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작성이나 그밖의 글쓰기를 대다수 학생들은 억지로 해야 하는 고역으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자신의 글이 타인에 의해 학점이나 성적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과 불안에 시달릴 수 있고, 글을 쓰고 난 뒤에도 자신이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평가 결과에 따라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부닥치는 문제들을 자기도 모르게 회피하면서, 점점 더 자신의 글쓰기 경험과 습관에만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코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습니다.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어떤 화제에 대해서도 결코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타성으로 굳어지기 쉬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학생의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매일 적어도 몇 줄씩 자기 생각을 글로 써보자]
이를테면 교수님의 강의에서 인상적인 대목, 중요한 사회적 쟁점에 관한 언론 보도, 독서나 대화에서 얻은 단상 등을 그때그때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자신의 생각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면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고쳐가면서 새로워진 인식을 좀더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잘못 쓰고 있지 않은가 하는 불안감을 떨치자]
대학에서 새롭게 접하는 문제들과 토론 내용 가운데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쟁점이 되는 문제일수록 더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말고 자신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쉬운 부분부터 쓰기 시작하자]
글쓰기 불안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문제에 대하여 자신 있게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가능하면 주제의 범위를 더 좁히고 글에서 제시하려는 결론 역시 한두 가지로 압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서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먼저 써내려 갑니다. 그러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이고 더 조사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날 것이며, 단계적으로 글을 완성해갈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을 분석해 보는 습관을 들이자]
공부를 하다 보면 중요한 통찰을 얻고 감동을 받은 글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글에 대해서는 글쓴이가 어떤 생각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가를 분석해보고, 논지의 전개과정을 개요의 형태로 작성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몇 번만 그런 연습을 해보면 자신이 글을 쓸 때도 일정한 틀을 염두에 두면서 글을 써나갈 수 있으며, 글쓰기의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가상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자]
글쓰기는 언제나 독자와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내 머리 속으로 생각을 짜내려고 할 때는 오히려 개방적인 사고가 힘들어지면서 글쓰기가 막다른 골목에 가로막힐 우려가 큽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글을 구상하고 써나가는 과정에서 가상의 독자가 나의 글이나 표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떠올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글의 주제에 관해 친구에게 미리 이야기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로 써야 할 내용을 말로 하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글의 소재와 주제, 또 글의 전개과정에서 담아야 할 내용들을 글쓰기 전에 가까운 친구에게 미리 이야기해보면 자신의 생각이 한결 가다듬어지고 애매하거나 막연했던 문제가 좀더 명료하게 정리될 수 있으며,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배우자]
비단 글쓰기 뿐만 아니라 학습의 많은 부분은 구체적 경험을 통해 전수되고 획득됩니다. 이를테면 훌륭한 강의를 들었을 때 공부의 길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구나 선배들의 글쓰기 경험담을 들어보고 자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돌이켜보면서 고쳐갈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규범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써 보자]
누구나 인정하듯이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들어맞는 글쓰기의 왕도는 따로 없습니다. 리포트나 논문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켰다면 나의 글에서 특히 부각되어야 할 요건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스스로 글쓰기의 규범을 변형시키거나 새롭게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초고가 완성되면 자기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 보자]
아무리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더라도 글쓰기의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거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동일한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가 쓴 글을 다시 (가능하면 소리를 내어) 읽어보면 더욱 설득력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개척하고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읽혀보자]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병은 소문을 내야 고칠 수 있듯이 글쓰기 역시 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 보이고 조언을 구할 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만 동의와 설득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읽히고 함께 토론할 때 비로소 나의 생각은 객관화되고 그 타당성이 검증될 수 있습니다.
[글의 소재나 주제가 자신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어느 정도 글쓰기의 장애를 극복하고"모범 답안"에 가까운 글쓰기 단계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글쓰기 자체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글쓰기의 과정에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한 치열한 탐색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숨겨진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소재에 대해 글을 쓰더라도 늘 자기 자신과의 관련성을 되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을 쓰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씩 스스로 따져보자]
글쓰기의 과정은 자기 분석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내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기초조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은 아닌지, 글의 서두에서부터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우리말 문장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나의 글쓰기를 가로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분석해 ?만? 자가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면 이미 절반의 해답은 얻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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