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진열할 때에 약국보다 어려운 경우는 참으로 드문 것 같습니다. 크기는 평균 15평이지만 제품의 가짓수는 대형마트와 맘먹는 최소 6,000종 이상이니까요. 많은 약국의 방문을 통해 이제는 약사님들께서도 약국의 제품 진열에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동안 제품을 진열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약국에서 제품을 진열할 때에는 수많은 포인트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1. 약사의 도움이 필요 없이 구입하는 제품을 가장 멀리 진열한다. 2. 역매품은 약사와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 3. 제품군별로 진열한다. 4. 제품군별로 진열하되 제품군별 연관성을 생각하여 상호간 가까운 위치에 진열한다. 5. 카운터 활용방안을 미리 생각해 둔다.
1. 약사의 도움이 필요 없이 구입하는 제품을 가장 멀리 진열한다. 약사의 도움이 필요 없는 제품은 사실 약국 내에 없습니다. 다만 상대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 어떤 제품들이 있을까요.
물론 위 열거된 제품 이외에도 “목적”이 분명한 제품들이 포함됩니다. 석고붕대, 화상에 붙이는 거즈, 붕산, 명반 등의 제품, 혈당체크에 사용하는 스트립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대부분 고객들이 숙지하고 있는 제품들이므로 약사의 도움없이 스스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약사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위치를 지정하되 밖에서 잘 보이는 곳에는 되도록 “폼”나고 꼭 필요한 제품들을 진열하는 것이 좋습니다. 탈지면이나 소독용품, 붕대, 화공약품, 찜질팩, 부황기 등을 입구에 놓으시는 것은 별로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2. 역매품은 약사와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이나 허브비타민제품, 어린이영양제 등은 반드시 약사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 놓고 판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많은 약국들이 허브 비타민제품은 멀리 떨어져 있고, 건강기능식품은 카운터 뒤의 진열장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 영양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약사가 가장 고객과 만나기 좋은 공간에 이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어야 합니다. 고객은 약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제품을 만져보고 살필 수 있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약사에게 질문합니다. “이거 당뇨 좀 있는 사람한테도 괜찮아요?” 하는 식의 질문 말입니다. 이러한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상상해보시면 하루에 단 한 개씩 혹은 두개씩은 판매의 차이가 나게 되고 그것이 쌓이면 꽤 큰 금액이 차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3. 제품군별로 진열한다. 이 또한 너무나 잘 숙지하시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같은 제품군에 속하는지는 기준이 모두 다릅니다. 우선 온누리 약국 체인에서 갖고 있는 제품군의 분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위 분류는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계속 신제품이 나오고 분류가 어려운 “퓨전”형 제품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정도의 분류로도 약국 제품의 90% 이상은 제품군별로 진열이 가능합니다.
4. 제품군별로 진열하되 제품군별 연관성을 생각하여 상호간 가까운 위치에 진열한다. 제품군별로 진열하되 제품군별 상호간에도 일정한 관계가 있습니다. 성인용품 옆에 어린이 영양제를 진열한다면 콘돔을 구매했던 고객이 다시 약국을 찾을 때 또 묻게 됩니다. “어린이 영양제는 어디 있죠?” 진열만으로 고객의 동선을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제품들을 진열했을 때 고객들은 소위 “감”을 잡게 됩니다. ‘아, 저기쯤 내가 원하는 게 있겠구나’하고 말이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성인용품 옆에는 주로 금연용품을 함께 진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용품을 사는 사람들은 우선 “성인”임이 확실하고 기혼자의 경우 여성이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남편의 금연을 종용하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금연용품과 성인용품이 어울리는 진열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 금연용품과 어울리는 제품으로는 금연보조용품과 은단이 있습니다. 은단은 일종의 트로키 역할을 합니다. 또한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구취口臭입니다. 따라서 구취제거제와 다시 연관이 됩니다. 다음으로 구취 제거제와 뗄 수 없는 제품은 구강용품입니다. 이렇게 제품군별로 연관되어 진열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이러한 마인드맵을 천천히 그려보시면서 약국에 진열된 제품들을 바라보십시오. 과연 연관된 제품끼리 무리를 지어 있는가. 만약 이미 그렇게 진열되었다면 고객들은 훨씬 self-selectiond에서 자유로와질 것입니다.
5. 카운터 활용방안을 미리 생각해 둔다. 카운터 활용방안은 진열시에 우선 순위 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보통 약국을 새롭게 오픈하거나 재배치할 떄 카운터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카운터야말로 약사와 고객이 반드시 만나는 공간입니다. 약국 내부의 얼굴이 있다면 바로 카운터가 될테니까요. 카운터에 어떠한 제품도 올리지 않겠다고 생각하시는 약사들도 요즘엔 많아졌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시원해 보여 보기에 매우 좋습니다. 예전 약국에는 대부분 카운터의 제품에 가려 조제실 안 쪽이 잘 보이지 않았고 심한 경우 약사의 얼굴만 보이는 경우까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고객은 약사에게 자신이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올바로 얘기하기 힘듭니다. 사람과 사람이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거리가 40cm이하라고 합니다. 40cm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객과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대할 때 고객은 약사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얘기하게 됩니다. 가장 좋은 제품을 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지요. 카운터에는 기본적으로 미니드링크류와 한방액제, 기타 약사가 원하는 역매품 외에는 되도록 많이 올리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까지 드린 모든 얘기는 단 한 가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바로 약사님과 고객이 만나는 장소가 약국이고 그 곳에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바로 그 “한 가지”입니다. 바로 만날 것인가, 아니면 조금은 기다려 줄 것인가, 만나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도대체 뭐가 필요한 걸까?, 내가 어떤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 “고객과의 연애”라고 생각하시면 빠를까요? “약 전문가”와 “돈을 지불하는 손님”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이 약국이라고 한다면 너무 삭막할 것입니다. 약사는 전문가로서 상대를 배려하고, 고객은 돈이 아닌 전문가에 대한 믿음을 건네는 장소가 바로 “약국”이 되어야 합니다.