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과 소설은 문학 장르가 다르듯이 분명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장르는 동질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도슨에 의하면 소설은 희곡과 수필로부터 변칙적으로 생겨났으며, 특히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19세기의 것보다는 세익스피어와 희랍 비극작가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서 그 변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즉 그에 의하면 “소설은 물론 드라마로부터 발전되었으며, 그 발전은 17세기 초 관객을 이루는 사회 계층의 점증하는 다양화와 함께 시작된 사회변화의 결과로, 그리고 18세기에 이르러 현대적인 생활의 가능성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비롯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시대적인 변화가 희곡으로부터 소설을 태동하게 만들었다면 당연히 소설은 희곡에서 많은 요소를 빌어오게 되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두 형식은 서로 동질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는 반면에, 또 한편으로는 희곡으로부터 소설이 분화되어 서로 다른 문학 형식으로 독립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이 증명하듯이 필연적으로 차이점을 갖게도 된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속성에 대해 도슨은 “소설이 결코 순수하게 극적일 수 없는 반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극적이다. 소설은 극적인 순간들을 담은 설화 형식이 아니라 설화적 틀 안에 담긴 극적 형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재담이 아니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희곡에도 悲劇的인 소설적 요소가 들어 있는가 하면 소설에도 극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렇다면 이 두 장르에 내재하는 동질적인 요소는 무엇이고 이질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희곡은 무대에서 연극으로 실연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적절한 대화와 행동 양태로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희곡 속에는 悲劇的인 요소가 내재하고 있다. 인가르덴은 이것을 "완전히 표시된 인물들에 의해서 실제로 발언도니 문장들로만 형성되어 있는 주텍스트" 와는 구분되는 부차적인 텍스트라고 하였다. 부차적인 텍스트는 소설적 논평이나 서술적 개념을 지니고 희곡 속에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희곡을 구성하는 언어의 두 층위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무대지시문이라고 일컫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주텍스트와는 완전히 상이한 형태를 지니지만 씌어진 희곡은 이 두 텍스트가 병렬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완성될 수가 있다.
물론 무대지시문은 희곡을 연극으로 실연할 때 좀더 구체적으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희곡이 반드시 연극으로 실연되지 않고 읽히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 의의가 충족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씌어진 희곡의 이 비극적인 요소인 무대지시문에 의해서 가능하다. 따라서 공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읽히는 희곡으로 존재할 때 무대지시문은 소설적인 서술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으므로 이 요소에 의해 희곡은 소설과의 공유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무대지시문에 의해 희곡이 소설의 양식과 합치되는 점이 있다면, '무대 실연의 요소와 매개의 기준 및 화법의 기준'을 적용해 볼 때도 서로 유합될 수 있는 자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아스무트는 무대 실연의 요소 내지는 매개의 기준과 화법의 기준을 조합하면, 행동의 묘사를 하는 두 장르의 형식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체계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話者의 화법
서사문학
(소설)
 형상인물의 화법 무대실연
극문학(드라마)
위의 도식에 의거할 때 화법의 기준으로 보면 서사문학이 혼합형의 장르이지만, 무대 실연의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 희곡이 오히려 혼합형이 된다. 물론 이런 평가는 두 장르가 완전히 동일한 범주로 통합될 수 있다는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어느 한 측면에서 공유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희곡에 들어 있는 형상인물의 화법은 소설 속의 화법보다 직접성이 훨씬 강하면 또 비율면에서도 비교가 안될 만큼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 도식을 이해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소설과 희곡은 화법의 측면에서도 유사한 속성을 공유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스무트는 호머풍의 서사시와 많은 근대소설들에 극적인 대사의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 들어 있다고 하면서. 그 중에도 "근본적으로 소설가는, 특히 자신의 체험을 글로써 재현하는 일인칭 화자의 역을 띠는 소설가들은 이 형상인물의 화법이 없이는 소설을 꾸며낼 수가 없다. 적어도 직접적인 체험이 직접적인 말로써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고 예거한 바 있다. 라복크도 그의 <<소설기술론>>에서 소설 技術의 두 가지 대조적인 방법, 즉 회화적 방법과 극적 방법을 논하면서 소설이 극화되는 경향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소설의 극화 경향을 극 구성의 중요한 요소인 직접화법의 사용에서 찾고, 헨리 제임스의 <난처한 사춘기>는 이 방법을 거의 극한까지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희곡으로 출판할 수도 있으리라"고 말한다. 이것은 아주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이 두 형식의 친밀성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카이저는 극문학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극적인 사건, ②무대, ③대사, ④배우가 필수적인 요인으로 있어야 하지만, 일반 소설을 비롯해서 서사시, 그리고 심지어는 찬가와 송가 등에도 극적인 요소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어느 한 가지 사건이 어느 특정한 공간 위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 행하는 사람에 의해 행해질 때 우리는 면전에서 하나의 극이라는 것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시되는 세계도 서사시인이 제시하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세 개의 근본 요소, 즉 사건⋅공간⋅인물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극적인 것과 서사적인 것과의 공통성이, 그리고 서술소설⋅장편소설⋅단편소설, 또 서사시도 그렇고 통 털어 극화하고 있는, 즉 그러한 제시방법에서 가져다 줄 수 있는 원인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서사적인 소설 작품에서도 확실히 극적인 대목은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단편소설은 사건에의 집중, 시간적인 긴장, 즉 물적인 서술의 어조와 더불어 극적인 정신이 채워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거기서는 희곡화하는 의미가 충만 되어 있는 것이다.) 찬가⋅송가 따위도 분명히 어떤 극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 비록 그 극적인 것이 사건 진행의 경과과정으로는 이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러나 극적인 것과 무대와의 특수한 친화력은 극히 명백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 희곡과 소설은 그 속성상 친화력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은 그 자체의 엄격한 문학상의 약속이나 관례가 있기 때문에 변별적인 요인들을 다분히 지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희곡은 그 특성상 창작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반면에 소설은 그런 제약으로부터 거의 일탈할 수 있어 작가의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서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대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도슨은 "소설은 과거의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들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택한 연극에 있어서의 어떠한 가능한 형태보다도 더 다양하고 더 유연한 문학 형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속성을 감안하여 이들 두 형식에 가로 놓여 있는 차이점을 대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은 희곡과는 달리 소설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환경들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서술이나 묘사할 수 있으며 사물의 외부나 정신의 내면세계도 마음대로 묘사하고 서술할 수가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으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미래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얼마든지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가 있다. 희곡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러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설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도 희곡과는 대조가 될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할 수 있다. 즉 표현기법에 있어서 소설은 제 3자의 서술이든, 설명이든, 또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리든 인물의 성격․심리․환경․생활 등을 장황하게 서술이나 묘사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지만, 희곡은 극소수의 무대지시문을 제외하면 오로지 행동과 대사로만 성격이나 심리를 표현해야 하며 환경이나 생활은 등장인물이 직접 보여 주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소설은 사소한 사건이나 상황도 얼마든지 확대하여 최대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끝으로 서술분량에 있어서 소설은 거의 제한을 받지 않아 작가의 목표에 따라서는 콩트에서 대하소설까지 다양한 형식이 가능하지만, 희곡은 방대한 내용을 담을 수 없으므로 내용을 집약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렇듯 희곡은 기본적으로 인물 상호간의 대화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에 소설보다 문학적으로 많은 제한성을 지닌다. 그중에도 특히 사물의 내부 세계나 인물의 내면 세계를 섬세하게 드러낼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등장인물 간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그것이 드러나게 하고 사건이 발전되어 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노력과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희곡의 문학적 특성인 동시에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한계점의 대부분은 희곡에 내제하는 연극성에 기인하는 것인 바, 브룩스와 헬만은 이것을 세가지로 간명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그것을 요약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희곡에서는 시나 소설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인물, 장소, 음향, 광경, 냄새 등에 대하여 직접적인 묘사가 불가능하다 이것들은 오직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관객은 무대위에 나타나는 상황을 통해서만 마음속으로 그 상징적인 의미를 연출해가야 한다.
② 희곡에서는 행동, 상황, 표현, 제스처 등의 의미에 관하여 작가가 직접적인 논평을 가할 수 없다. 오직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간접적인 해설만 가능할 뿐이다.
③ 희곡에서는 순전히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행동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객관적이고 외적인 행동의 세계를 현재적인 무대 뒤에서 표출할 뿐, 완전한 심리의 세계나 정신의 영역인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오로지 대화나 제스처를 통한 간접적인 표현만 가능하다.
희곡은 근본적으로 위와 같은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데 담나 최근에 와서는 새로운 극 형식, 가령 서사극이나 기록극 등에 의해서 다소 극복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기도 하였다. 특리 옛날에는 무대기술이 발달되자 않았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요인들은 무대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과 함께 상당히 제거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약 요소를 완전히 일탈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새로운 기법들의 도입과 실험을 통해서 희곡에 내재한 제한성을 일부 극복하고 있다는 것은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이는 가치의 문제와는 별개이다- 희곡의 개념으로부터 일탈하는 것이므로 이는 문제의 핵심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오늘날 희곡이 다른 문학 장르의 요소를 수용하여 혼합하거나 더 극단적으로 탈장르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는 긍정적인 의미로서, 그것이 희곡문학에 내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과 아울러 장르적인 확산을 통해 연극의 다양성을 가져오게 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미에서 볼 때는 희곡의 순수성을 파괴하고, 그리하여 전통으로부터 단절됨으로써 결국 과거의 유산하나를 스스로 타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나를 얻기 위해서 이미 존재하는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비판이 따를 때 현대적 의미로서의 희곡문학의 의미와 위상도 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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