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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t : 283 date : 2009-09-13 22: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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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드 무비를, 올드 팝을 아주 좋아한다.
21세기에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절대적이며 풍요가 넘치는 낭만스러운
감성을 송두리째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쉬 접할 수 없지만, 기회가 닿으면 꼭 찾아보곤 한다.
이번에는 캐서린 헵번의 영화 <여정>을 소개할까 한다.
원제는 'summertime'이고 주제곡은 'summertime in venice'이다.
일본에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화명이 <여정>으로 바뀌었고 우리나라
에서 그대로 쓰였다. 이런 예는 사실 꽤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제목을 보고 감을 좀 잡았겠지만,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배경이 되는
영화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해서인지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감정이입이
바로 되는 것 같다. 미국의 중년 여성인 제인이 베네치아로 여행을 온다.
베네치아의 그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매순간 찾아오는 공허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던 중, 산타루치아 광장에서 첫만남을 가지게 되는 중년의 남성 레나토.
두사람은 우연처럼 다시 만나게되고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지만 레나토가 유부남인 걸 알고 제인은 그를 거부한다.
별거중이라는 레나토는 계속 그녀와 사랑을 나누기를 바라지만 결국 그를
떠날 결심을 하고 베네치아를 떠나는 기차를 탄다. 뒤늦게 기차에 나온
레나토는 떠나는 제인을 보며 하얀 치자꽃을 흔들고 제인도 몸을 길게
빼고 작아져가는 레나토를 보고 연신 손을 흔든다.
그때 흘러나오던 카니 플랜시스의 주제곡을 따라 내 마음도 흘러갔지.
주연을 맡은 로사노 브라지의 감미로운 노래도 좋다. 계속 듣게 된다.
아... 난 엔딩씬에서 두사람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어찌나 눈물이 나오던지.
캐서린 헵번의 그 애절한 표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주로 개성있고 강한
여자역을 맡았던 캐서린 헵번이 이 영화에서는 중년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너무나 기가막히게 표현해냈다. 그녀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어찌나 공감을
이끌어내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던지.
다른 곳도 아니고 베네치아라면 충분히 가능할 법한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멋진 레나토의 그윽한 눈빛,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나조차도 사랑에 빠질 것 같더라.
게다가 나를 비롯한 여자들은 한번쯤 펜션 여주인의 말처럼 구경이나 쇼핑도
중요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여행 속에서 마술같은 기적을 원한다.
정녕 베니스제 유리그릇만 갖고 집에 돌아갈 건 가요? 레나토의 말이다.
떠났으면 돌아갈 때가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여행을 왔으니까 머리가 아닌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도 괜찮을 거다. 그런 사랑의 기억이 삶을 지탱해줄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거부하기에 베네치아는 정말이지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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