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룡관 씨는 1월 24일 오후 2시 13분 메일로 «최룡관의 <순수시독선론에 부치는 생각>에 대한 雅?raquo;이란 글을 나에게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부탁과 인사의 말을 곁드렸다.

조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회장님의 쓴 글을 보았습니다
저의 답복을 보냅니다
연변문학에 보내니까 채용하지 못한답니다
추진회 홈페지에 내주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 최룡관

나는 최룡관씨의 부탁에 따라 그의 글을 우리 추진회 홈페이지에 올림과 더불어 그의 글에 다음과 같은 몇가지 생각만 간추려 부쳐본다.

1. 최룡관씨는 «최룡관의 <순수시독선론>에 부치는 생각에 대한 답복»( 아래서는 «답복»으로 략칭함)에서 «정치는 때리면 죽지만 문학은 때리면 살아난다고 믿는 나다. 그들이 나를 살아나게 하느라고 그러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의 지명도를 올리는데 큰 공로를 세운 분들이라고 감격하고 있다»라고 썼다. 내가 쓴 최룡관 씨 «순수시독선론»에 대한 글은 최룡관 씨를 때려 죽이려고 쓴 것이 아니다. 최룡관씨가 몇 년래 지속적으로 글과 좌담회를 빌어 «순수시독선론»을 펴내니 그것에 대한 나의 일가견을 피력하기 싶어 학술쟁명의 견지에서 쓴 글이다. 김관웅 박사, 김학송 시인, 리상각 시인 그리고 나의 글이 최룡관씨 를 얼마나 «살아나게»했는지를 알 수 없으며 그의 «지명도»를 얼마나 올려 주었는지에 한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최룡관 씨가 나에게 «큰 공로를 세운 분» 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공로패»를 달아주니 그저 송구스럽기만 하고 께름직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다만 최룡관 씨가 정상적인 문학쟁명을 ≪때린다≫고만 생각하는 그런 사고방식이 진부하고 고루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지적할 따름이다.

2. 최룡관 씨는 <<답복>>에서 <<사실 현대시를 하면 안되오 하는 말씀이 조선생이 쓰신 글의 주제>>라고 하였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최룡관 씨의 독해(讀解)력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이 갈 정도이다. 나는 지난 세기 80년대부터 많은 글을 통해 서구의 현대시를 참조계로 삼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 조선족 시문학을 발전시킬 것을 주장하여 왔다. 그리고 최룡관 씨<<순수시독선론>>에 대한 이번 글에서도 현대시, <<순수시>>를 무턱대고 일괄적으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가 리해하는 이른바 <<순수시>>만 시이고 이른바 «순수시»가 아닌 시 이를테면 «참여시»를 부정하는 최룡관씨의 그런 아집, 그런 독선에 한해서 상반되는 립장을 표명했을 따름이다. 최룡관씨가 선호하는 이른바 초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순수시»만 피여나는 일화독방(一花獨放)의 일화원(一花園)으로 만들지 말고 시창작에서도 여러 가지 류파들의 시가 상생 공존하는 백화만발을 제창해야 한다는 일가견을 밝혔을 따름이다. 최룡관 씨가 초시대적, 초현실적, 초민족적인 영원불변한 것을 다룬 «순수시» 또는 난삽하고 폭력적인 언어조합에 의한 «이미지시»를 쓰거나 초현실주의 리론을 탐구하는 것은 그의 «자유»임을 재차 강조한다. 하지만 그 쪽으로만 젋은 유망주 시인들을 오도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희망사항이다. 최룡관 씨는 몇달전에만 해도 5편에 달하는 글을 써서 이른바 ≪제2차 시혁명≫을 진행할 것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시학관에 맞지 않는 시인들은 장애물로 치부하기까지 했으면서도 내가 자기의 시학관에 대해 좀 부동한 의견을 제기하는데 대해서는 심기가 몹시 불편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반론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한 정당한 작가의 권리라는 것을 잘 알아야야 한다. ≪원님은 산에 불을 놓아도 괜찮고 백성은 제 집에서 등잔불을 밝혀도 안된다≫는 식의 문학전제주의는 오늘의 창명한 문단에는 통하지 않음을 잘 알아야 할것이다.

3. 최룡관 씨는 «답복»에서 «저의 시를 례를 들면서 이러쿵저러쿵 하시는데 몇 해 전에는 저도 이데올로기 시를 썼으며 지금도 혹 쓰고 있다. 자가당착이라고 사처에서 비난을 퍼붓는데 시의 관념과 관점은 부단히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력설하였다. 한 시인이 자기의 시창작 생애에서 시대, 자기의 창작실천과 경험, 해당시기의 문학조류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시관념과 관점을 부단히 반성, 수정, 갱신, 변화시키는 것은 나무람할 바가 못 된다. 고금중외의 많은 시인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하지만 동일한 시간대에서 오늘은 이렇게 주장하고 래일은 저렇게 말하는, 다시 말하면 자기의 미학주장이 상대적인 온정성이 없이 무시로 변덕을 부리는것은 자가당착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06년 중순에 «순수시»만 시이지 «참여시»는 시가 아니며 «소위 참여시라는 것은 시가 어떤 공구로 되는 일이며 시인은 공구의 멍에를 쓰는 일입니다»라고 열변을 토하다가 올해 1월에 쓴 «답복»에 와서는 급전환하여 «저도 이데올로기 시를 썼으며 지금도 혹시 쓰고 있다»하는 것이 자가당착이 아니고 무엇인가? «참여시»를 거부하면서도 때로는 «참여시»를 쓰겠다는 말이 자가당착, 이중마스크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니면 그 어떤 방어진을 치는 것인지… 외람된 말씀이지만 최룡관 씨가 자기의 시적주장을 질서정연하게 좀더 가다듬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비이데올로기 시, 유미주의 시를 를 쓰겠다는 그 주장 자체도 일종 이데올로기임을 최룡관 씨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유미주의나 초현실주의를 견지할려면 좀 시종여일하게, 흔들림없이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학철 선생은 가장 참여적이고 정치적성향이 강한 문학을 했었다. 바른 말을 좀 할 것 같으면 김학철 옹의 문학관은 최룡관씨의 유미주의, 초현실주의시학관과는 10만 8천리도 더 멀다. 그런데 최룡관 씨가 김학철 옹을 칭송하는 시를 쓴것을 보고는 나는 솔직히 말해서 저 분이 머리가 돌지 않았는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4. 최룡관씨는 «답복»에서 «조선생님은 김학철을 정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는데 이 지론은 내가 쓴 조선족문단유사중의 «두 정상설이여 굿바이!»에 대한 한심한 곡해라고 느껴진다. 최룡관 씨가 나의 졸작을 읽어보고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뜬 소문을 듣고 망언을 하는지 가늠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 글은 주요하게 한 시기의 두 정상설에 대한 나의 일가견을 피력한 글로서 최룡관 씨가 이에 반대되는 생각을 제기한 것에는 학술쟁론에 속하기에 학술적으로 쟁론하면 되지만 사실을 외곡하는데 한해서는 직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두 정상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김학철 옹은 확실히 해방 후 특히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조선족문학에서 소설과 수필 두 분야에서는 정상이라고 해서 반발을 할 사람은 별로 없는 줄 안다»고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하지만 최룡관 씨는 고양이가 눈감고 아옹하는 식으로 «조선생님은 김학철을 정상이 아니라고 하»였다고 나에게 «김학철 정상 부정론»의 감투를 억지로 씌우는데 정말 «소 웃다 꾸러기 터질 일이다». 최룡관 씨가 그 어떤 용의가 있어서 이런 작간을 벌려 나를 깨끗하지 못한 사람 쪽으로 밀어 부치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나는 김학철선생을 존경한다. 나는 80년대 말부터 일찍 우리 조선족문학의 거장 김학철선생을 긍정하는 론문을 국내외에 발표하였고 내가 주필이 되여 론문집 «김학철론»을 출판하였고 한국에도 론문을 통해 김학철 문학을 홍보하였고 지금 쓰고 있는 조선족문단유사에서도 김학철선생을 문학거장의 시각에서 다루었거나 다루고있다는 것을 최룡관 씨에게 알리는 바이다.

5. 최룡관씨는 «답복»에서 «김소월의 시 <진달래>를 졸작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못을 받는데 이는 쏟아진 물을 다시 담으려하는 것처럼 미련한 일이다. 최룡관씨의 이 말은 2006년 6월 13일 연변작가협회 2층 회의실에서 연변시인협회가 주최한 시토론회(50여명 참석)에서 회의실 동쪽켠 앞줄에 앉아 발언한 내용중의 한 대목이다. 그가 이런 지론을 펼 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참석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회의에서 연변대학 우상렬교수는 자기의 발언을 통해 최룡관씨의 상기한 주장에 반기를 들었으며 나중에는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도 최룡관씨의 이 론조를 반박하였다. 이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단말인가? 최룡관 씨의 발언을 많은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에 증인이 한 두사람이 아니다. 나를 «날조자»로 밀어 부치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인가. 정 필요하다면 아마도 이 늙은 육신을 끌고다니면서 상술한 당시 발언자들과 회의참가들로부터 증언을 받아오는 수밖에 없다.

6. 최룡관 씨는 «답복»에서 «내 기억에는 조선생이 시를 발표한적이 없다. 시를 쓰지 않으면서 또 쓰지도 못하면서 시 쓰는 순간의 상상과 시인의 심리를 안다는것은 또 다른 <아집>이며 그 시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것은 되지만 이것은 안 되오 저것도 안 되오 하는것은 좀은 삼가하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나를 <<무지막지한 인간>>으로 취급하였다. 최룡관 씨가 지적하다싶이 나는 «시를 발표한적이 없»으며 «시를 쓰지 않으면서 또 쓰지도 못»한다. 하지만 시평론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시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나의 시 공부가 최룡관 씨보다 못할 수 있어도 어떻게 안하무인격으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할수 있단말인가. 최룡관 씨처럼 시도 쓰고 최근에 와서는 현대시에 대한 평론까지 발표하는 그런 «재간»이 «부럽기»만 하다. 그런 «재간»을 타고나지 못한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에 대한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한 최룡관씨가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최룡관 씨처럼 되기에는 어렵고 또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시에 아무리 «무지막지»하다고 해서 «이것도 안되오 저것도 안되오»라고 독선을 부린 적은 없다. 또 시를 쓸줄 모른다고 해서 시평을 하는 사람이 시인의 상상과 시인의 심리를 그려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를 못쓴다고 시를 품평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도 식객들이 료리를 만들줄 모른다고 료리맛을 론할 수 없다고 못 박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언어도단이다.

7. 거듭 말씀 드리지만 나는 «순수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시독선론»에 반기를 들며 시단에 «참여시»를 포함한 백화가 만발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 좀 멀리 내다보자. 하늘은 넓고 높고 눈앞의 모아산이 낮다는 것을 알자»라는 최룡관씨의 호소에 따르지 못하고 낮은 모아산 기슭에서 얼빠진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용서를 바란다.

2007.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