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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t : 161 date : 2003-11-07 22:14: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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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of Leslie after th love has gone...
내 기억의 어느 부분에 저장돼 있던 영화의 한 장면, 그 유명한 전화부스 씬이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의 스타사진 코너를 장식했던 홍콩 배우들 주윤발, 알란 탐, 유덕화 그리고 장국영…
'홍콩 남자들은 어~쩜 저렇게 다들 만화같이 생겼냐(홍금보, 성룡 제외)' 하는 감탄을 자아내던 그들이다. 폼생폼사, 그들이라면 성냥깨비를 씹어대도, 구멍난 옷을 입어도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 빠져든 홍콩 느와르('느와르'가 불어로 '검은색'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홍콩영화 덕택이다)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과 의리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비장함이 있었다.
열혈남아, 영웅본색, 아비정전, 첩혈쌍웅… 왜 모든 영화제목이 네 글자일까… 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던 홍콩영화. 그 중에서도 빛나는 스타였던 장국영의 투신자살로 한바탕 회오리가 지나간 듯 하다.
당시 배우 겸 가수이기도 했던 그가 내한했을 때 TV에서 보여주던 콘서트 실황 장면이 떠오른다. 거의 '율동' 수준이던 귀여운 춤동작과 양파향 가득한 발음 '쌈쓰이 쌈쓰이 타우웨이무 유나티 워~~~ 쌈쓰이민…'. 한글로 소리나는 대로 적어 외워 부르던 그의 노래 가사를 10년도 훨씬 넘은 지금도 끄집어낼 수 있다니 장국영을 참 많이 좋아했었나 보다.
솔직히 당시 그의 노래는 좀 유치(?)했지만 '예술' 수준인 그의 용모 덕분에 모든 것이 용서됐었다. 그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가 쓸쓸해 하는 이유는 아마도, 되돌아 갈 수 없는 유년시절의 행복했던 기억 속에 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로 마흔 여섯이라는 부고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 것도 그는 언제까지고 20대이고 내 마음 속 영화의 주인공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는 17년간 같이 지내온 애인과 새로 알게 된 청년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 죄책감으로 자살했다고 한다. 외로운 성장과정에 기인한 극심한 우울증도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거라고 한다.
가슴 떨리는 연애감정이 다시 찾아왔을 때, 오랜 동안 함께 해왔던 자신과 연인 사이에 그런 감정이 끼어 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하지는 않았을까. 문득, 그가 몸을 던져가면서까지 떨쳐버리고 싶었던 것은 '소멸에 대한 공포감'이었을 거라고 추측해 본다. 사랑이란 감정, 온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가슴 터질듯하고 날아오를 듯한 감정이 지나가 버린다는 것.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인생의 기본명제, 그 무상함을 받아들이기에 그는 너무나 예민하고 연약했던 것일지도… 'I walk along the street of sorrow…'로 시작되는 'Boulevard of Broken Dreams'의 허스키하고 지친 듯한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봄이다. 우울증 환자는 찬란한 봄이 되면 자살충동을 더 느낀다고 한다. 아예 황량한 겨울이면 자기 마음의 풍경과 눈에 보이는 풍경이 비슷해서 그냥 저냥 견디다가 갑자기 꽃내음 진동하는 빛나는 봄날이 되어 사람들이 밝게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 자신과 세계와의 괴리감을 극명하게 느끼기 때문에 더욱 충동적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고 한다.
2003년 봄, 지는 꽃잎처럼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추락 직전 그가 느꼈을 아득함을 가늠해본다. 얼마나 고독하고 피곤했을까. 하늘에서는 부디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사랑으로 행복하기를…
글|오영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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