처럼 죽 내민 녀석이 쳇 하는 바람빠진 소리를
풍겨낸다. 더 내밀어 보시지. 아주 새주둥이처럼 쫙 비틀어 틀어버릴까부다.
헹하고 코웃음을 내뱉어주고는 홱 돌아서버렸다. 날씨도 쌀쌀한데 무슨 짓거리람.
터벅터벅 걷는데 내 뒤통수에 레이저빔을 날리는지 걸어가는 내내 따가워 죽는 줄 알았다.
뒷통수를 슥 만지고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 생긴대로 노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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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 찌르는 느낌에 엎드려 있는 몸을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않고 두 눈만 뻐끔뻐끔 뜨니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음소리와 함께 눈에 보이는 건 악 --!! 하는 비명소리 뿐 밖에
안 나오는 그 아침의 미친놈이다. 책상에 자기 턱을 탁하고 들이대놓고 아주 그냥 대놓고
날 쳐다보던 폼이다. 아 진짜 미치겠네. 나 찌른게 이 인간이야? 무슨 배짱으로?
"아까부터 저러고 있길래. 깨워야 될 것 같아서."
옆에서 교과서를 넘겨보던 짝이 대뜸 그런다. 아아아 그랬구나. 그나저나 당신은 2학년이
아니었던가요. 1교시 끝나자마자 1학년 교실 찾아와서 이게 무슨 무례한 행동입니까.
와, 나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 자세 그대로 눈만 꿈뻑거리자 미친놈은 헤실헤실 웃는다.
헤실헤실 웃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웃는 낯짝에 침 못 뱉는다. 내 상황이 딱 그 상황이라고 --! 역시 선조들의 지혜는 대단해.
"왜 왔어요?"
"얼굴 보려고."
웩. 느끼해. 아침부터 식용유를 한 3L는 들이마셨나. 왜 난데없이 이러냐고요.
돌아버리겠네, 진짜. 이내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당연히 신기하겠지.
이게 무슨 광경이냐고요. 딱히 친한 애가 없는 터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을 아이들한테
소리 지를 형편도 못 되고 미친놈을 쳐다보자 녀석은 여전히 헤실헤실 방글이다.
"이제 가죠?"
"종치면 가도 되는데, 뭐."
"아, 나 미치겠네."
화가 난다기 보다 어이가 없을 뿐 이다. 여기저기서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따갑기도
했고 미친놈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냥 그대로 고개를 파묻어버렸다.
이러고 있음 가겠지? 하는 생각도 있긴 했지만 슬며시 고개를 들자 그자세 그대로 있는
녀석이 결국엔 두 눈에 콱 들어와 박혀버려서 괜히 신경질만 더 돋궜다.
진짜 저 인간 돌아버렸나봐! 어쩌지, 나 이제 잘 못 걸린거 아냐?!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는데 종이 친다. 언제 사라졌는지 고개를 들자 코빼기도 안 보인다.
"어떻게 하다 알게 된거야?"
"응?"
처음 말을 거는 짝에게 놀라 녀석을 쳐다봤다. 오목조목. 이쁘게 생겼구나, 너.
너 여자애들한테 인기 좀 끌고 다니겠는걸? 오호. 괜찮은데, 자슥.
"이민우 어떻게 알았냐고."
"그 사람 이름 어떻게 알아?!"
"그런거 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아.. 그렇긴 해."
아주 그냥 찬바람이 생생생 불어라. 사내새끼가 되서 말에 그렇게 찬바람이 불어서
엇다 써먹냐! 삐진 척이라도 해볼려고 고개를 홱 돌렸다.
아 근데 그거 자식 진짜 보면 볼 수록 괜찮게 생겼네, 아유 참.
앞에서는 언제 들어온건지 문정혁이 열나게 수학 기호를 떠들어댄다. 집합이 어쩌고.
학기초부터 이게 무슨 난리람. 아, 알아들을 수 없는 수학기호는 늘어가고 시간은 드럽게
안가는구나. 이 놈의 자리는 왜 또 잠자기 좋게 맨 뒷자리에 딱 걸린거냐고요.
"이민우 좋아하니?"
"뭐!?"
아 나, 얘는 왜 같이 이러니. 내 자리에 마가 꼈나? 역풍이 꼈나?
무슨 바이러스 떼로 겹쳤나 왜 이러나 몰라 진짜.
"너 진심 아니면 그만 둬."
"왜?"
"흐지부지 하다가는 나처럼 될거야."
"너... 처럼?"
"어."
"그게 뭔데?"
"그런게 있어."
날 향해 씩 웃은 녀석은 다시 칠판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무언가를 슥슥 필기해 나가기
시작했다. 흠, 너처럼이라니. 그건 뭘 의미하는 걸까. 난데 없는 짝궁의 말에
머리가 지끈지끈 울려온다. 반에서 겨우 중간 성적을 윗도는 한테 너의 그런 아리송한
말은 해석이 어렵단 말이다. 이노무 자슥아 !!!!
슬쩍 녀석의 명찰을 보자 전 진 이라는 두 글자가 밖에 없다. 와 이름이 외잔가봐.
참 녀석 웃는 거 하나는 환상적으로 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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