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거창한 감동을 기대한 다음, 보고나선 부족한 감동에 엉성한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를 '죽은 시인의 사회'와 페미니즘 영화에 비교하였기 때문인데,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책상 위에 올라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이야 말로 지극히 극적인 설정 아니었을까.
'모나리자 스마일'은 1950년대 페미니즘이 움트려 하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는,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현모양처 양성이 목표인 미국 동부의 명문 웰슬리 대학에 부임한 캐서린.
여학생들이 '그들의 아내가 아닌 미래의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랬지만, 새로운 깨달음과 현실과의 갭,
그리고 학교에서 강요하는 원칙 등으로 인해 결국 재직을 포기하고 학교를 떠난다.

변화를 포기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더 큰 변화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학생들에게 1여년간 미친 영향력은 그리 파격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았지만, 학생들의 마음 속에 씨앗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학교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베티에게 이런 메세지를 남긴다.
I came to Wellesley because I wanted to make a difference.
But to change for others... is to lie to yourself.
(난 변화를 위해 웰슬리에 왔었다.하지만 남을 위한 변화는..자신에겐 거짓말이 되는거다.)

진정한 자유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얻고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때, 남들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학생 중 한명인 베티는 걸작그림 '모나리자'를 체면을 중시하는 엄마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겉으로 웃고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며 자신의 인생을 살것임을
암시한다.

모든 갈등을 갑자기 한방에 풀어버린 결말이 조금 허무한데, 특히 캐서린에게 제일 적대감을 보였던
베티의 경우, 다른 어떤 학생보다 학교를 떠나는 그녀를 열심히 배웅한 점에는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여자이기 때문에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모나리자 스마일'은 괜찮은 영화였다. 큰 감동은 없어도, 드라마틱 하진 않아도, 지극히 소박
하고 담백한, 그리고 어둠 속에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을 살짝 던져놓고 사라지는 그런 영화.

플러스를 하자면 시대에 맞춰 스윙과 락큰롤이 흐르는 배경음악과 '낭만'으로 집약되는 당시의 패션과
스타일이다. 미국의 50,60년대는 뭐랄까, 그런 점에서 나를 매혹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