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소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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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에서 두드러지게 활기를 보인 장르는 환상소설이다. 출판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상소설에 대한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 환상소설은 무엇인가?

환상소설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즉 우리가 아는 현실 속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의 분위기가 환상적이더라도 이야기가 현실적이라면 그것은 환상소설이 아니다.

환상소설이 들려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작품의 무대가 현실 세상이면 환상소설은 이 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째, 환상소설 작품의 무대가 현실 세상이 아니면 그 다른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세상을 무대로 삼는 이----야기가 비록 조건들에 따라 가능하고 논리적이라 하더라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남는다.

󰡒¹⁾영국의 작가 존 로널드 루----얼 돌킨의 작품인 ‘반지들의 임금(The Lord of the Rings)’은 출간 이후 세계 판타지 소설의 바이블․고전으로 평가받을 받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²⁾이 작품은 20세기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크게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져 큰 흥행을 거두었다. 이 영화가 바로 ‘반지의 제왕’ 이다.󰡓

이 작품의 무대는 ‘중간지---구’인데, 그것은 상상적 세계로 이 세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곳에는 사람들도 살고 있지만 중심적 존재는 ‘호빗’이라고 불리는 작은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적 힘은 마법이다. 그래서 반지들의 임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나름대로 논리적이지만, 그것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다.

2. 환상소설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어디까지 인가?

환상소설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므로 생각하는 것보다 영역이 넓고 모습이 다양하다. 그러므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고, 그 말이 가리키는 영역도 정의하는 것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소설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³⁾하나는 우리가 아는 실재를 충실히 반영하는 모사소설 또는 현실소설이니, 그것은 이른바 주류소설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당장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환상소설이다.󰡓

󰡒⁴⁾환상소설은 다시 ‘과학소설’과 ‘협의의 환상소설’로 나뉜다.󰡓 과학소설은 비현실적이지만 자연적이지만 협의의 환상소설은 비현실적이면서 초자연적이다.

환상소설이 협의의 환상소설을 가리키는 것이 현재 널리 인정된 관행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환상소설은 협의의 환상소설보다 훨씬 좁은 영역이다.

협의의 환상소설은 하위 장르들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다. 그것들 가운데 하나는 장르 환상소설이다. 󰡒⁵⁾장르 환상소설은 흔히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무대로 삼아, 전통적 배역들인 감춰진 왕, 미운 오리 새끼, 난쟁이, 엘프, 용 따위 존재들이 등장하는 작품들로 그것들을 보면, 사람들은 이내 환상소설로 인식한다.󰡓

환상소설의 영역을 좁혀 쓰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굳어진 관행이므로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환상소설에 대해 논하려면 환상소설은 협의의 환상소설으로 뜻하게 하고 장르 환상소설은 그 이름으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3. 과학소설과 환상소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과학소설에 나오는 상황은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이야기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지구를 정복하는 외계인이나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이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다.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고 광활한 우주 공간을 여행할 수 있는 우주선도 아예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과학 소설은 비현실적이지만 자연적인 설명이나 예측이 가능한 일들을 다룬다. 반면에 ‘반지들의 임금’과 같은 환상 소설 작품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이다.

4. 환상소설과 과학소설의 경계는 어떠한가?

실제로 환상소설과 과학소설 사이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특히 󰡒⁶⁾‘대체역사’와 시간 여행 소설에서 이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체 역사는 과거의 어떤 사건이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전개됐다는 가정 아래 씌어진 작품들을 가리킨다. 󰡓

시간 여행은 현재의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과학소설의 작품들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가정 아래 씌어졌다.

󰡒⁷⁾많은 환상소설 작품들이 과학 소설 계에 의해 과학소설 작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반지의 임금’과 같은 작품들은 과학 소설 작가들과 독자들에 의해 과학소설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부분의 과학소설 작가들이 환상소설 작품들도 써왔다는 사정은 이런 애매한 관행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흐릿한 환상소설의 경계를 더욱 불확실한 상황으로 이끌었다.

그런 애매함을 좀 덜어내기 위해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준이 쓰이기도 한다. 이상한 사건이나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뚜렷하면 과학소설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환상소설로 보는 것이 타당한 얘기다.

그래도 환상소설의 경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래서 󰡒⁸⁾미국 비평가 브라이언 애트버리(1957～)는 환상소설을 ‘퍼지 집합 fuzzy set'이라고 본다. 경계에 의해서 또렷하게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중심적 예들에 의해서 느슨하게 정의되는 문학 장르란 애기다.󰡓

󰡒⁹⁾불가리아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약해 온 비평가 츠베탕 토도로프는 ‘fantastic'이란 말에 훨씬 많은 제약된 뜻을 부여했다. 그는 ’fantastic'이란 말을 자연적 설명이나 초자연적 설명이 함께 가능한 작품들을 가리키는데 썼다. 󰡓

환상적 이야기들은 자연적 설명이 분명히 어울리는 사건들을 다룬 이상한 이야기들과 초자연적 설명이 어울리는 사건들을 다룬 놀라운 이야기들 사이에 자리잡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환상소설의 정의나 경계를 밝히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환상소설에서 놀라운 이야기들은 설명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주제이다.

5. 환상소설의 전망은 어떠한가?

몇 해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환상소설은 큰 활력을 보여 왔다. 많은 작가들이 나와서 다양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으며, 독자들의 반응도 좋다. 이전에 나왔다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들까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환상소설이 당분간 출판계의 든든한 기둥 노릇을 하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환상소설의 이러한 융성은 우리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환상소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모든 나라들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환상소설의 영역이 넓고 다양하므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환상소설의 앞날이 밝은 것은 분명하다. 󰡒¹⁰⁾산업 혁명 뒤로 크게 발전한 오락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락 산업의 발전은 ‘환상적 이야기’에 대한 수요의 증가를 뜻한다.󰡓

환상소설은 책, 뮤지컬, 소설, 영화, 만화 등에서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다. 이것은 문학 작품으로서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점점 많이 쓰여질 것이다. 이처럼 환상소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만족하게 채워줄 유능한 작가들이 있는 한 환상소설은 활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