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실천가 

  김약연목사의 산소는 장재촌(명동 윗부락) 서쪽 산언덕에 있다. 부인 안연여사와 두 분의 맏아들의 묘소와 나란히 함께 있다. 
  1942년 가을 그의 장례에 참가했던 장재촌의 이종순옹은 어릴 때의 기억을 살려서 1990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약연목사님의 장례 날에 수백 명의 상객들이 모여왔습니다. 가족과 제자들은 물론 애국인사들이 장례에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목사님을 숭배하는 일본인들도 있었구요. 그날 용정 총영사관 영사는 헌병과 순사들을 거느리고 왔댔답니다. 아마 그날 추모활동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웠던가 보지요.' 

  김약연은 교육가이고 목사이기 전에 우국지사였고 독립 운동가였다. 그한테 있어서 교육은 독립운동을 위한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학과목에 조선역사가 있고 신한독립사도 있고 조선지리도 있었다. 이것은 조선본토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작문시험에서는 '애국'과 '애족'은 필수 작문제목이었다고 한다. 조선 작가 이기영의 장편소설 '두만강'에 묘사된 명동촌과 명동학교를 보기로 하자.
  명동촌을 중심으로 부근에는 농촌부락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함경 남북도와 경상도 등지에서 '합방' 이후에 더는 살수가 없게 되어 쫓겨난 빈농민과 화전민등이었다. ---이주민들은 가는 곳마다 학교를 꾸렸다.---이것은 왜놈에게 고국을 쫓겨나온 철천지한이 그들의 뼛속에 사무치게 한 까닭이었다. 실력을 양성하자! 그리고 인재를 배양하자! 그들이 살길을 찾아서 타국으로 유랑하여 왔지마는 그러나 그들은 단지 눈앞의 호구지책을 강구하려는 고식적 구명도생만이 목적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오늘 조선인민의 민족적 불행을 면하려면 하루속히 조국을 광복해야만 되겠다는 애국심에서 우선 실력을 양성하지 않고서는 왜놈들과 판가리 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것과 그 결의 밑에 교육사업과 신문화운동을 합유시키게 한 것이다.--- 
  그는 1907년에 교민회를 조직했다. 안중근의사도 당시 간도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장재촌 산너머 문암동에 두 달간 체류한 적이 있고 김약연 등 지사들과 항일구국의 장구책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1909년에는 이동춘 등과 함께 국자가(지금의 연길)에 간민교육회를 세운다. 1913년 독립운동가 이동휘가 명동촌으로 온 후 조선인들이 '귀화입적(歸華入籍)'함으로써 일제의 반동적 통치의 기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1915년 변무사 오록정(邊誣使吳祿禎)의 허락을 받고 교민회를 해산하고 간민교육회를 조직하고 회장이 된다. 1918년에는 베이징정부의 인가를 얻어 간민회를 창설하고 독립운동의 기반을 튼튼히 했다. 

  1919년 2월 명동학교 최봉익선생이 서울에서 '조선독립선언서'를 가져왔고 김약연 등 39명 해외 유지들은 따로 '대한독립선언서 포고문'을 작성하여 서명하여 전 만주에 폈다. 1919년 3월 13일 용정을 중심으로 한 동북 각지에서 조선인들은 '조선독립만세'를 고창하였다. 용정에서는 2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하였는데 명동학교 '충렬대(忠烈隊)'가 앞장에 섰다. 그날 일제 용정총영사관의 사촉을 받아 출동한 만군의 총에 사망한 19명 순난자 명단에 명동학교 학생 김흥식도 있다. 그리고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홍범도부대와 김좌진 부대에는 명동학교 출신의 독립군 용사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조선은행권 15만사건으로 교수대에서 순국한 윤준희, 임국정, 한상오와 그외 동지들인 박웅세, 최봉설, 나운규 등 열혈청년들은 모두 그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은 투사들이었다. '독립운동대사전'(이광훈 편저)에서는 김약연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규암(圭巖)은 실제로 북간도에 있어서 민족운동 각 분야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였다. --- 3월 13일 ---역사적 대의거에 자신은 러시아에 있었기 때문에 참가하지는 못하였으나 그가 가르친 수많은 제자들이 민중동원과 만세시위에 앞장서서 전개하다가, 그가 사랑하는 청년 17명이 적의 총탄에 맞아 순국하였다. (제273-274페이지) 

  그는 3.13만세운동에 참가하지 못했다. 마침 전러한족중앙총회(全露韓族中央總會: 그 뒤 국민의회로 개칭)에 초청되어 갔던 것이다. 비보를 듣고 러시아에서 부랴부랴 귀로에 오른 그는 일제 경찰의 감시가 심하여 친분이 깊은 연길도윤 도빈(延吉道尹陶彬)의 특별보호를 받아 '연금'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의 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한 투쟁에 고스란히 다 바쳤다. 그의 목적은 나라의 독립이었다. 그는 회령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여 중국에 와서 산 장재촌을 조선반도의 모양을 본따서 마을 집을 지었고 조선에 가서 무궁화 꽃씨를 구해다가 자기의 집 마당에 심었다고 한다. 그는 집에 있으나 마을로 나가나 언제나 무궁화 한반도와 삶을 같이한 위대한 실천가였다. 

  4 김약연의 유언 

  김약연은 '나의 행동이 나의 유언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말은 자신의 삶에 대해 그만치 자신심이 있다는 말이 된다. 윤동주의 시구를 빈다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원래 한학자였다. 한학(漢學)을 공부하여 공맹의 도를 파악했고 유가로서 일가견을 소양했고 나중에 민중계몽과 교육을 위하여 예수교로 개종하였다. 
  김약연의 신앙은 민족교육으로 이어지고 민족교육은 독립운동과 직결되어 있다. 그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이 세상 모든 나라와 민족이 힘의 논리가 아닌 사랑을 나누면서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타민족을 무차별 학살하는 죄악은 단호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종교관이었다. 아쉽게도 오늘날 조선족은 김약연을 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외면하고 한국에서는 귀화입적을 선양했다는 이유 때문에 멀리하고 있다. 
  나는 명동에 갈 때마다 명동교회의 옛 건물 위에 십자가가 걸려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나의 행동도 유언이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갈망한다. 
  김약연은 윤동주처럼 시 한편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삶 그 자체가 천 수 만 수의 시 보다도 더욱 내용이 풍부하고 아름답다. (끝) 

  1916년 건립된 병동교회, 교회당으로 연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1994년부터는 내부 수리를 거쳐 명동역사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