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ne Schuur

음악을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듣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한 음악인의 작품이나 연주는 그가, 혹은 그녀가 겪어온
여러 일들에게서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때가 적지 않으며
오직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습만으로 음악의 가치와 역할을 가늠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고난을 겪어야 했던 보컬리스트 빌리 할러데이(Bille Holiday)의
노래들을 그저 음악적인 측면에서만 조명한다거나,
부모와의 심한 갈등 속에서 숱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요절했던 코넷 연주자
빅스 바이더백(Bix Beiderbecke)의 여러 감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분명 이들의 특별한 삶에 대한 충분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제 새 앨범이 발표와 함께 다시 한 번 우리들 곁에 성큼 다가선 보컬리스트
다이앤 슈어(Diane Schuur)또한 그런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는
한 가지 특수 상황을 간직한 인물이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겪은 작은 의료 사고는 다이엔 슈어에게서
빛의 의미를 앗아갔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각에만 의존해야 했던 그녀의 음악 경력이
큰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녀가 지난 20년 가까이 선보인 음악들은
우리의 이런 선입견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밝고 쾌활하면서도 여유로움과 진지함으로 가득 찬 의외의 그것이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그녀의 무대는
여러 곳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고,
최근에 만난 그녀의 노래들은 쉰 살을 바라보는 중년의 아낙이
피아노 앞에 앉아 비로소 자신의 음악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 아니냐는
흐뭇함마저 전해주고 있다.
그녀의 노래를 아끼는 사람들은 분명
이 여유로운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단맛을 느끼곤 했을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재즈 뿐 아니라
블루스의 명인들과 함께 한 무대에서도 자신의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다이앤 슈어의 이러한 음악적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음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이앤 슈어의 노래가 지닌 최고의 강점은
정확한 음정과 곡에 대한 장악력에 있다.
마치 생전의 엘라 핏츠 제럴드가 그러했듯
다이앤 슈어는 자신이 부르기 위해 선택한 곡들에 대한
충분한 관찰이 선행된 듯한 인상을 주며 다양한 창법이나 화려한 태크닉의 사용보다는
원곡의 이미지와 의미를 되살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았다.
어쩌면 이것은 재즈 보컬리스트이기에 앞서 팝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함께 간직한
다이앤 슈어의 푹넓은 음악 소양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음악적 소화력은 앞서 거론한 것처럼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구사되는 음정처리 능력을 갖추었기에
좀 더 안정적으로 추구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로 이런 특성은 노래의 개성이 약하다는 부정적 측면을 들추어내는 빌미를 제공
하기도 했지만앙살블의 한 축으로 진행될 때가 많았던 그녀의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낸 또 하나의 성과라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음악인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깊은 음악성을 그 첫 번째로 손꼽을 것이며
다음으로 얘기될 부분에서 바로 그 음악인의 행보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자신이 행하는 음악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드러나거나,
정반대의 의구심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실험적인 시도의 창작욕을 불어일으키는 원동력이라면
전자의 경우는 듣는 이들에게 최대한의 안정감을 선사하는,
잘 다듬어진 소품 분위기의 앨범을 선사할 때가 많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다이앤 슈어는 전형적으로 전자에 속하는 음악인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그 동안 자신이 펼쳐 보인 활동을 정리하는 의미의 이 앨범을 통해
새로운 시작의 소망을 이야기한다.
많은 벗들이 곁에 있어 한결 편안한 여정이 될 것이다.


재즈 비평가 김 현준


Artist - Diane Schuur
Album Title - Friends for Schuur
Date of Release - Sep 26, 2000
AMG Rating ★★★★
Genre - Vocal
Styles - Vocal Ja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