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슬 - 강만 비 온 뒤 요정들은 순결한 풀잎 끝에 내려와 저문 어둠으로 가득한 그대 몸 속에 불을 밝힌다. 불 하나 밝힐 때마다 어둠이 하나씩 무너져 슬픈 물소리 낮게 멀어진 후에는 초롱 초롱 몸 속 가득 불을 밝히고 옷깃 흠뻑 불빛에 젖어 그대는 비로소 잊혀지지 않는 미운 이름 하나를 지운다 세상 어느 먼 곳에서 햇살 눈부시게 다시 와 비 개인 풀밭에는 빛 속으로 날아오르는 요정들의 날개 소리 곱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