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속문학과 전통문화

-문학을 통해 본 상하관계의 흐름-

Ⅰ. 서론

모든 문화현상이 다 그렇지만 특히 문학은 삶의 문제를 대상으로 하여 이에 관한 모든 인간행위를 형상적으로 그려낸다는 측면에서 그것이 존재하고 있는 역사 ․ 사회적 공간과 분리되어 이해되기 어렵다. 더욱이 그 형상적 기술을 바람직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각 시대 현실의 역사 ․ 사회적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인간과 인간행위에 대한 일정한 인식을 필요로 한다. 문학작품은 허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 현실상을 얼마만큼 반영했는지, 혹은 인생과 세계를 얼마나 잘 모방했는지에 따라 사실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작가가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현실은 작가의 사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작품 역시 작가가 살고 있는 사회의 시대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조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문학을 통해서 상하관계의 일반적인 흐름을 개관해 보고자 한다.

Ⅱ. 본론

<1>원가(怨歌)

뜰의 잣이 가을에 안 이울어지매 너 어찌 잊어 하신 우럴던 낯이 계시온데 달 그림자 옛 못의 가는 물결 원망하듯이 얼굴사 바라보나 누리도 싫은 지고 (이하 두구 잃어버림) 양주동 해독

질 좋은 잣이 가을에 말라 떨어지지 아니하매, 너를 중히 여겨 가겠다 하신 것과는 달리 낮이 변해 버리신 겨울에여. 달이 그림자 내린 연못 갓 지나가는 물결에 대한 모래로다. 모습이야 바라보지만 세상 모든 것 여희여 버린 처지여 (이하 두구 잃어버림) 김완진 해독

▪ 유래 : 신라 때의 승려 신충(信忠)이 737년(효성왕 1)에 지은 8구체 향가(鄕歌)로 원래는 10구체 형식이었다고 하나 현재는 후구(後句)가 없는 8구체로 전한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5 <신충괘관(信忠掛冠)>에 실려 전해지는 유래는 다음과 같다. 제34대 효성왕(孝成王)이 즉위하기 전에 작자는 그와 함께 잣나무 아래서 바둑을 두었는데, 후일 임금이 되어도 신충을 잊지 않겠다고 잣나무를 두고 맹세하였다. 후에 그가 임금이 되었으나 그 약속을 잊고 돌보지 않자, 작자가 원망하는 노래를 지어 잣나무에 붙였더니 나무는 시들어 버렸다. 이에 임금이 약속을 잊고 있었음을 깨닫고 신충을 불러들여 벼슬을 내리자 나무는 되살아났다고 한다.

⇒ 윗사람(왕)에게 불만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돌려서 알릴 수밖에 없는 아랫사람(승려->신하)의 입장이다. 효성왕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신충에게 벼슬을 내려 신의를 회복한다.

<2> 안민가

▪ 감상 : 신라 제35대 경덕왕(742∼765) 때의 승려 충담사가 지은 10구체 향가. 《삼국유사》 권2에 실려 전한다. 노래를 지은 유래는 다음과 같다. 경덕왕 23년(765) 3월 3일 왕이 귀정문에 올라 신하들에게 거리에 나가 훌륭한 스님을 한 분 모셔오라 하였다. 신하들이 한 명승을 모셔왔으나, 왕은 자기가 찾는 스님이 아니라 하여 돌려보내고 다시 모셔온 분이 바로 충담사였다. 왕은 그가 《찬기파랑가》를 지은 스님임을 알고 《안민가》를 지으라 하였다. 이에 충담사가 노래를 지어 바치니 왕이 기꺼이 여겨 왕사에 봉하였으나, 굳이 사양하였다고 한다. 이때 그가 지은 향가 《안민가》는 임금과 신하와 백성이 각각 자기 본분을 지키면 나라가 태평하리라는 소박한 내용으로, 유교 사상이 짙은 노래이다.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분히 목적의식이 선행하는 정치성을 띤 작품이며 현재 전하는 향가로서는 유일하게 참여시적인 성격의 노래이다.

⇒ 군신민(君臣民)의 정치를 은유법을 사용해 표현한 가사이다. 군과 신, 민의 관계를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인 가족에서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륜관계로 비유하고 각기 본분을 다하면 나라와 백성이 편안해 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종 천재지변이 민생(民生)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신하의 도전으로 왕권이 위협받는 등 정치적으로도 위기 상황에서 지어진 이 노래는 왕이 신하들에게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하라는 일종의 경계의 의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3> 고려사

■신은 초야에서 생장하고, 성격이 어리석고 어두우며, 학술이라고는 없는데, 다행히 밝은 때를 만나 오랫동안 임금님을 가까이 모시는 직책을 욕되게 하고 여러 차례 예사롭지 않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비록 대단한 계책으로 시대를 바로 잡을 수는 없사오나, 오히려 일편단심은 있어 나라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 감상 : <고려사>열전은 조선왕조적인 입장, 성리학적인 군신·부자·부부관 및 충역관, 그리고 배불숭유의 사관을 토대로 고려의 대표적인 인물 949명을 후비, 종실·공주, 문·무제신, 양리·충의·효우·열녀, 방기·환자·혹리, 폐행, 간신, 반역, 신우 등 총 아홉 류로 구분하여 서술하였다.

▪시대적 배경 : 고려는 신라 시대 진골 중심의 폐쇄적 사회를 개혁하고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지방 호족 세력이 지배세력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배경에는 유교적 정치 이념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신라 말의 6두품 계열의 유학자들과 호족들이 고려의 정치에 직접 참여하면서 골품제의 조직 원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정치체계와 신분체계가 정립되었다. 특히 신분제적 관념이 강조되었던 신라 말의 정치 제도보다 고려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으며 관료의 행정 능력이 중시되었다.

새로운 유학적 이념은 새로운 군신관계를 요구하게 된다.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고려 초기 최승로(927~989)가 지은 문장을 꼽을 수 있겠다.

⇒ 이 문장은 <고려사>열전 최승로 대목에 길게 실려 있는 글의 서두이다. <동문선>에도 뽑아 넣은 명문이며 제목은 ‘상시무서’, 내용을 드러내서 지은 제목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시무이십팔조’ 이다. 성종 즉위 후, 그 동안 겪은 바를 토대로 하여 정치에 관한 소견을 적어 올린 글이다. 고려 초기에 유교가 국가 정치이념으로 채택되면서 신하가 임금에게 글을 올려 정치를 바로 잡도록 하는 것은 유학을 표방한 정치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절차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임금의 바른 도리를 조목조목 갖추어서 제시한 글은 최승로가 처음 지었다. 말은 지극히 공손하지만 유학의 높은 경지에 이른 문인이라면 임금의 스승일 수 있다는 확신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 잡도록 했다. 성종 앞의 다섯 임금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기는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역사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치의 득실을 논했다. 임금은 군주가 행해야 할 바른 도리를 따르고 스스로 교만하지 말고 아랫사람을 공경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런 정치의 중심에는 유학자가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왕과 그 왕에 명령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신하의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 더 나아가 임금이 도리에 따르지 않으면 신하가 내칠 수도 있는 상하가 역전되는 관계로까지 확대 해석해 볼 수 있다.

<4> 사미인곡

▪ 구성 : 춘원에서는 봄이 되어 매화가 피자 임금께 보내고 싶으나 임금의 심정 또한 어떤 것인지 의구하는 뜻을 읊었다. 하원에서는 화려한 규방을 표현해 놓고, 이런 것들도 임께서 계시지 않으니 공허함을 노래하였다. 추원에서는 맑고 서늘한 가을철을 묘사하고 그 중에서 청광(淸光)을 임금께 보내어 당쟁의 세상에 골고루 비치게 하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였다. 동원에서는 기나긴 겨울밤에 독수공방하면서 꿈에나 임을 보고자 하여도 잠들 수 없음을 표현하였다. 결사에서는 임을 그리워한 나머지 살아서는 임의 곁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여 차라리 죽어서 벌이나 나비가 되어 꽃나무에 앉았다가 향기를 묻혀 임께 옮기겠다고 읊었다.

▪ 시대적 배경 : 위화도 회군으로 정치적 실권을 장악한 이성계는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하였다. 조선의 건국은 단순한 왕조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사상 등 모든 면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새로운 양반층이 지배세력으로 형성되었고, 경제적으로는 자작농민이 증가하고 농민의 지위가 상승하였다. 사상면에서는 고려 후기에 수용된 성리학이 조선왕조에는 정치이념으로 자리잡으면서 일상생활의 규범이 되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으로 확정하였으며, 초기부터 왕권을 강화하고 지방을 8도로 행정구획을 정비하여 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세우게 되었다.

⇒ 사미인곡에서의 상하 관계는 크게 임금과 신하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변치 않는 임금에 대한 충정이 잘 나타나 있는데 대표적인 우국충정 문학 중의 하나입니다. 건국 초의 역사의식은 성리학적 대의명분을 내세워 왕조 개창을 정당화하면서 민족적 자각을 반영하고, 왕실과 국가의 위신 고양을 위하여 고려 시대 역사를 자주적 입장에서 재정리하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상황은 유교적 질서 강조와 불교의 배척이었으며 치국의 기본 원리를 성리학에서 찾았다.

<5> 박지원의 양반전

▪ 내용 : 강원도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는 학식이 높고 현명하고 정직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손님들을 초대하여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부임하는 신임군수들은 몸소 찾아가서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양반은 너무 가난하여 관가에서 내주는 환자를 타먹고 살았다. 이렇게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빚은 산더미처럼 쌓여 천석이나 되었다. 이 고을에 순찰차 들린 관찰사가 관곡을 조사하다가 천석이 빈 것을 발견하였다. 대노한 관찰사는 그 연유를 알고 당장 그 양반을 투옥하라고 했다. 군수는 양반을 투옥할 수도 그 빚을 갚도록 할 방도도 없어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안 양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기만 하고 양반의 아내는 양반의 무능을 질타하였다. 이때 이웃에 사는 천부(부자)가 그러한 소문을 듣고 양반의 신분을 동경하던 중이라 이 기회에 양반을 사서 양반노릇을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양반을 찾아가서 양반을 팔라고 한다. 양반은 기꺼이 승낙하여 천부는 관곡을 갚아준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군수가 양반을 찾아가자 양반은 상인 행세를 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군수는 군민들을 모아놓고 양반권 매매 계약서의 작성에 들어갔다. 처음에 양반이 취할 형식적인 행동거지를 하나하나 열거하자 천부는 양반이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행동의 구속만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좋은 일이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이에 군수는 두 번째 문서를 작성한다. 양반의 횡포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관직에도 나갈 수 있고, 상인들을 착취할 수도 있다고 한다. 천부는 그런 양반은 도둑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도망쳤다. 그리고 다시는 양반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 시대적 배경 : 경제적인 면에서는 농업에서 영농 기술의 개발과 경영의 합리화를 통하여 농업 생산력이 크게 증가하여 사회 변동의 토대가 마련되었고 상공업에서는 도고라고 불리는 독점적 도매 상인이 나타나곤 했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여러 면에서 근대 지향적인 움직임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붕당 정치는 세도 정치로 이어져 문제점이 들어났고 이에 따른 행정 기강과 농민에 대한 수취로 농민의 생활이 크게 어려워진다. 마침내 그 동안 의식이 향상된 농민들이 이른바 민란의 형태로 불만을 폭발시킴으로써 양반 중심의 지배 체제는 크게 흔들려 신분제도의 붕괴로 이어진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사회 변동에 다가서서 지배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 진보적인 사상으로서 실학이 연구되어 사회 개혁과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또 천주교가 전래되어 평등 사회와 개인의 존엄성을 내세우고 전통 사회의 질서와 가치 규범에 도전하였으며 민족 종교로서 동학이 창시되어 농민층을 중심으로 현실 개혁을 추구하는 사회 운동을 전개하였다.

⇒ 이 작품은 연암 박지원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로 조선 후기 양반들의 경제적 무능과 허식적인 생활 태도를 폭로하고 비판한 한문 소설이다. 작자는 신분 질서가 문란해진 조선 후기를 바탕으로 해서, 양반이라는 특권 계층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양반이 양반답지 못한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첫 번째 양반 문건에 규정된 엄격한 준수 조항은 형식과 가식에 얽매여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양반 사류의 모습을 희화화하였고, 2차로 작성된 문건은 양반들이 자행한 작폐를 보여 줌으로써 양반 사회의 비행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평민 부자는 가난한 양반의 신분을 사려고 한다. 양반 신분을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은, 조선 후기 사회 자체가 귀속 신분만이 아니라 획득 신분도 중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참고자료]

▪ 첫 번째 양반 문건

건륭 10년 9월 일

위에 명문은 양반을 팔아서 환곡을 갚은 것으로 그 값은 천석이다. 오직 이 양반은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나니, 글을 읽으면 가리켜 사라하고, 정치에 나아가면 대부가 되고, 덕이 있으면 군자이다. 무반은 서쪽에 늘어서고 문반은 동쪽에 늘어서는데, 이것이 '양반'이니 너 좋을 대로 따를 것이다. 야비한 일을 딱 끊고 옛을 본받고 뜻을 고상하게 할 것이며, 늘 노경만 되면 일어나 황에다 불을 당겨 등잔을 켜고 눈은 가만히 코끝을 보고 발꿈치를 궁둥이에 모으고 않아 동래박의를 얼음 위에 박 밀 듯 왼다. (중략)

이와 같은 모든 품행이 양반에 어긋남이 있으면, 이 증서를 가시고 관에 나와 변정할 것이다. 성주 정선 군수 화압. 좌수 별감 증서

이에 통인이 탁탁 인을 찍어 그 소리가 엄고 소리와 마주치매 북두성이 종으로, 삼성이 횡으로 찍혀졌다.

▪ 두 번째 양반 문건

"하늘이 민을 낳을 때 민을 넷으로 구분했다. 사민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사이니 이것이 곧 양반이다. (중략) 진사가 나이 서른에 처음 관직에 나가더라도 오히려 이름 있는 음관이 되고, 잘 되면 남행으로 큰 고을을 맡게 되어, 귀밑이 일산의 바람에 희어지고, 배가 요령 소리에 커지며, 방에는 기생이 귀고리로 치장하고, 뜰에 곡식으로 학을 기른다. 궁한 양반이 시골에 묻혀 있어도 무단을 하여 이웃의 소를 끌어다 먼저 자기 땅을 갈고 마을의 일꾼을 잡아다 자기 논의 김을 맨들 누가 감히 나를 괄시하랴. 너희들 코에 잿물을 들이붓고 머리끄덩을 희희 돌리고 수염을 낚아채더라도 누구 감히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6> 민담-백정의 양반행세

▪ 내용 : 한 백정이 서울에서 부자로 살았는데 이웃의 판서가 그를 경주로 보내 자기와 사촌간이라 속이고 양반행세를 하며 살게 해주었다. 이판서의 큰아들이 관직을 받고 경주로 갔다가 그 백정을 만나 당숙 대접을 하며 절까지 하였다. 그 후에 큰아들이 서울로 돌아와 동생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자 동생은 백정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경주로 내려갔다. 형은 미리 백정에게 사람을 보내 동생이 방문할 것임을 알려 주었으며, 백정은 그 동생을 정신병자로 취급하여 침을 놓고 광에 가두어 굶겼다. 동생은 견디다 못해 백정을 양반으로 인정하였으며 그 대가로 백정에게 많은 돈을 받았다.

⇒ 여기서 우선 주목되는 것은 전통적 신분만을 고집하는 구세력과 부의 성취를 통해 신분상승을 시도하는 신세력 사이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의 백정처럼, 조선후기에 들어 사회, 경제적 변화에 편승하여 적극적으로 부를 축적한 평민 혹은 천민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들은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분상승을 도모하기도 했던 바, 이 설화는 바로 그 같은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며, 상하관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잘 나타낸다.

<7> 홍염

▪ 시대적 배경 : 3 ․ 1 운동이 실패하며 민족적 좌절을 겪었으나 일제가 ‘문화 정치’로 전환함으로써 1920년대 우리 문학은 좌익 이데올로기의 등장과 본격적인 서구 문예 사조의 유입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 시대 분위기가 반영되어 이 시기 문학은 퇴폐적, 감상적 색조의 낭만주의와 이를 극복한 사실주의, 자연주의 문학이 수립된다.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서 비롯되는 여러 사회 문제가 소설의 주된 관심이 되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이 계급 사상과 관련지어 문제를 파악하는 경향 소설이 등장하게 되었다.

⇒ 1920년대 발표된 소설 중 최서해의 <홍염>은 일제 식민지 시대라는 현실이 반영되면서 지배자-피지배자의 계층구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중국 서간도의 조선인 이주민 마을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 이곳에서 사는 조선인 이주민들이 피지배자로, 그들의 비참한 삶과 저항을 보여준다. 이는 1920년대 우리 민족의 일제 식민지하 비참한 삶과 저항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난한 소작농 문 서방이 빚의 대가로 인가에게 딸 용례를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지만 그는 한낱 상하(上下) 계층구조에서 하층민(피지배자)일 뿐이다. 문 서방은 용례를 되찾아 오려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였기보단, 소극적으로 용례를 보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하는 정도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피지배자인 우리 민족의 모습을 투영한 문 서방은 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비참한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문 서방은 저항의식을 갖게 되고 인가의 집을 방화하고 인가를 도끼로 찍어 죽인 후 딸을 되찾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방화와 살인으로 저항을 한 문 서방의 대응방식은 극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수는 없다. 이는 <홍염>이 신경향파 문학으로 이 문학의 한계로도 지적된 바가 있다. <홍염>의 소설적 공간을 이루고 있는 당대 식민지 사회의 구체적 현실은 한국 농민의 빈궁화의 급속한 증가와 빈번한 노동 쟁의의 발생 그리고 계속되는 항일 운동이다. 이 시기에 일제가 선택한 통치방법이 규제를 완화해주는 ‘문화 통치’이긴 했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피지배자로서 우리 민족은 지속적인 탄압으로 비참한 삶을 살아야했고,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홍염>에서는 상하 계층 구조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계층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문 서방이 비참한 삶을 살지도 않았을 것이며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저항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8> 사하촌

▪ 시대적 배경 : 1930년대에서 일제 말 시기의 문학 활동은 기반이 확충되고 예술적 기교가 발달하였고, 작품이 발표될 수 있는 지면확대로 활발한 문학 활동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다양한 문학 양식이 선을 보였으며, 브나로드 운동의 영향으로 계몽 문학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말기에는 일제의 광적인 탄압으로 문학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 시기에는 소설 소재의 다면화가 이루어져 농촌 소설이 등장, 확산되었다. 이 농촌소설의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계몽적 성격을 띤 농촌 계몽 소설, 향토색 짙은 농촌의 삶과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한 향토적 농촌 소설, 일제 강점하의 농촌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드러낸 현실 비판적 농촌 소설이 그것이다.

⇒ 현실 비판적 농촌 소설에서도 김정한의 <사하촌>은 부조리한 농촌 현실을 고발하고 농민들의 저항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소설에서 보광사 땅을 소작하며 고통 받는 보광리, 성동리 농민들은 일제 치하에서 고통 받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다. 성동리 농민들을 학대, 착취하는 지주계층은 우리 민족을 탄압하는 일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하촌>에서는 고통 받는 보광리, 성동리 주민들 전체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또, 농민을 착취하는 지배계층은 보광사 중들뿐만 아니라 친일세력도 더해진다. 이 점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일제 말기 사찰들이 민족 현실과 등을 진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결국 <사하촌>에서는 우리 민족을 탄압하는 일제 세력뿐만 아니라 당시 친일 세력이 되어 농민들을 착취하는 지주계층까지 지배자 계층에 속하게 된다. 온갖 착취를 당하던 주민들은 결국 곡식까지 차압당하게 되고,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세를 탄원해 보려고 행렬을 지어 보광사로 떠난다. 일제 수탈의 앞잡이인 순사, 군청 주가, 농사 조합 평의원, 보광사 중들로 이루어진 지주 계층과 이들의 횡포에 당하기만 하다가 드디어는 생존의 명백한 방식으로 저항을 택하는 소작인들의 대립은 당시 일제 식민지 시대의 현실상과 농촌의 소작 제도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농민 다수를 주동 인물로 설정함으로 농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암시해주며 결말의 내용을 끝내지 않고 그들의 저항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결말지음으로 피지배계층인 우리 민족에게 저항의 메시지를 비추고 있다.

Ⅲ. 결론

지금까지 우리 문학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상하 관계를 찾아 그것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여기서 분석해낸 작품을 시대별로 나누어 보니 상하관계가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사이클을 지닌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국시대 때 엄격하고 폐쇠적인 상하 질서가 고려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소 유연하고 개방적인 구조로 바뀌었다가 조선전기 때 개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리학적 상하질서로 변모하편서 다시 경직된 상하관계를 보인다. 그리고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조선후기로 넘어가자 신분적 상하질서의 부조리가 드러나면서 계층이 역전되는 현상도 보일 정도로 상하관계가 재편성되고 다시 일제로 넘어가면서 지배-피지배의 암울한 상하관계를 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