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자차로 소도시 이주하며 받
은 장롱면허운전연수 체험기대도시의 빠
듯한 리듬에 치이던 삶에서 벗어나기로
했어요. 직장을 정리하고 충북 제천
근처 조용한 동네로 내려가기로 한
거죠. 공기 맑고 사람 적은 곳에서
새 출발을 하려 했지만 한 가지 문제
가 있었어요. 바로 이동 수단이요.
버스는 하루에 두 번뿐, 택시는 잘
잡히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다시 장롱
에 있던 면허증을 꺼냈어요.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거죠. 실전 감
각이 전혀 없던 제가, 드디어 장롱면
허운전연수를 신청하게 됐어요.연수 첫
날엔 차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긴
장이 됐어요. 제가 선택한 연수 방식
은 자차 연수였고요. 낯선 시동 소리
와 핸들의 무게감, 발끝에 닿는 브레
이크 감도까지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어
요. 강사님은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라
고 말씀해주셨고, 진짜 그대로 따라갔
어요. 그날은 주행보다 기본 조작만
반복했어요. 와이퍼, 방향지시등, 기
어 변속, 사이드미러 조절이요.둘째
날엔 시내 외곽 도로로 나갔어요. 차
도 많지 않고 직선 도로라 안정적으로
연습하기 좋았어요. 강사님은 차선
변경이나 유턴 구간에서 제가 헷갈리지
않도록 상세하게 코칭해주셨어요. 실
은 시야 확보가 잘 안 되는 게 가장
두려웠거든요. 고개 돌릴 타이밍,
후사경 보는 습관, 천천히 핸들 돌리
는 연습까지 하나씩 몸에 익혀갔어요.
그날은 장롱면허운전연수라는 말의 무
게를 실감한 날이었죠.셋째 날에는 언
덕 구간 연습이 있었어요. 이곳은 경
사로가 많아서 오르막내리막 연습이 필
수였어요. 급경사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얼마나 부드럽게 밟느냐에 따라 차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또, 내
리막 커브에서 핸들을 미리 틀지 않으
면 크게 도는 실수를 자주 하게 되더
라고요. 매뉴얼 같은 감각이 필요했어
요. 차는 미리미리 말 걸어야 돼요라
는 강사님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넷
째 날엔 장을 보러 가는 코스로 연습
했어요. 마트 진입로는 일방통행이 많
았고 주차장은 항상 붐볐죠. 후진주차
를 여러 번 실패하고 결국 삐뚤게 대
는 바람에 다른 차가 지나가지 못한
상황도 있었어요. 죄송하다는 말과 함
께 다시 처음부터 주차 공식으로 연습
했죠. 주차만 세 번 반복한 날이었어
요. 평소 같았으면 포기했을 텐데,
이상하게 계속 도전하고 싶었어요.다섯
째 날은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바로
국도 주행이에요. 갓길이 좁고 반대
편 차선과의 간격도 좁은 데다, 앞뒤
로 빠르게 달리는 차들에 둘러싸이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운전은
눈으로 먼저 하고 손으로 따라오는
거예요라는 말이 어느새 체화됐는지,
멘탈 흔들리지 않고 속도 유지하며 달
렸어요. 몇 차례 급정거할 뻔했지만
사고 없이 무사히 주행을 마쳤어요.
그게 제겐 정말 큰 일이었어요.여섯째
날은 날이 흐렸고 비까지 왔어요.
처음엔 연수 취소를 생각했지만, 강사
님은 이럴 때 배워야 진짜 감각이 생
겨요라며 우비 입고 함께 해주셨어요.
와이퍼 속도 조절, 김 서림 대처,
전조등 켜는 요령까지 배우며 비 오
는 날 드라이브가 어떤 건지 직접 체
험했어요. 그날 이후로 비 오는 날이
무섭지 않게 되었어요.일곱째 날은
목적지 정하고, 내비 없이 가보는 자
유 주행 연습이었어요. 제가 평소 가
보고 싶던 제천 시내 카페를 목표로
설정했어요. 그 길엔 굴곡진 도로,
복잡한 회전 교차로, 고개 길까지 있
었죠. 여러 번 길을 틀고, 차선 잘
못 타서 빙 돌아가기도 했지만 결국
목적지 도착했을 땐 뿌듯함이 컸어요.
이제 진짜 나 혼자도 갈 수 있겠구
나 싶었어요.여덟째 날 마지막 연수는
시골길에서 정지 후 출발, 비상 상
황 대응 훈련이었어요. 갑자기 길 중
간에 멈춘 차를 피해 우회하는 훈련도
하고, 강사님이 깜짝 돌발상황을 만
들어서 제가 급정지 연습을 반복했어요
. 몸은 긴장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침
착했어요. 아, 나 이제 운전자구나.
그렇게 실감했어요.지금은 자차로 장
보러 다니고, 근처 도서관이나 카페
도 자유롭게 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제가 차로 직접
모시고 관광지 데려다드렸을 때 감동
하시던 모습은 잊을 수 없어요. 그
순간이 제가 장롱면허운전연수를 시작한
진짜 이유이자, 최고의 보람이었어요
.운전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자유를 회복하는 일이었어요. 누군가
는 출근을 위해, 또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시작하겠지만, 저에겐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어요. 겁나고 망설여졌지
만,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장롱면
허운전연수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고요. 요즘, 마트
다녀오는 길에 창문 살짝 열고 라디오
켜두면,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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