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축수연을 맞은 "복할머니" 최국화

11월 8일, 무순시경제개발구리석채조선족진 리석채촌의 최국화할머니는 자식들과 손군들의 축복속에서 행복하게 80세 축수연을 맞이하였다.

이날 축수연에는 약 한달전 60년만에 다시 찾은 의자매인 김명순(80)씨가 자리를 함께해 재회의 기쁨을 더했다.

최국화할머니는 리석채촌에서 "복할매"로 통한다. 평생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 한마디, 해가 되는 말 한마디 해본적 없고 항상 온화한 성품에 조용한 목소리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슬하의 6남매를 모두 훌륭하고 효성스러운 자식으로 성장시켰다는것, 이것이 할머니에 대한 진심어린 평가이다.

"왈(曰)"자를 돌림자로 쓰고있는 6남매 모두 부모에게 효성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돈독하여 주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업에서도 각자 나름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있다. 30명 남아되는 손군들도 부모들로부터 효를 배우고 본받아 할머니에게 극성스러울 지경이다.

"남들은 하나를 둔 자식도 속을 수없이 썩이는데 할머니는 여섯 남매가 모두 극진하니 정말 복받았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할 때마다 할머니가 하는 말은 "방아간 겨를 쳐 싸래기를 받아서 키운 자식들"이라는 단 한마디뿐이다. 그때 세월엔 거의 모두 갖은 고생을 했겠지만 할머니의 이왕지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눈물겹다. 어린 6남매의 해진 옷을 깁는데도 밤을 밝힐 정도였다고 한다. 어려웠던 그 세월을 든든한 남편이 있었기에, 그리고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자식들이 있었기에 견뎌낼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이 이 가정을 지켜내는데 일등공신이라고 공을 돌렸다. 형제간에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세상을 당당하게, 용기있게 살도록 자식들을 이끌었다고 부언했다.

할머니에게 하루와 같이 웃을 일만 있은것은 아니였다. 자식들의 어려움이 곧 그의 슬픔이였고 아픔이였다. 현재 심양에서 합자기업을 운영하고있는 맏이지만 수년전에 현지에서 양말공장을 운영하다 집도 재산도 모두 날렸을 때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부모에 대한 효성으로 린근에 소문이 자자한 첫째네 부부를 그때 타지로 떠나보내는 그의 마음은 이루 형언할수 없었다.

그때로부터 셋째아들 김왈세네서 살게 된 할머니는 드물게 자식자랑을 했다. 리석채에 살면서 심양에서 회명상무유한회사를 운영하고있는 셋째는 말수가 적고 의협심도 강해 가족의 중심역할을 감당하고있다. 일찍 집도없이 결혼한 넷째네를 들여 함께 살기도 했다. 그만큼 셋째며느리가 무던하다고 칭찬했다. 지금도 형제네 가족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찾아들지만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는 후한 며느리다. 이들 형제간의 우애는 이뿐만이 아니였다. 2003년 리석채개발구에서 조선족백화상점을 운영하던 둘째 왈흥씨가 페암오진으로 수술대에 올랐을 때 경제사정을 헤아린 막내 왈선이가 전부의 비용을 충당했고 얼마후 독일로 류학가게 된 그딸의 독일류학비용도 막내가 책임졌다.

현재 무순과 심양에서 한제원불고기체인점을 운영하고있는 막내 왈선씨의 소원은 어머니를 모시는것인데 쉽지 않다고. 리석채에 친구와 지인들이 있는 어머니가 다른 곳에 가서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오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날 축수연에는 당연히 동네 어르신들을 모셨다. 특히 60년만에 다시 찾은 의자매 언니 김명순할머니도 높이 모셨다.

자식들의 노력으로 다시 만난 두 의자매는 이왕지사가 새롭기만 했다. 1940년대 초, 무순시에서 20세의 나이에 결혼한 최국화는 집도 직업도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부모들사이에 친형제처럼 지냈던 김명순의 부모가 그들을 무순현 상장당에 있는 집으로 불렀다. 그렇게 최국화는 아버지 친구분댁에서 신접살림을 하게 되였다. 그때 김명순을 처음 만났는데 나이도 같고 가정에서 모두 무남독녀 외동딸들이여서 서로 의가 통했던 그들은 얼마후 자매관계를 맺고 증표로 왼손 팔목에 두점의 먹물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반년후 도시의 계획배치에 따라 리석채로 이주한 최국화네 부부는 어린 나이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련속 2차나 조선행을 하다보니 결국 의자매사이에는 련락이 두절되고 만다. 그것이 장장 60년의 세월이 흘러지나갔다. 한달전 자식들의 노력으로 다시 만난 두 로인은 지난 세월의 편린들을 회억하면서 다시 잡은 손을 놓지 말고 끝까지 같이하자고 굳게 약속했다. 차경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