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극장을 찾았다. 그다지 보고픈 영화가 없었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주로 외국영화만을 보고 있는터라... 극장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부천영화제는 무척 가고 싶었지만, 거리의 압박으로 인해... 매년 아쉽다니깐... -,.-

칸영화제에서 미리 소개되어 평단의 반응이 좋았고 '살인의 추억'이후 만나는 봉감독의
영화라 개봉이 기다려진 영화인 <괴물>을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개봉일에 맞춰 보았다.

초반부터 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입이 딱 벌어지더라. 괴물... 진짜 실감난다.
헐리우드의 영화와 달리 괴물과 맞서는 인간이란, 그야말로 소시민 가족 네사람이고
한국의 현실에 맞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여기저기 공무원이나 경찰, 정부의 무능력을 꼬집는 듯한 비판의식도 돋보이고...
뇌물을 바라는 공무원과 시민의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찰과 없는 바이러스를
기어이 찾아낸다고 그렇찮아도 좀 얼빵한 사람을 아주 잡는 설정이나, 운동권 학생이었던
박해일이 그 이력으로 화염병을 만들어 괴물과 맞서는 상황, 역시 운동권이었던 선배가
돈때문에 그를 배신하는 것 등등 현실성과 풍자가 잘 버무려졌다.

'살인의 추억'에 나왔던 대부분의 출연진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중간 중간 웃음을 유발
시켜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사람은 그 무엇보다 먹고 사는 일이
제일이다, 라는 결말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말이다.

결국, 괴물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 모습만 괴물의 형상이 아니지 지금 이 나라, 전 세계에는
괴물과 다를 바가 없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지구상의 생명체 중 사람이 제일 무서운 괴물은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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